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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진선미 후보자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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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코어스 주식, 그 부분에 대해선 지금은 포기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는 과정에서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지 않고 보유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이 일었던 '문제의 주식'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현장이었다.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통상 청문회 자리에서 도덕성 논란을 야기했거나, 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빠르게 정리하겠다'고 답하는 것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였다. 내용도 가볍지 않은 사안이었다. 국회의원 및 1급 이상 공직자는 본인 및 이해 관계자가 3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하면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직무관련성 심사 청구를 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가 본인의 이해에 따라 정책 및 입법을 다루는 것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다.

진 후보자는 어머니와 함께 넵코어스·한양네비콤 등의 주식 8만837주를 보유하고 있다. 액면가 8011만9000원으로 직무관련성 심사 대상이다. 그러나 그는 국회 예결위원이던 당시, 7개월 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2017년 2월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등록 기간에 직무관련성 심사 청구를 내 '직무관련성 있음' 판정을 받았다.

진 후보자는 같은 해 6월 재심사를 요청해 '직무관련성 없음' 판정을 받았지만, 자유한국당은 '2017년 6월 재심사 땐 예결위원 신분을 벗어난 상태였기 때문'이라며 청문회 전부터 도덕성 공세를 펼쳐 왔다.

"고통·어려움 속에서도 이익보다 직원들의 삶을 위해 노력했던 이의 흔적"

그럼에도 진 후보자는 주식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물론 넵코어스가 방산업체라 여성가족부 장관의 직무와는 관련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20일 오전에도 "그 때로 돌아가면 국회 예결위원을 택할 것이냐, 주식을 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주식을 택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넵코어스의 주식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은 이날 오후에도 유지됐다. "예결위원까지 포기할 만큼 주식을 사랑하시나 해서 물어본다, 채무도 16억 원이나 있는데 왜 채권자들은 이 주식에 대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지 조각을 맞춰보려 한다"라는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비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예결위는 모든 국회의원이 다 하고 싶어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예결위원 됐다고 하면 지역구에 홍보도 하고 모든 이력에 앞장세운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진 후보자는 인사청문요청안에서 본인과 가족의 재산으로 채무만 13억7100만 원을 기재했다. 대다수 배우자의 빚이다. 배우자는 예금 95만 원과 채무 16억9900만 원을 보유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진 후보자가 주식을 택한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었다. 진 후보자는 문제가 된 넵코어스·한양네비콤에 대한 긴 설명을 시작했다. 진 후보자는 "너무나 사적인 내용이라 그런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이 자리에 서고 싶지 않았다, 저는 18살에 만난 남자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1999년 그 친구(배우자)는 형님과 의기투합해 GPS 위치추적 등의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를 만들었다"며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우자의 사업체였던 '한양네비콤'이 IMF 등을 거치면서 어려워지고 40억 원에 가까운 채무가 발생했고, 배우자가 빚을 꾸준히 갚아가면서 최종 화의절차 종결을 앞뒀으나 2012년 7월 화재가 발생하면서 100억 원에 육박하는 손해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배우자는 사업 유지와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본인의 지분을 포기하고 '넵코어스'에 연구개발 인력과 영업권 등을 매각하고 16억 원의 채무를 지게 된 일, 배우자가 새로 시작한 사업체 '피두스젠' 주식 소유와 그 사업마저 지난 2월 배우자의 수술로 인해 공전하고 있는 점 등을 담담히 설명했다.

그러자 전희경 의원은 "제가 관심 있는 것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것이냐"라면서 진 후보자를 다그쳤다. 진 후보자는 "제가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은 '피두스젠'에 대한 것"이라며 논란의 발단이었던 넵코어스 주식은 처분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넵코어스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는 것은 그 주식이 1990년대부터 그 수많은 일들을 겪었고,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본인의 개인적 이익보다 회사와 직원들의 삶을 유지하는 데 더 노력했던, 저랑 같이 사는 남자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엉뚱했던 '같이 사는 남자' 호칭 논란... 전혜숙 "애칭 써도 된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진선미 후보자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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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진 후보자는 직무관련성 심사를 고의로 회피하거나 의정활동을 통해 사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단언컨대, 사적으로 주식에 대해 의식을 하면서 의정활동을 한 적 없다"라며 "예결위원 땐 겸임상임위이었고 6개월 후에 종결되는 것이라 그 부분(직무관련성 심사)을 놓쳤지만 고의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진 후보자는 이외에도 청문회에서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21대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답변이 대표적이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자는 전날(19일) 인사청문회에서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국무위원의 임기는 인사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라 제가 제 임기를 말하기는 어렵다"라면서 확실한 답변을 피한 바 있다.

그러나 진 후보자는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차기 총선 출마 계획 질문에 "지금 생각으로는 (출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짧은 임기로 장관 역할을 다 하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이 일이라는 게 제가 하고자 해서 되는 것만도 아니고 임명권자의 의견도 있기 때문에"라면서도 "출마하기에 아깝다고 생각할 정도로 성과를 내겠다"라고 답했다.

한편, 진 후보자의 '주식 포기 불가' 설명은 엉뚱하게 배우자에 대한 '호칭'에 대한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진 후보자가 '배우자'를 '같이 사는 남자'로 표현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비례)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프라이버시일 수 있지만 대부분 우리나라에서 결혼한 사람들의 호칭이 있지 않느냐"라며 "같이 사는 남자, 이러니깐 (청문회를) 보고 있는 분들이 언어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바람직한 용어 표현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정)은 "(김 의원의 발언은) 여성가족부 창립, 신설 의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전통적인 호칭을 요구하고 강요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가정 또는 결혼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가정 형태까지 포섭해야 할 부처의 방향과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정춘숙 의원(비례)도 "적절치 않은 지적이다, 법에 어긋나거나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논란은 오래 가지 않았다. 전혜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호칭에 대한 건, 애칭을 써도 상관없다, (후보자는) 본인께서 하시는 대로 하시면 되는 것"이라고 이를 정리했다.

태그:#진선미, #직무관련성, #인사청문회, #주식,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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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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