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반민정

배우 반민정 ⓒ 권우성

 
진실공방은 끝났다. 그런데 '가해자' 판결을 받은 이는 사건을 복기시키고 있다. 영화계 성폭력 사례 중 하나인 '여배우B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13일 피고인 조덕제씨에 대한 원심(항소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최종 확정했다. 그는 '여배우B'에 대한 강제추행죄와 무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받았다.
 
조덕제씨는 2015년 4월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 중 상대 배우를 강제추행 했고,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자 맞고소 해, 그간 양측은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판결 직후 피해자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냈고 입장을 밝혔다. 배우 반민정씨였다. 그간 <오마이뉴스>는 항소심 판결 직후 그를 직접 만나 법원 판결문과 제출된 증거를 근거로 사건 경위를 보도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음에도 조씨는 이에 불복, 최근까지 SNS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재판에 제출된 증거의 일부를 제시하거나 몇몇 기사를 부분 발췌해서 누리꾼들의 판단을 묻는 식이다. 그에게 정말 억울한 부분이 있는 걸까.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반민정씨를 직접 만났다. 반씨는 조덕제씨의 이런 행동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었다. 인터뷰에서 반씨는 조씨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그간 증명된 사실과 조씨의 행위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은 끝났지만
 
"40개월... 4년 가까이 되는 길고 지난한 싸움이었다. 이 판결이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에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간절하게 바란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 후에도 가해자(조덕제)는 사법시스템 자체를 비난하고, 페이스북에 허위 주장 혹은 사실관계를 왜곡시켜 대중이 오해하게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긴 싸움이 끝난 줄 알았는데 지금 계속 힘들다."   
 
반씨는 차분하게 소회부터 밝혔다. 그는 대법원 판결 이후 조덕제씨가 보이는 행동을 두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장된 구제행동이 아닌 일종의 여론재판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엔 그가 올린 내용에 대해 적지 않은 반응이 달리고 있다. 판결 직후 조씨는 '1심의 판결이 뒤집힌 게 새로운 증거 없이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론 어떨까. 항소심 판결문 일부를 보자. '원심(1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인정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에 의하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강제추행 행위는 연기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연기를 빌미로 저질러진 것일 뿐 (후략)'이라 돼 있다. 반민정씨가 부연 설명했다.
 
"(조씨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증거 없이 판결이 유지됐다며 대법원 판결문 전문을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전문이 아니라 뒷부분만 잘라서 올린 것이다. 원심(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여러 증거들을 비춰보면'이라 돼 있다. 항소심 때 15개 이상의 증거가 제시됐다. 제 증인 심문을 포함해, 가해자 심문도 있었고, 가해자가 낸 영상과 스태프들 진술, 사진, 메이킹 필름이라고 하는 것도 들어가 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단순하게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로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는데, 절대 아니다."
 
항소심 판결문과 함께 기록된 채택 증거 목록도 조씨의 주장과 배치된다. 증거 목록엔 피고인(조덕제)과 피해자의 법정 진술 외에도 '본건 촬영장면 동영상 및 피해자 제출 자료 파일 CD 2장(증거목록 순번 20), 리허설 동영상(메이킹 필름) CD 1장(증거목록 순번 57), 메이킹 필름 녹취록(증거목록 순번 41)'이라고 기재돼 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해 조씨가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조씨가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조덕제 페이스북

 
이에 더해 반민정씨는 "가해자 진술이 오히려 번복돼서 신빙성이 무너져 항소심 판결에 적용된 것"이라 덧붙였다. 반씨는 "항소심 재판부는 추행 부위에 대한 가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 지점에 의문을 표했다"며 "경찰과 검찰 조사에선 만졌다고 했다가 이후 항소심에선 접촉 자체를 부인했는데, 이는 모두 대화녹취록과 법정 조서 등에 기록돼 있는 만큼 필요하면 원본을 모두 공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조덕제씨는 지난 9월 13일엔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여배우는 '지난 인터뷰'에서 문제의 씬에서 한 연기를 거론하며 조덕제가 처음부터 연기는 안중에 없고 오직 성폭행을 하려 작정했다며 그 증거로 문제의 씬 첫 장면을 거론했습니다.' 이 글과 함께 그는 현장 사고 영상 일부(재판에선 전체 메이킹 영상과 구분해서 사고 영상으로 지칭했다 - 기자 주)와 메이킹 영상의 몇 장면을 캡처해 올렸다. 
 
