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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운해를 뚫고 솟은 해 ⓒ 박도

아, 백두산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 동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도인 평양에서 열리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날인 20일, 양 정상과 수행원들이 백두산을 오른다는 보도다.
 
나는 백두산을 1999년, 2004년, 그리고 2005년 모두 세 차례 올랐는데 그때마다 등반코스가 달랐다.

1999년 제1차 등반은 항일 유적답사 코스로 중국 연길에서 어랑촌, 청산리 전적지를 거쳐 송강을 지나 백두산 정상에 올랐고, 제2차 등반은 안동문화방송국에서 안동 출신 독립운동가 전적지 순례 취재에 안내자로 간 바, 그때는 중국 지린성 백산을 출발하여 정우, 무송을 거쳐 우리 독립군들이 백두산으로 갔던 그 길을 따라 갔다. 포장도 되지 않은 무척 힘든 코스였다.

제3차 등반은 2005년 남북작가대회 때 삼지연을 거쳐 조국 땅으로 등반했다.
 
백두산 길목의 삼지연공항 앞에서 기자 ⓒ 박도
 
이 글에서는 이번에 양 정상들이 오를 등반코스로 예상되는 나의 제3차 등반코스를 사진과 함께 간략히 소개하겠다.
 
지난 2005년 7월 22일 11시 40분에 평양공항에서 탄 고려항공기는 1시간 10분이 지나자 삼지연공항에 닿았다. 거기서부터 베개봉호텔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는데, 중간에 잠시 백두산 밀영의 귀틀집 등을 둘러 본 뒤 베개봉호텔에 닿아 거기서 1박했다. 이튿날 7월 23일 새벽 2시에 일어나 본격 등반길에 나섰다.
 
삼지연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 ⓒ 박도
 
조국 땅을 밟고 백두산에 오르다
 
우리 민족의 성산(聖山)인 백두산! 예로부터 백두산은 우리나라의 조종산(祖宗山)으로 일컬어져 왔다. 조종산이란 마을과 고을, 나아가 나라의 근본을 이루는 산을 말한다. 우리나라 지맥이 모두 이 백두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 산에 담긴 수많은 전설과 설화는 우리 겨레 얼의 토양이 되어 왔다. 백두산, 그 얼마나 그리던 겨레의 영산(靈山)인가?
 
그날 이른 새벽, 버스로 두어 시간 달린 끝에 마침내 백두산 장군봉 아래에까지 이르렀다. 밖으로 나가자 바람이 여간 세차지 않았다.

백두산은 북쪽으로 드넓은 아시아 대륙과 바로 잇닿아 있고, 고원 위에 홀로 솟아 있다. 그러므로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바람이 거셀 뿐만 아니라, 동해에서 불어오는 더운 바람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가 마주쳐서 정상 일대는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고 안개와 구름이 껴 있는 날이 많다고 한다.
 
백두산 가는 길에서 만난 북한의 계관시인 고 오영재 선생(왼쪽). ⓒ 박도
 
백두산 정상은 일 년 중 두세 달을 빼놓고는 눈에 뒤덮여 있을 뿐 아니라, 2500미터 이상의 산등성이 일대는 바람이 하도 세차서 나무 한 그루도 자랄 수 없다고 한다. 정상 일대는 바위와 흙도 백색의 화산암이다. 그래서 산봉우리가 마치 머리가 하얀 사람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두(白頭)'란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명산을 오를 때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그 기쁨도 더 큰 법인데, 2700미터가 넘는 높은 산을 나는 세 번 모두 차로 쉽게 올라 백두산 신령님을 모독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독립군들의 요새, 백두산 밀영. ⓒ 박도
  
"오늘 날씨, 기가 막히는구먼."
 
그날 안내원이 이렇게 천지를 잘 볼 수 있는 날은 자기도 처음 본다고 탄성을 질렀다. 어둠 속에 천지가 비경의 모습을 천천히 드러냈다.

오, 장엄한 백두산 천지여! 나는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세 차례 모두 백두산 천지를 또렷하게 볼 수 있었다. 서편 하늘에는 둥근 달이 떠 있고, 동녘 하늘에는 붉은 해가 두꺼운 구름의 장막을 헤치고 솟아올랐다.
 
베개봉호텔 ⓒ 박도
  
'조국통일만세!!!'
 
해가 밝아질수록 달빛이 희미해졌다. 조물주가 연출해낸 절묘한 경치였다. 몇몇 문인들은 그 순간에 너무 감격한 나머지 백두산 땅에 엎드려 멧부리를 가슴에 안기도 하고 입을 맞추기도 하였다. 대회 참가자들은 해돋이가 잘 보이는 멧부리에 올라 검은 구름의 장막을 헤치고 솟아오를 붉은 해를 기다렸다.
 
2005년 7월 23일 새벽 5시 5분, 백두산 상봉에서 동녘 하늘을 바라보자 드디어 두꺼운 검은 구름 장막을 헤치고 시뻘건 해가 불끈 솟아올랐다.
 
이 순간 백두산 상봉에서 해돋이를 기다리던 200여 남북의 문인들이 서로 얼싸안고 '조국통일만세'를 외쳤다. 이곳 안내원들은 이렇게 산뜻한 해돋이는 여간해서 볼 수 없는 대장관이라고 극찬하였다. 이어 2005 민족문학작가대회 가운데 하나인 '백두산 해돋이 마중 대회'가 열렸다. 먼저 남과 북의 작가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공동선언문이 낭독되었다.
 
백두산에 뜬 달 ⓒ 박도
 
우리 남북 작가들은 6·15 공동 선언을 조국의 유일한 이정표로 삼아서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아래 민족, 자주, 반전 평화, 통일 애국의 정신으로 문학 창작에 매진할 것이며, 우리 작가들은 사상과 신앙, 출신 지역과 입장을 넘어 굳게 단합하며 민족 문학 활동에서 연대와 연합을 더욱 활성화해 나갈 것이다.
 
북측의 한 젊은 시인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동안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아껴왔지만 이제부터는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마음껏 합시다"라고 삼천리 강토, 그리고 나라 안팎의 모든 백성들에게 피맺힌 절규를 했다.
 
우리 민족끼리서로 사랑하자고 외치는 북한의 박경심 시인. ⓒ 박도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이름을 묻자 그는 내 취재 수첩에다가 다음과 같이 써주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합시다. 우리 민족끼리 2005. 7. 23. 박경심"
 
백두산 천지 ⓒ 박도
 
 
해맞이를 하는 남북문인들[왼쪽부터 홍일선, 황석영, 백낙청, 김병훈(북), 고은, 홍석중(북)] ⓒ 박도
 
조국은 하나다
 
남측의 한 문인(정지아)이 고 김남주 시인을 대신하여 마이크 앞에 섰다.
 
조국은 하나다
이것이 나의 슬로건이다
꿈 속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생시에
남 모르게가 아니라 이제는 공공연하게
조국은 하나다
양키 점령군의 탱크 앞에서
자본과 권력의 총구 앞에서
조국은 하나다
......
  
일출을 바라보는 북한 여군들. ⓒ 박도
 
백두산 장군봉에서 바라본 상서로운 조국 강산. ⓒ 박도
태그:#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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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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