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연장 10회말 1사 만루 LG 정주현(왼쪽 네번째)이 끝내기 안타를 쳐낸 뒤 동료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18.9.12

1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연장 10회말 1사 만루 LG 정주현(왼쪽 네번째)이 끝내기 안타를 쳐낸 뒤 동료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18.9.12 ⓒ 연합뉴스


1년이 넘었다. 지난해 9월 9일 경기에서 이긴 이후 맞대결 승리는 한 차례도 없었다. 올 시즌 상대 전적 11전 11패, 이미 열세가 확정됐고, 남은 맞대결은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과연 5번의 기회 중에서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릴 수 있을까. 매번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를 만날 때마다 발목 잡힌 LG 트윈스의 이야기다.

LG는 20, 21일 이틀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두산과의 홈 경기를 치른다. 더 이상 두산에게 질 수 없는 만큼 첫날 선발 투수로 '에이스' 소사를 낙점했고, 이튿날 선발 투수는 로테이션대로라면 차우찬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발 무게감에서 크게 밀리지 않기 때문에 한 경기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을 세울 듯하다.

다만, 이전 11경기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존재한다. 친정팀을 상대로 맹타를 휘둘렀던 김현수가 이번 2연전에서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발목 부상으로 공백이 길어졌고, 1군 복귀 일정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올 시즌 개막 이후 처음으로 김현수 없이 두산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그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진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하다.

수치만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그의 존재감... 가장 불안한 것은 수비

11경기 타율 0.381(42타수 16안타) 1홈런 8타점. 올 시즌 김현수의 두산전 상대 기록이다. 두산을 제외한 팀들과의 상대 기록을 비교해봐도 두산전이 비교적 좋은 편이다. 팀 내에서는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타율 0.38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여러 번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잠실 구장이 누구보다도 익숙한 김현수에게 외야 수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11연패를 당하는 과정에서도 일부 경기에서는 접전 끝에 아쉽게 패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도 김현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대등한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수치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의 존재감이 두산전만 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일부 팬들은 김현수같은 타자가 5~6명은 있어야 두산을 이길 수 있다는 웃지 못할 농담을 할 정도다.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내면 스스로 자멸하는 경기가 적지 않았다. 내야와 외야를 가리지 않고 실책이 한 번 나오는 순간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두산 쪽으로 넘어갔다. 4월 초와 7월 중순에 각각 한 번씩 연장 승부까지 끌고 갔음에도 LG는 끝내 웃을 수 없었다. 특히 7월 20일 경기에서는 연장 12회초에 3루수 가르시아의 아쉬운 타구 판단으로 한 점 차로 승리를 헌납했다. 가장 아쉬운 경기로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0회초 12-11로 롯데가 한 점 차 앞선 상황에서 정훈의 타구가 좌익수로 향했는데, 좌익수 이천웅의 잘못된 판단으로 타구가 이천웅의 키를 넘어갔다. 롯데의 득점 행진은 계속 이어졌고, 이후 민병헌의 2타점 적시타로 결국 롯데가 15-11로 승리했다. 한때 9점 차로 리드를 당하고 있었음에도 균형을 맞추는 데까지는 성공했는데, 수비에서의 아쉬움이 팀의 패배로 연결됐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2연전을 모두 패배한 두산이라고 하더라도 한 시즌 내내 최고의 수비를 보여준 야수진을 무시할 수 없다. 롯데보다도 더 강력한 야수진을 만나야 하는 LG는 수비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비가 불안하면 큰 점수 차의 리드도 두산전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두산전 다 잡아야 하는 두 가지 이유
 
홈런 치는 김현수 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 7회 말 1사 때 LG 김현수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18.5.20

▲ 홈런 치는 김현수 20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한화 대 LG 경기. 7회 말 1사 때 LG 김현수가 솔로 홈런을 치고 있다. 2018.5.20 ⓒ 연합뉴스

 
두산전을 잡아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역시나 자존심 문제다. 이미 11연패를 당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도 남았다. 5번의 맞대결에서는 적어도 3승 이상은 챙겨야 조금이라도 위안이 된다. 남은 경기에서도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는다면 내년 시즌에서도 두산을 만날 때 선수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당장 연패를 끊어야 한다.

또한, 팀 사정을 고려했을 때 1승의 가치가 커졌다. LG의 9월 팀 성적은 7승 7패로 정확히 5할 승률을 맞췄다. 다만 최근 3연패로, 5위 수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던 지난주보다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기는 했다. 여기에 29~30일에 또 두산과의 2연전이 편성돼 있는 상태로, 이번 2연전 결과에 따라서 LG의 5위 수성에 적신호가 켜지는 걱정을 해야 한다. 두산전 이전까지의 일정은 주말 KT 위즈와 2연전, 25~26일에는 SK 와이번스, 27~28일에는 KIA 타이거즈라는 산이 LG를 기다리는 중이다.

특히 6위 KIA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기록되는 1패는 데미지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130경기를 소화한 LG에 비해 7경기를 덜 치른 KIA에게 더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 잔여 경기 수가 많다는 이점을 살릴 수 있을지는 확실하게 장담할 수 없으나 LG 입장에서는 격차를 조금이라도 더 벌리면서 남은 일정을 소화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롯데와의 2연전처럼 또 미끄러지게 된다면 그 땐 5위 수성도 어려워진다.

두산전에 담긴 의미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비슷한 패턴으로 똑같은 결과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 매년 두산에게 준수한 기록을 남겼던 외국인 에이스와 최근 흐름이 좋은 토종 좌완 투수, 두 선발은 팀을 연패의 늪에서 구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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