조씨가 언급한 '지난 인터뷰'는 항소심 판결 이후 <오마이뉴스>가 2017년 10월 25일 진행한 것이다. 페이스북에서 조씨는 반민정씨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인용했다.
 

'조덕제는 성폭력을 작정하고 실제로 주먹으로 제 어깨를 때렸습니다. 저는 너무나 아파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 순간부터 연기가 아니라 성추행이었습니다.' (9월 13일 조씨 페이스북 글 중) 

 
하지만 반민정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혹시 당시 비슷한 시기에 위와 같은 발언을 다른 곳에서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 기사다.
 

 배우 반민정

배우 반민정 ⓒ 권우성

  

"그리고 본 촬영에서 가해자가 실제로 주먹으로 때려 제가 주저앉는 장면이 나와요. 웬만하면 앵글에서 안 벗어나려고 서있었을 텐데 너무 아파서…. 보통 그런 액션이 있으면 미리 합의를 보잖아요. 근데 리허설과 달리 실제로 가격을 했고, 그 다음부턴 연기를 할 수 없었죠. 가해자가 합의되지 않은 행동을 했으니…."
---- " ([단독 인터뷰] "진흙탕 싸움 싫어 침묵했지만... " '남배우A사건' 피해자 여배우B의 고백 중  http://omn.kr/ofuv )

 
이에 대해 반씨는 "심지어 조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고 영상 일부분은 검사의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가해자가 인용한 말은 제가 한 적도 없는 말일 뿐더러, 법원도 해당 장면을 문제 삼아서 유죄를 선고한 게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조씨가 메이킹 영상 일부 장면을 캡처해 올린 것과 관련해 반씨는 "항소심 후 조덕제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람이 메이킹 촬영 기사인데, 경찰수사 단계에서 이미 일곱 부분으로 편집된 메이킹 영상을 (조씨에게) 넘겼다"며 "그 기사는 항소심에서 조덕제 측 증인으로 나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그 촬영 기사는 제가 메이킹 영상의 존재를 알았다고 말했는데 항소심 단계(증인 심문)에서는 그와 정반대로 '메이킹 영상의 존재를 피해자가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메이킹 영상이 짧게 여러 장면으로 나뉘어 있는 것에 대해 검사와 판사가 지적하기도 했다. 메이킹 영상이라는 게 현장 스케치고 홍보를 위한 건데 왜 홍보용으로 쓸 수 없을 정도로 편집돼 있냐, 그리고 왜 주연배우가 아닌 자신이 단역이라 주장하는 조덕제와 감독이 주로 담겨 있냐 등을 지적하시더라. 당시 영상 기사가 그 질문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반면, 조덕제씨는 9월 15일 페이스북에서는 검찰 상고 이유서 일부와 피해자의 법정 진술 자료 일부를 올리며 13일 글의 취지를 이어갔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여배우가 새로운 주장(조덕제가 처음부터 연기는 안중에 없고 성폭행을 작정했다)을 했다', '이것 때문에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는 항소심 판결(2017년 10월 13일) 이후인 2017년 10월 19일에 검찰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나와 있다', '여배우는 10월 25일 <오마이뉴스>와의 심경토로 인터뷰에서 이를 거론했다' 등의 내용이었다. 이 글에 대해 반민정씨는 이렇게 답했다. 
 

