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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8일 대량 정리해고 사태로 시작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싸움이 2018년 9월 14일 해고자 전원 복직 합의로 끝맺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9월 19일 대한문 분향소를 철거하며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말]
19일 대한문에서 마지막 분향을 마친 뒤 분향소를 철거한 쌍용차 노동자들과 조합원들이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19일 대한문에서 마지막 분향을 마친 뒤 분향소를 철거한 쌍용차 노동자들과 조합원들이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 점좀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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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희생자 추모 시민분향소 철거에 앞서 문화제에 참석한 해고 노동자들이 조문하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희생자 추모 시민분향소 철거에 앞서 문화제에 참석한 해고 노동자들이 조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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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4일 쌍용차 해고자 전원 복직 합의를 이뤄냈다. 2009년 6월 8일 해고 이후 112개월이 지났고 2285일이 흘렀으며 81240시간을 보내야 했다. 10년이 되기 전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을 즐거워해야 할까. 보낸 시간과 잃은 동료를 생각하면 어떤 박수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이정표가 마련됐다. 결코 쉽지 않았다.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쌍용차 해고자 전원이 공장으로 복직을 하게 된다. 줄기차게 외쳤던 '함께 살자'는 주장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진 결과다. 노동과 연대의 힘이 쌍용차 투쟁을 가로질러 이 결과에 이르렀다.

시민사회의 노력과 종교, 학계, 문학, 인권, 여성, 장애, 정치, 성소수자, 법, 문화 예술, 시민, 학생, 기자, 피디, 작가, 스텝 등 조직된 노동자와 노조에 이르기까지. 부문과 계열을 넘나드는 뜨거운 연대와 노동의 총합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이번 결과에 엎드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쌍용차 사태
 
2009년 8월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진압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경찰헬기가 도장공장 옥상 농성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 쌍용차 농성자들에게 최루액 살포 2009년 8월 4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진압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경찰헬기가 도장공장 옥상 농성자들에게 최루액을 뿌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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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대량의 정리해고 사태는 매우 정치적인 사건이다. 조합원 서른 명이 목숨 잃은 탓만이 아니다. 시작도 정치적 이유였고 해결의 지점 또한 정치적 고려를 빼놓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인데, 더 중요한 대목은 대법원 재판거래 문제다.

정치적 이용 가치와 판단에 따라 머리채 잡힌 채 낮 밤 가리지 않고 아스팔트 위를 끌려 다녔다 하면 너무 심한 자학인가. 2009년 쌍용차 2646명 정리해고 사건은 먹고 튀려는 자본의 의도와 노동자 길들여 자본에게 신작로 깔아주려던 MB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혼합물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 정국을 지나면서 급격하게 지지기반이 흔들렸고 만회하기 위한 방안을 찾던 중 쌍용차가 눈에 들어 온 것이다. '잡셰어링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MB의 2009년 연두 기자회견이 무색할 정도로 파업 훨씬 전인 2009년 2월부터 쌍용차 파괴 시나리오가 작동됐다. 기무사, 국정원, 검찰과 경찰 그리고 청와대까지 직접 나서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파괴는 치밀하게 준비되고 예견되었다.

복직 이후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될 탄압의 정치적 맥락을 잘 짚고 살펴 해결해 나갈 것이다(편집자 주 - 8월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09년 2월 6일 법원의 회생 개시 결정 후 회사는 정리해고 방침을 세우기 전 노조 대응 전략을 짰다. 여기에는 수사·정부기관과 공조방안도 담겨 있었다).

'함께 살자'던 우리 주장은 처음엔 설 곳을 찾지 못했다. 내부에서의 비판도 비판이었지만 외부에서도 시큰둥했으니까. 역설이었을까. 조합원들의 주검이 하나 둘 불어나자 함께 살자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2009년 8월 공장 옥상에서 짓밟히고 두드려 맞던 장면이 반복되면 될수록 쌍용차 해고자들의 진짜 주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회계를 조작해 대량의 정리해고를 기획한 사측에 대한 준엄한 심판도, 처벌도 없었다. 노동자에게 독박기소 자랑하는 검찰 문제로만 볼 수 없다.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안개처럼 깔려 존재했으니까. 공권력에 대드는 노동자는 폭도이며, 나라경제 망치는 주범으로 취급되었으니까. 분위기에 편승하기란 기류 따라 나는 새처럼 아주 쉬웠다.

뜨거웠던 여름보다 차가웠던 여론이 서럽더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2015년 1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을 지나며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요구하는 오체투지를 벌이자, 부모님과 함께 온 학생이 이들을 응원하며 유인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 오체투지 행진에 나선 초등학생 "쌍용차 해고자를 해결하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단체 참가자들이 2015년 1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을 지나며 비정규직 법·제도 철폐를 요구하는 오체투지를 벌이자, 부모님과 함께 온 학생이 이들을 응원하며 유인물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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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23일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굴뚝을 바라보며 이 실장이 무사히 내려오길 바라고 있다.
▲ 무사귀환 바라는 쌍용차 해고노동자 2015년 2월 23일 쌍용차 희생자 26명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요구하며 101일째 굴뚝농성을 벌인 이창근 "와락" 기획팀장(쌍용차 해고노동자)이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70m 굴뚝 위에서 농성을 풀고 내려오기로 한 가운데, 쌍용차 해고노동자가 굴뚝을 바라보며 이 실장이 무사히 내려오길 바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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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8월 뜨거웠던 여름날보다 그 차가웠던 여론이 못내 아쉽고 서럽다. 조금만 더 빨리 쌍용차의 진실을 알아채 줬다면... 연대하는 소수의 목소리가 격앙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근 9년 가까이.   

