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라는 스포츠는 간혹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너무도 간절하게 빌면서 꿈꿨던 일이 정말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9일 전주성에서 열린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전북 현대 모터스의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수원은 까다로운 원정 경기였음에도 70분부터 단 10분 사이 3-0 점수판을 만들어버린 바 있다. 그러나 2차전 홈 경기에서 수원은 원정 팀 전북에게 역시 세 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것도 모자라 원정 팀 전북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내친 김에 4강 진출을 확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수원 골키퍼 신화용이 슈퍼 세이브를 보여주며 연장전 드라마로 이어졌다. 축구장의 기적은 그렇게 또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

이병근 감독대행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는 19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8강 2차전 전북 현대와의 홈 경기에서 0-3으로 패했지만 1, 2차전 합산 점수 3-3으로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신화용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 덕분에 4-2로 이겼다. 수원의 4강 상대는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다.

3골씩 주고받은 8강 드라마

아무리 최근 경기력이 매우 출중하다는 전북이라고 하지만 1차전 홈 경기 0-3 완패를 2차전에서 따라잡는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상대 팀이 저력의 수원 블루윙즈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비교적 이른 시간에 첫 골이 터졌다. 11분, 로페즈의 오른발 크로스가 낮게 수원 골문을 향했을 때 전북 골잡이 아드리아노는 이를 막기 위해 몸을 내던지는 수원 골키퍼 신화용까지 재치있게 따돌리고 왼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두 골이 더 필요한 전북은 전반전에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지만 후반전 초반에 코너킥 세트 피스를 기막히게 활용하여 추격 의지를 드높였다. 51분, 이승기가 오른쪽에서 왼발로 올린 코너킥을 센터백 최보경이 헤더로 방향을 바꿨다. 최보경을 따라붙은 수원 수비수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정말로 1골 승부가 시작된 것이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은 54분에 최보경을 빼고 이동국을 들여보내 내친김에 역전승까지 노렸다. 정말로 전북의 뜻이 통했는지 거짓말처럼 대역전승 기회가 찾아왔다.

71분에 전북이 자랑하는 최고의 콤비가 또 한 번 빛났다. 이용이 오른쪽 옆줄 근처에서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이 기다렸다는 듯 이마로 방향을 바꿔 그물을 흔들어댔다. 1, 2차전 합산 점수 0-3을 3-3으로 바꿔버린 순간이었다.

신화용이 일으킨 기적의 수원
   
20분 이상 시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두 경기 합산 점수판을 3-3 원점으로 돌려놓은 전북은 정말로 대역전승 기회를 잡아냈다. 핵심 미드필더 염기훈이 부상당해 뛰지 못하고 있는 수원 입장에서는 피가 마르는 시간들이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표시되고 1분만에 수원의 골문 바로 앞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김신욱의 헤더 패스 줄기를 따라 재치있게 빠져들어간 아드리아노가 결정적인 슛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 순간을 그대로 둘 수 없었던 수원 수비수 조성진이 아드리아노를 잡아 넘어뜨렸다. 당연히 알리레자 파가니(이란)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골 라인으로부터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아드리아노였다. 이 경기 시작과 끝을 아드리아노가 장식할 수 있는 절호의 대역전승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오른발 인사이드 킥은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기적같은 슈퍼 세이브에 걸리고 말았다. 신화용은 PK 방향을 알고있었던 것처럼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아드리아노의 슛을 쳐냈다.

말 그대로 날개가 꺾인 채 벼랑 끝에 매달린 수원 블루윙즈를 신화용이 가까스로 끌어올린 셈이다. 연장전 30분까지도 잘 버틴 수원은 승부차기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와 천금의 헤더 골을 터뜨렸던 김신욱부터 승부차기가 시작되었는데 여기서도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슈퍼 세이브 행진은 계속됐다. 1번 키커 김신욱의 오른발 슛을 향해 신화용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손끝으로 낮게 뻗어오는 공을 기막히게 쳐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신화용에게 굴욕을 당한 아드리아노가 전북의 2번 키커로 또 나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또 한 번의 대결을 펼쳤다. 승부차기에서는 아드리아노가 웃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신화용은 전북의 3번 키커 이동국의 오른발 슛까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바로 이 날이 신화용이 신 들린 바로 그 날인 셈이다.

전북의 4번 키커 김민재가 침착하게 오른발 슛을 성공시켰지만 수원의 4번 키커 사리치는 왼발 인사이드 킥을 낮게 굴려넣어 8강 2차전을 완전히 끝냈다. 2006년, 2016년에 이어 AFC 챔피언스리그 세 번째 우승을 야심차게 준비했던 전북은 수원 골키퍼 신화용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제 2018 K리그 원 챔피언을 확정하기 위해 정규리그에 전념하게 됐다.

반면에 서정원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던 수원 블루윙즈는 베테랑 골키퍼 신화용 덕분에 기적의 순간을 경험하며 4강에 올라 일본 J리그의 강팀 가시마 앤틀러스와 10월 3일 어웨이 경기, 10월 24일 홈 경기로 준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공교롭게도 수원과 전북은 돌아오는 일요일(23일) 오후 4시 수원 빅 버드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 압도적인 승점으로 K리그 원 2년 연속 우승을 확정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전북과 2019년에도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기 위해 현재 순위 4위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하는 수원이 또 한 차례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이다.

2018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과(19일 오후 7시, 수원 빅 버드)

수원 블루윙즈 0-3 전북 현대 [득점 : 아드리아노(11분), 최보경(51분,도움-이승기), 김신욱(71분,도움-이용)] - 1, 2차전 합산 점수 3-3 - 연장전 후 승부차기 4-2로 수원 블루윙즈 4강 진출! ◎ 수원 블루윙즈 선수들 FW : 임상협(55분↔구자룡), 데얀 다미아노비치, 한의권(75분↔김종민) MF : 사리치, 박종우, 이종성(65분↔조지훈) DF : 이기제, 곽광선, 조성진, 최성근 GK : 신화용 - 경고 : 이종성(6분), 박종우(40분) ◎ 전북 현대 선수들 FW : 아드리아노 AMF : 이승기, 로페즈(66분↔김신욱), 손준호(8분↔신형민), 한교원 DMF : 홍정호 DF : 최철순, 최보경(54분↔이동국), 김민재, 이용 GK : 송범근 - 경고 : 최보경(49분), 홍정호(66분), 신형민(7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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