 성폭력 사건에 대해 조씨가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성폭력 사건에 대해 조씨가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조덕제 페이스북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새로운 주장을 했다며 조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이다. 그리고 첨부자료라며 일부만 잘라서 올린 문서는 2017년 6월 28일 피해자 증인심문 과정에서 한 말로 재판부 요청에 따라 해당 사고 영상의 전체 내용을 정리한 것의 일부분이다. 물론 저는 그 부분만을 두고 성추행으로 명시한 바 없고, 그 뒤의 내용부터 성추행 장면을 지적했다. 조씨는 그 이후의 내용을 잘라놓고 (앞부분만)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어 반씨는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한 건 2017년 6월 20일과 7월 4일 두 번이었는데 조씨가 페이스북에 적은 내용을 반영한 바 없다"며 "인터뷰를 통해 마치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한 것처럼 적시했는데 시간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다, 상고이유서 제출 날짜 역시 2017년 10월 19일이 아닌 11월 23일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검사의 상고는 항소심에서 인정된 강제추행 외에 상해와 관련된 것이며, 조덕제가 올린 영상 부분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일 뿐 공소사실과는 무관하다."
 
반씨의 주장대로라면 조씨는 증인심문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고 영상에 대해 설명한 말의 일부를 잘라 공개하며 마치 반씨가 새 주장을 한 것처럼 보이게 했고, 이를 검찰이 반영했다고 보이게 한 셈이다. 조씨는 또한 항소심 날짜와 <오마이뉴스> 인터뷰 날짜, 검찰의 상고 이유서 제출날짜를 사실과 다르게 바꿔놓았다.
 
사실 조씨가 언급한 검찰의 상고이유서는 이번 재판에서 무의미한 자료로 볼 수 있다. 대법원에서 검찰(반씨측)과 조씨 측 상고를 모두 기각했기 때문. 무죄를 주장하는 조씨 측과 강제치상 행위까지 더해달라는 반씨 측의 이유서가 대법원에서 기각돼 원심 판결, 즉 강제추행과 무고죄만 확정된 것.
 
이에 대해 반민정씨는 "조씨가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아 법적 판단을 받지도 않은 사고 영상의 앞부분을 공개해 그것에 대해 제 말을 왜곡한 뒤 새로운 주장이라며 올려놓고, 재판 진행 순서까지 왜곡하는 건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기 때문"이라며 "한 번 퍼진 허위사실은 피해자가 아무리 이후에 바로잡으려 해도 언론이나 대중이 깊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학습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들은 여전히 조씨가 올린 그 일부 영상을 성추행 영상으로 믿고 있고, 항소심에서 여성단체가 압력을 행사했으며,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조씨 스스로도 지인 이재포 등을 동원한 (가짜)뉴스를 이용해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늘 하던 대로 언론과 대중을 이용해 공격하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먼저 허위사실을 유포시키면 그것의 진위와 상관없이 대중이 피해자를 공격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행동 역시 예전부터 해오던 상습적인 가해행위의 연속이라고 본다."
 
2차, 3차 가해 행위
 
조덕제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여러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가 지난 1심과 2심 재판 때 활용한 '백종원 식당 갑질', '병원 갑질녀', '반기문 친족 사칭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성폭력 사건 이전 반민정씨가 병원과 식당에서 보상금을 목적으로 부당하게 행패를 부렸다는 이 기사들은 개그맨에서 기자로 전직한 이재포씨 등이 쓴 것들이다.
 
이미 이 건에 대해서도 1심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월 9일 서울남부지법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이재포씨에게 징역 1년2월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고, 이재포씨의 매니저이자 함께 언론사에 취직해 기사를 작성해 온 김아무개씨에게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배상을 요구한 적이 없고 의료진 과실이 명백한 상황', '식당 또한 (피해자가 식중독에 걸렸음을 인지하고) 보험사를 통해 자발적으로 배상'했음을 인정하는 한편, 오히려 조덕제씨와 이재포, 김아무개씨의 특정 관계에 주목했다.
 
