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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지하방으로, 지상과 지하의 경계선에 걸쳐져 있다
▲ 반지하방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지하방으로, 지상과 지하의 경계선에 걸쳐져 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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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어느 동네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담벼락에 예쁘게 그림이 그려져 있기는 하지만 실은 반지하 방입니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 주변의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린 반지하방은 왜 등장하게 되었을까요?

1950~1960년대만 해도 서울에는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이 많았고, 이 중 마당 딸린 2층 양옥집은 중산층의 대명사였습니다. 1층에는 거실과 안방, 작은 방이 있고 2층에는 다락방이 있는 집이었습니다. 그리고 지하실에는 보일러실이나 창고 등이 있었습니다.

이때는 시골에서 서울로 상경하는 사람이 많던 시절이라 그야말로 '서울은 만원'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아파트, 원룸, 다가구, 다세대 등이 없던 시절이라 개량한옥이나 2층 양옥집의 방 한 칸에 세들어 살았고 혹은 지하 보일러실이나 창고를 개조한 방에 세들어 살기도 했습니다.

햇빛 한줌 들지 않는 지하실에서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주택법을 실시하여 지하실에는 절대 사람이 거주하는 방을 만들거나 지하방을 세 놓을 수 없게 하였습니다. 즉 지하에 사람이 거주하는 것을 완전히 불법으로 규정한 셈입니다.

그런데 가끔 애매한 경우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오래된 동네들은 경사지가 많다보니 집의 앞쪽은 지상에 노출되어 있지만 뒤쪽은 지하에 반쯤 파묻힌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여름에 비가 많이 오는 특성 상 1층을 지상에서 약간 띄워 짓다 보니 지하실도 약간 지상으로 튀어 오르게 됩니다.

이렇게 지상과 지하에 반쯤 걸쳐진 층은 지하일까요, 지상일까요? 법적으로 층고의 절반 이상이 지상으로 올라와 있으면 지상의 방으로 간주합니다. 즉, 방의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전체 높이가 2.5미터라고 했을 때, 절반인 1.25미터 이상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다면 그 방은 지상의 방이 되고, 따라서 그런 방에 사람이 거주하는 것은 불법이 아닌 합법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법의 테두리를 이용해서 지은 것이 반지하 방입니다. 절반 이상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절대 지하방이 아닌, 지상과 지하의 경계에 걸쳐진, 합법과 편법의 경계에 반쯤 걸쳐진 반지하 방이 탄생한 것입니다.

1970~1980년대가 되면 도심의 양옥집들은 점차 세를 받기 위한 목적의 다가구 주택으로 변모하기 시작합니다. 임대목적의 주택이었으니 셋방이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지하에도 방을 넣기 위해 아예 처음부터 반지하방을 설계합니다. 짓기는 2층으로 짓되 반지하방, 1층, 2층 그리고 옥탑방까지, 사실상의 4층주택인 다가구 주택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970~1980년대 주택부족 문제가 한창 심각했을 때 생겨난 다가구 주택은 어느새 우리 일상에 자리잡았습니다.
 
벽화를 그리고 화단을 조성하여 꾸며 놓았다
▲ 도심에서 만난 풍경 벽화를 그리고 화단을 조성하여 꾸며 놓았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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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반지하방, #다가구주택, #서윤영, #꿈의 집 현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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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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