철탑을 오르고 굴뚝에 둥지를 틀었다. 40일을 여사로 굶었고 지부장 단식을 모두 더해보니  100일이 넘었다. 득도 할 것도 아니면서 허구한 날 바닥을 기었다. 밥 먹듯 경찰에 연행 되었고 분향소가 뜯기고 찢기고 영정까지 짓밟혔다. 전과자는 불어났고 투표권도 날아갔다. 온전한 시민으로서 자격을 자주, 그것도 정기적으로 박탈당했다.

명예는 찾아볼 수도, 상상할 수도 없었고 인간의 존엄이 시궁창에 쳐 박혔다. 부산까지 뛰다시피 질주했고 자전거로 부산에서 올라오기도 여러 번 했다. 집회를 하고 문화제를 만들고 차량을 만들고 차량도 끌었다. 김밥도 말았고, 주점도 열어 구멍 난 양말처럼 헐거워진 재정을 충당해야 했다. 읍소도 하고, 항의도 하고, 굴욕적이지만 무릎 꿇고 빌기도 했다.

그러나 쌍용차는 타 사업장에 비해 박복하지 않았다. 보기 드물 정도로 늘어나는 수많은 연대의 손길, 함께하는 노조가 있었으니까. 조직된 노동과 자유로운 연대의 결합이 자주 협력했고 그만큼 힘은 배가 되었다. 심리치유센터가 만들어져 바닥 향해 추락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그나마 지킬 수 있었다.

쌍용차 투쟁의 과제는 분명하다. 작게는 손해배상가압류 자체의 역진을 막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다. 숱한 사업장에 벌어지는 손해배상가압류만큼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 만연한 정리해고제와 기울어진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제자리 잡기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더 넓은 의미의 과제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후 삶에 녹여 내야하는 '함께 살자'다. 외부 향해 '함께 살자' 소리쳤을 때 냉담하던 여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아직 그 여론은 바뀌지 않았다. 경우에 따라 출렁이는 여론이란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이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향해 우리 스스로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로 증명할 때가 온 것은 아닌가.

'함께 살자'의 가치, 담대하게 끌고 나갈 것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14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함께살자' 티셔츠가 놓여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복직 잠정 합의안이 발표된 14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함께살자" 티셔츠가 놓여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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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가치를 어떻게 새길 것인지, 일상에서 꾸준하게 누구의 손을 잡고 살아 갈 것인지도 이제는 쌍용차 해고자가 아닌 복직자인 우리가 결정하고 선택하고 돌파해야 할 목표다. 피해자 위치에서 벗어나고 피해의식에서 탈출해서 '연대'와 '함께 살자'는 가치를 끌어 가며서 담대하게 나갈 때가 드디어 왔다.

이 긴 세월과 고통 속에서 어떤 변화도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가 너무 불쌍하고 초라해질 테니까. 그렇게 살고 싶었던 내일이 우리 앞에 놓였다. 이것이 가장 기쁘다.

바닥까지 추락 당했던 쌍용차 해고자들이다. 처참함과 참담함에도 어금니 깨물며 9년을 버티고 싸웠다. 그러나 그 기간 우리는 슬픔과 고통 속에서만 있지 않았다.

즐거웠고 때론 행복했으며 인간 존엄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지혜의 시간이었다. 장소에서, 사람에게서 환대도 받았다. 거리 미사에서, 천막 강연에서 분향소 뒤편 플라스틱 의자 위에서 연대했고 말을 들었으며 나눴다. 국가가 가차 없이 쳐냈던 시간보다 사람의 온기로 보듬고 안고 위로 받았던 순간이 훨씬 길었고 깊었다.

그 힘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다. 그 힘 때문에 우리가 황무지로 변하지 않을 수 있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환대하던 모든 사람과 비난을 멈추지 않던 이들을 위해서라도, 오늘 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그 앞날이 기대되는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싶다.

우리가 바로 서면서 우리와 함께 한 이들의 연대가 유쾌하게 흐르고 맹렬하게 연결되길 희망한다. 이것을 환대와 연대에 답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다짐으로 받아 주셨으면 좋겠다.  

재판거래 등 과제 남아...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다
 
2015년 11월 13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날 쌍용차 노동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가 촉발하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 눈물 감추지 못하는 쌍용차 조합원들 2015년 11월 13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날 쌍용차 노동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가 촉발하면서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졌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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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뒤 5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쌍용차지부 등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뒤 5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쌍용차지부 등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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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복직 문제는 일단락되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여럿 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문제부터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과 노조 파괴 시나리오 사건 등 미래를 위해 매듭지어야 할 지난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해나갈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지만 아직 후속 조치는 더디다. 공무원 사회로도 노동과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에도 전향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쌍용차 사례를 반복할 수는 없다.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 비용을 지불했는가. 쌍용차 30명의 노동자들은 목숨까지 잃었다.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둘러싸고 이 사회가 어떤 변화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돌아가신 30명의 동료들의 목숨을 헛되게 만드는 일이다.

국가 폭력, 안전망, 그 이후 삶까지 정부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으며 남은 과제 또한 반듯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끝까지 함께 해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태그:#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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