판결문엔 '피고인들의 지인(조덕제)에게 이 사건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았고, (중략) 그 지인은 사건 식당을 방문해 업주에게 도와달라고 했다'고 돼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생산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이다. 
  

 배우 반민정

배우 반민정 ⓒ 권우성

 
"이재포와 김모씨가 항소를 했지만(오는 10월 초 항소심 판결이 있을 예정 - 기자 주) 검사의 공소사실(조덕제와의 관련성 등)은 인정했다. 관련성을 부인하다가 1심 결심 때 입장을 바꾸더라. 이재포는 조덕제에게 식당주인의 사실확인서와 기타 여러 자료, 심지어 영상까지 전달받았다고 인정했다. 조씨가 그들에게 기사화를 부탁했고, 저에 대한 비방 기사가 났다. 그 지점에서 유죄판결이 난 것이다.
 
본래 (성폭력 사건의) 1심 피해자 심문이 2016년 4월에 끝났고 7월 중 선고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조덕제가 식당주인의 사실확인서 등을 제출하며 공판 기일을 미뤄달라고 했다. 결국 1심 판결이 2016년 12월에 나왔다. 그 사이에 어떤 영상 분석이나 심문 등이 더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해자 측에서 제 진술의 신빙성, 인격을 폄훼하는 의견서를 계속 냈더라.
 
재판 진행 과정이 굉장히 엄중하고 심도 있게 진행되는데 가해자는 법 전문 지식이 없는 대중을 향해 지금도 거짓말을 계속 하고있다. 법정에서 저나 특정 여성 단체들이 야유를 퍼붓거나 시위했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절대적 거짓말이다. 옆 사람과 얘기해도 퇴장당할 수 있는 곳이 법정이다. 궁금하신 분들은 방청해보시면 알 것이다. 또 제가 공개재판을 요청했다고도 하는데 증인 신분이었기에 그럴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반씨의 신뢰성을 깎으려는 시도는 연예인매니저협회(연매협)와의 분쟁을 통해서도 진행됐다. 과거 반씨의 소속사 대표였다가 현재는 조씨의 소속사 대표로 일하고 있는 송아무개씨가 2017년 11월 경 연매협 상벌조정윤리위원회에 전속계약해지 조정을 신청한 것. 해당 신청을 통해 송씨는 2015년 반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고, 활동비용 정산도 하지 않았다는 취지를 전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직접 반민정씨에게 물었다. 
 
"전 소속사 대표가 연매협에 절 제소한 부분이 인정 안 될 걸로 알고 있다. 오히려 제가 사고 영화에 대해 개런티 일부를 못 받았었다. 연매협은 오히려 그 개런티를 제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 결정까지 시간이 되게 오래 걸렸다. 조정위원회도 여러 차례 열렸는데 합의서 작성 직전 한 달 간 상벌위 측과 송모씨의 연락이 끊겼다더라. 결국 합의서에 서로 도장을 찍긴 했는데 거기엔 민형사상 고소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다. 근데 그 사이에 송씨는 명예훼손 및 모욕으로 절 고소했더라. 연매협에서도 추후 관련 조치가 있을 거라고 들었는데 제가 그것까진 잘 모르겠다."
 
반민정씨는 영상분석 전문가 두 명의 의견을 토대로 사실상 피해자가 누군지 특정할 수 있게끔 정보를 공개한 채 보도한 연예매체 <디스패치>에 대한 법적 조치도 진행 중이다. 당시 <디스패치>의 기사에 대해 제대로 된 영상분석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었고, 선정성 등으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해당 보도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반씨 변호인은 <디스패치> 취재에 응한 한 전문가에게 정식 분석을 의뢰했고, '조덕제의 성추행은 없었다'고 보도한 <디스패치>와 정반대인 결과를 공개했다(관련 기사: 여배우B 측 새 증거 제출, 전문가 "성적 수치심 느꼈을 것" http://omn.kr/pgpx). 이 사안에 대해서 반씨는 "수사가 진행 중이기에 추후에 설명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참고로 검찰은 상고이유서에 조씨가 해당 영상을 <디스패치>에 제공했다고 적시하고 있었다.
 
