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

러시아 반도핑기구(RUSADA) ⓒ TASS/연합뉴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 복용과 조직적 도핑 조작 혐의로 러시아에 내렸던 징계 해제하기로 했다.
 
WADA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프리카 세이셸 공화국에서 개최된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 도핑방지기구(RUSADA)에 두 가지 조건을 걸고 그동안의 징계를 해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발표문에 따르면 WADA의 집행위원회가 제시한 조건 두 가지는 다음과 같다. 우선 RUSADA와 러시아 체육부가 올해 12월 31일까지 모스크바 실험실 정보관리시스템을 제3의 전문가를 통해 WADA에게 제출해야 된다. 모스크바 실험실 정보관리시스템을 검토한 WADA가 추가 조사를 위해 요구하는 샘플이 있을 경우 RUSADA는 2019년 6월 30일까지 모두 확보해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RUSADA는 지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가 자국 선수들의 도핑 샘플을 치밀하게 조작해 국가적인 스캔들을 일으킨 혐의로 2015년 11월부로 WADA로부터 자격을 정지 당했다.
 
이후 WADA는 RUSADA 측에 회원 자격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몇 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RUSADA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자격 회복을 하지 못했다. 당시 RUSADA는 WADA로부터 맥라렌 도핑 보고서의 내용을 공개적으로 모두 인정하고 모스크바 실험실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조건에 동의하지 않았다. 

영국 스포츠 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즈>에 따르면, 지난 13일 러시아 체육부 장관 파벨 콜롭코프는 "슈미드 보고서를 바탕으로 밝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결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맥라렌 보고서 폭로 이후 IOC의 공식 의뢰를 받아 작성된 슈미드 보고서는 러시아의 충격적인 도핑 조작 실태를 보고했던 맥라렌 보고서처럼 러시아 도핑과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맥라렌에 비해 수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콜롭코프 장관은 "RUSADA가 자격 회복을 한다면 빠른 시일내에 모스크바 실험실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결국 WADA는 RUSADA가 징계 해제를 위한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판단하고 이번 WADA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RUSADA의 복권을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12명의 집행위원들 중 9명이 찬성, 2명 반대, 1명 기권(불참)으로 자격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각국 반도핑기구는 WADA에 이 같은 결정해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사이드 더 게임즈>는 영국 체육부가 "실망했"으며 WADA가 (징계를 철회해야 하는) 이유들을 "전적으로 투명하게" 설명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니콜 샙스테드 UKAD 최고경영자도 "WADA는 깨끗한 선수들과 스포츠 팬, 깨끗한 스포츠를 위해 열심히 일한 이들 모두에 대한 의무들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트래비스 타이가트 미국 반도핑기구(USADA) 위원장도 "당혹스럽고 불가해한" 것이라며 "세계의 깨끗한 선수들에게 절망적인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WADA는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를 전세계에 던졌는데 한 줌의 스포츠 기구가 수백만 깨끗한 선수들의 권리와 수십억 팬들의 꿈보다 더 위에 있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WADA로부터 징계가 해제된 러시아는 앞으로 모든 종목 국제대회에 자국 국적을 달고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는 WADA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IOC가 자국 국기를 달고 뛸 수 없도록 못 박으면서 'OAR(Olympic athlete from Russia)'이라는 자격으로 출전한 바 있다.
 
한편 WADA는 만약 러시아가 두 가지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RUSADA는 다시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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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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