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FM4U가 마련한 특집 프로그램 < 조용필 그 위대한 여정 >. MBC는 이번 특집을 위해 그의 걸작 음반 중 하나인 13집 음반을 LP로 한정 제작해 청취자들을 위한 선물로 준비하는 등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MBC FM4U가 마련한 특집 프로그램 < 조용필 그 위대한 여정 >. MBC는 이번 특집을 위해 그의 걸작 음반 중 하나인 13집 음반을 LP로 한정 제작해 청취자들을 위한 선물로 준비하는 등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 MBC

 
MBC FM4U가 19일 마련한 8시간 특집 생방송 <조용필 그 위대한 여정>은 라디오가 모처럼 '음악 전달자'로서 역할을 담당한 프로그램이었다.

FM4U 개국 특집 방송의 일환이었지만 특정 가수 1인의 음악에 이처럼 장시간을 할애하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기존 시간대에 방영되던 <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두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 <오후의 발견> <배철수의 음악캠프> 총 4개 프로그램은 이날 만큼은 모두 특집 체제로 전환됐다.

특히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선 무려 15년 만의 라디오 출연을 결심한 '가왕' 조용필이 직접 등장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의미 있는 시간도 마련했다.

8시간에 걸친 조용필 명곡 대향연

특히 현직 가수, 기자, PD, 평론가 100인이 선정한 조용필의 명곡 1~30위까지의 노래를 함께 들으면서 임진모 음악 평론가, 장기호 교수(빛과 소금), 배순탁 방송 작가, 가수 김종서, 심현보, 이한철 등이 명곡 속 뒷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흥미로웠다.

1980년대 중반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조용필 음반을 받기 위해 어린 시절 아빠에게 고가의 '금성 전축' 사달라고 졸랐던 소녀 시절 추억을 게시판에 남긴 어느 중년 여성팬부터 술만 마시면 '창밖의 여자'를 부르는 남편 이야기를 전하는 또 다른 팬, 가수가 된 후 조용필과 식사를 함께 했던 초대손님 김종서의 소중했던 경험 등은 단순한 향수 이상의 에피소드였다. 이날 흘러나온 이야기들은 '가왕'을 사랑하는 음악 팬들에겐 모처럼 귀중한 선물이 됐다.

평소 같았으면 새 음반 발표한 가수 혹은 새 영화 개봉을 앞둔 연예인들의 홍보성 출연 내지 고정 코너 등 음악 외적인 부분에 큰 비중을 두고 방송이 이뤄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조용필의 음악 하나만으로 마치 1개 프로그램이 쉼없이 이어지듯 진행되면서 색다른 감흥을 선사했다.

조용필이었기에 가능한 기획
 
 조용필

조용필 ⓒ 조용필50주년추진위원회

 
그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를 기억하는 올드팬 뿐만 아니라 최근 곡 '바운스'(2013년)로 뒤늦게 조용필의 음악을 접하게 된 젊은 음악팬들 모두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은 조용필 만의 특징이며 자랑거리였다.  

이날 소개된 명곡 순위에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같은 트로트 음악부터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 등의 록 음악, 그리고 '창밖의 여자', '슬픈 베아트리체'처럼 서정성을 극대화 시킨 작품 등 조용필이 남긴 위대한 역작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사실 순위가 무슨 의미 있겠는가. 그가 남긴 명곡들을 몰아서 다시 한번 듣는 시간을 마련 한 것만으로도 <조용필 그 위대한 여정>은 청취자들 마음 속에 남아있던 음악 DNA를 깨웠다.

<오후의 발견> DJ 김현철과 초대손님 심현보, 이한철의 지적처럼 이건 어디까지나 조용필이 있기에 가능한 기획이었다. 자신이 발표한 곡만 모아 8시간 내내 방송할 수 있는 가수는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성이 사라진 라디오 방송... 모처럼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다
 
 MBC FM4U < 정오의 희망곡 > DJ 김신영이 19일 생방송 진행에 앞서 조용필의 LP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MBC FM4U는 8시간에 걸쳐 조용필 특집 생방송을 편성하는 파격 기획을 선보였다.  (정오의 희망곡 공식 인스타그램)

MBC FM4U < 정오의 희망곡 > DJ 김신영이 19일 생방송 진행에 앞서 조용필의 LP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MBC FM4U는 8시간에 걸쳐 조용필 특집 생방송을 편성하는 파격 기획을 선보였다. (정오의 희망곡 공식 인스타그램) ⓒ MBC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점차 개성을 잃어버리면서 획일화되고 있다. 교양+뉴스+토크 중심이던 AM라디오(표준FM)과 음악 위주 FM 채널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1시간 동안 음악을 몇 곡 틀지 않는 FM 방송도 다수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방송의 유행과 맞물려 아날로그 세대의 상징인 라디오는 점차 화제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MBC의 경우, 라디오 쪽에선 최근 몇 년 사이 타 채널과의 경쟁 속에서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 놓여 있다. 표준FM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들은 TBS교통방송이나 인터넷 팟캐스트의 틈바구니에서 여전히 갈피를 찾지 못하고 있고 전통의 FM4U 또한 SBS 파워 FM, CBS 음악 FM 등 후발 주자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겨 청취율 조사에서 항상 고전중이다.

비록 개국 특집으로 마련한 행사이긴 했지만 <조용필 그 위대한 여정>은 그동안 MBC FM4U가 놓치고 있던 방송의 방향성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 라디오를 통해 좋은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청취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인식했다면 이젠 그들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다양한 기획이 이어져야 한다.

TV 뿐만 아니라 라디오 역시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보답해야 할 의무가 방송국에 뒤따른다. 모처럼 본연의 자세로 돌아온 FM4U의 이번 특집이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고 향후 색다른 프로그램 제작에 큰 역할을 담당해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용필 MBCFM4U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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