"혼자였다면 절대 버티지 못했을 것" 

일각에선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장훈 감독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하는 반응도 있었다. 반씨에게 왜 조덕제씨는 경찰에 신고하고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감독은 건드리지 않느냐는 반응 또한 있는 게 사실이다. 이미 반씨 변호사는 몇몇 매체에 '감독이 현장에서 성추행을 하도록 지시한 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반씨의 생각을 다시 물었다.
 
"제가 메이킹 영상의 존재를 알게 된 건 항소심 진행 중에 검사님 사무실에서였다. 그 영상에 나온 감독님이 제가 없을 때 디렉션을 다르게 하시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기본적으로 이 배우에겐 이렇게 저 배우에겐 저렇게 다른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메이킹 영상을 보기 전까진 감독님을 믿고 있었다. 사고 직후 감독께 알렸고, 감독님이 삼자대면시켜서 가해자가 제게 (그땐) 사과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형사고소를 하라고, 자기가 증인을 서주겠다는 말도 했다.
 
그렇기에 감독이 이 사건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의심하지 않았는데, 항소심에서 그 영상을 보고 충격 받았다(판결문엔 장훈 감독이 반씨가 없는 상황에서 '미친놈처럼', '사육하는 느낌'이 나게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고 돼 있다 - 기자 주). 그땐 이미 가해자와 심지어 이재포와도 재판 중이었기에 너무 힘들었다. 감독님까지 뭘 어떻게 할 판단도 안 들었고. 연기 지시를 다르게 하고 제게 알리지 않은 건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절 직접 가해한 건 조씨다. 만약 조씨가 진짜 억울하다면, 감독님과 그날 서로 짜고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라면, 그에게 직접 감독을 고소하라고 하고 싶다. 그는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본인이 고소해야지." 
 
 
앞서 본인의 말대로 40개월이다. 반민정씨는 "여러 번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고, 나쁜 생각을 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연대하시는 분들이 가해자는 피해자가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 자신의 잘못이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용기 냈다"며 그는 "포기해서도 안 될 일이라는 생각에 끝까지 밝혀야겠다고 결심하곤 했다"고 말했다. 
 
"여러 연대자, 영화관계자 분들이 진심으로 응원해주셨다. 또 다른 피해자 분들을 위해서라도 버티면서 왔다. 혼자였으면 절대 못 왔을 것 같다. 다시 한 번 그 분들에게 감사하다. 제 신상 공개 역시 많이 고민했다. 피해자들도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직장 내 업무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던데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컸다. 하지만 가해자가 사건을 왜곡시키는 것 그대로 남길 원치 않았고, 제 판례가 가십거리로 사라지길 원치 않았다. 다른 피해자 분들께도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자꾸 가해자가 연기자라는 직업을 말도 안 되게 대중들에게 인식시키는 걸 그만하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같이 하는 것이다. 배우 간 배려와 합의, 의사소통이 기본이다. 본인 혼자 몰입해서 하는 건 말 그대로 연기가 아니다. 몰입해서 상대를 폭행하면 스너프 필름(Snuff Film, 폭력, 살인, 강간 등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 은밀히 유통시키는 필름)과 뭐가 다르겠나. 연기자 분들이라면 가해자의 행동이 범죄라는 걸 다 인지하실 것이다. 제발 대중을 상대로 배우라는 직업을 오염시켜 얘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반씨는 언론 보도에 대해 "보도 윤리를 한 번 더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조씨의 페이스북 내용만을 그대로 인용하는 기사들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을 호소하고 있었다. 

반민정 조덕제 여배우B 성폭력 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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