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한 수원 삼성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진출한 수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8.9.19

▲ AFC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한 수원 삼성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진출한 수원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18.9.19 ⓒ 연합뉴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드라마틱한 승리로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진출을 확정지었다. 수원은 8강전인 전북 현대와 K리그 더비에서 골키퍼 신화용의 맹활약을 앞세워 승부차기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올랐다.

수원은 최근 몇 주 동안 롤러코스터같은 행보를 보였다. 지난 8월, 5년간 수원을 이끌어온 서정원 감독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임하며 시즌 중에 사령탑을 잃었다. 하지만 수원은 서 감독 사임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치러진 전북과의 원정 1차전에서 예상을 깨고 3-0 완승을 거두는 이변을 연출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2차전이 남아있었지만 보통은 이 정도면 사실상 승부를 뒤집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격차다.

그러나 2차전을 앞두고 분위기는 미묘했다. 1차전의 어이없는 완패로 독기가 오른 전북은 언제든 3~4골을 몰아넣을수 있는 화력을 갖추고 있었다. 리그에서 경남(3-0)과 제주(4-0)을 대파하며 예열도 제대로 마쳤다.

반면 수원은 공교롭게도 전북과의 1차전 승리 이후 3경기 연속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대구(2-4) 전 패배에 이어 제주-인천을 상대로 모두 0-0으로 무승부에 그쳤다. 김은선-염기훈-바그닝요 등 핵심 전력에 부상까지 속출하며 베스트11을 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2차전은 우려한 대로 전북이 주도했다. 전북은 전반 아드리아노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최보경과 김신욱의 연속골이 터지며 기어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후반 추가시간을 앞두고 아드리아노에게 페널티킥까지 허용하면서 수원월드컵 경기장을 찾았던 홈팬들은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ACL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대역전극'의 들러리로 전락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골키퍼 신화용이 벼랑 끝에 몰려있던 수원을 다시 끌어올렸다. 신화용은 아드리아노의 페널티킥을 선방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갔다. 승부차기에서는 김신욱과 이동국의 슈팅까지 잇달아 막아냈다. 상대의 실축이 아니라 유효슈팅을 신화용이 몸을 날려 막아낸 완벽한 슈퍼세이브였기에 더욱 값졌다. 전북이 자랑하는 공격수 3인방의 PK를 한 경기에서 모두 막아낸 것도 최초의 진기록이었다. 수원은 말 그대로 신화용의 원맨쇼에 힘입어 2011년 이후 7년 만의 극적인 4강행에 성공했다. 유난히 험난한 시즌을 보내고 있던 수원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성과였다.

수원은 이로서 K리그팀으로서는 ACL의 마지막 생존자가 됐다. 하지만 드라마틱했던 8강전 승리의 기쁨과는 별개로 수원의 4강행을 바라보는 축구팬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는 게 사실이다. 특정팀을 응원하기보다 'K리그의 아시아 제패' 자체를 기대하는 축구팬들은 객관적인 전력상 전북이 올라가는 게 우승확률이 더 높다고 아쉬워하기도 한다.

수원의 최근 불안한 행보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신화용의 막판 눈부신 선방쇼에 가려졌지만 전북과의 2차전은 내용상 명백한 완패였다. 더구나 수원은 리그 경기를 포함하면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 2패)에 3경기 연속 무득점이었다. 냉정히 말하면 그토록 힘들게 4강까지 올라간 보람도 없이 오히려 외국클럽을 상대로 망신이라도 당하면 '죽 쒀서 남주는' 결과가 될수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제는 'K리그 대표팀'이 된 수원의 책임감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K리그는 최근 몇 년간 독주체제를 구축한 전북을 제외하면 ACL에서 두각을 나타낸 팀이 없었다. 지난 2017년에는 전북이 심판매수 파문의 후유증으로 디펜딩챔피언임에도 ACL 출전자격을 박탈당하는 망신을 당했고, 다른 참가팀들도 모두 16강에서 전멸하며 K리그의 위기설이 나오기도 했다. 한때 포항(2009), 성남(2010), 울산(2013) 등 최근 10여년간 여러 클럽이 돌아가면서 ACL 정상에 올랐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한편으로 돌이켜보면 K리그 최강팀들이 항상 ACL에서 정상에 올랐던 것은 아니다. 포항, 성남, 울산은 물론이고 2016년의 전북 역시 그해 K리그에서는 정작 우승을 차지해지 못했다. 특히 2006년 우승을 차지할 당시의 전북은 K리그에서는 최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이었다. 수원은 올시즌 리그에서는 4위에 그치며 다소 저조하지만 ACL 4강행에 이어 FA컵에서도 8강에 올라 '더블'(2관왕)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수원은 지난 2011년 알사드(카타르)와 당시 '난투극' 파문까지 일으켰던 대결 이후 오랜만에 올라온 4강전이다. 공교롭게도 서아시아에서 알사드 역시 4강에 진출하며 페르세폴리스(이란)와 결승진출을 놓고 다투게 됐다. 수원과 알사드 양쪽 모두 마지막 한 고비만 더 넘기면 결승전에서 무려 7년 만에 '복수의 리턴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수원은 그 이전에 동아시아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일본)의 벽을 넘어야한다. 수원은 올해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가시마와 두 차례 맞대결을 벌여 1승 1패(1-2, 1-0)로 호각을 이룬 바 있다. 수원이 과연 K리그 대표이자 ACL 4강까지 올라올만한 자격이 있는 팀인지 증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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