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민족의 대명절이라고 불리는 추석이 다가온다. 자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할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이야기가 유쾌하고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첨예한 논점들이 부딪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밥상머리에 올라오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들이 많을 것 같다.

그냥 복잡한 시사 이슈라면 모를까,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시각이 퍼진 경우도 있다. 정치적 성향이나 해당 이슈에 대한 의견이 다르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 논쟁을 할 때에 서로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관계를 잘못 짚거나 혹은 내 생각과 다른 '난감한 질문'이 돌아올 때, 어떻게 조리 있게 답할까. 개인적으로 주요 이슈라고 생각되는, 두 가지 사안에 대한 길라잡이를 정리해 봤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북부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미투 운동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은 교사 성폭력을 공론화하기 위해 학생들이 포스트잇으로 '미투, 위드유' 문구를 만들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 노원구 북부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미투 운동 지지 선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질문 하나] "미투, 그거 다 조작 아니냐?"

올해 초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로 한국에서도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아마 2018년의 주요 사건들 중에 하나로 기억되는 것을 넘어서 한국 사회 전반을 바꿔놓은 운동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새로운 사회적 변화가 아니다. 그것이 미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만 다를 뿐 성폭력 피해자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피해 사실을 폭로해 왔고 이에 연대하는 이들은 남성중심적 사회의 편견과 늘 싸워 왔다. 과거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만 공론화가 될 수 있는 사건들이 이제야 미투 운동이라는 이름의 반성폭력 운동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달갑지 않게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주요한 주장은 '진짜 미투'가 있고 '가짜 미투'가 있다는 것인데, 흔히 말하는 '꽃뱀' 프레임이다. 실제 성폭력 피해가 없었음에도 '불순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거짓말을 하며 미투 운동의 물을 흐리고 있다는 것. 성폭력 무고 사건은 실제로 존재하고, 엄히 처벌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성폭력 무고가 존재하는 비율에 비해 너무 과도하게 '피해자다움'을 검열한다.

피해자라면 이런 모습을 보여야지, 이런 행동을 하면 피해자가 아니지, 하는 말들은 가까스로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의 입을 도리어 막는 일이다. 성폭력 무고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지만, 폭로가 있을 때마다 이것이 순수한 의도인지 아닌지, 익명인지 아닌지, '피해자다움'을 갖춘 피해자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지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보자. 약 6개월 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무비서로 일했던 김지은씨가 JTBC에 출연해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안 전 지사는 개인 SNS에 사과글을 올렸고,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법정으로 가서는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며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지난 달 14일, 1심 재판부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당 사건을 "피해자의 저항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물리적인 위력이 직접 행사된 구체적 증거는 보이지 않는" 사안으로 봤다.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과 관련한 판결의 문제점으로 항상 지적되는 부분인데, 사실상 '항거불가능한 상황이었느냐'를 물은 것이다.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 작용해야 진정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또, '위력이 직접 행사된 구체적 증거'라는 부분도 비판 받을 수밖에 없다. 비서와 도지사는 분명히 상하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에 위력이 행사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씨의 피해자다움을 검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이번 판결은 문제적이다. 여성들이 사법부에 분노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애정관계였다거나, 더 넘어서 무언가 노리고 접근한 것이라는 그릇된 시각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 이른바 '미투 조작설'인데, 이런 이슈가 대화 주제로 오른다면 성폭력 문제에 무지하고 무감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져주자.  

[질문 둘] "거, 최저임금이랑 주 52시간 때문에 다 망하는 거 아니야?"

첨예한 논쟁이 오가는 이슈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여러 언론들의 주요 타겟이 되고 있는 중이다. 최저임금의 경우 '2020년까지 1만 원' 공약에서 '임기 내 달성'으로 후퇴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시급 1만 원 달성 시점을 2021년 또는 2022년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이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으로 오르면서 문재인 정부가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다. 사실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의 부수적인 결과는 단기간에 알 수 없고 업종별로도 상이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니까 최저임금이 급속하게 오르면 고용률이 반드시 하락한다거나, 혹은 반대로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실질적인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다는 양극단의 주장 모두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이 책임을 일부 언론들은 최저임금 탓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제도는 애초 과중한 노동시간이 관행이 되어버린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기반을 둔 것이다. 한국의 평균 연간 노동시간이 2000시간이 넘는데, 이는 OECD 가입국들 중 최상위권이다. 반면에 노동생산성은 하위권이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1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재계의 반발로 올해 연말까지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에 대한 처벌을 유예토록 한 상황이다. 일부 언론들도 노동시간 단축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저임금이 이렇게나 많이 올랐는데 노동시간까지 줄이라니 망하라는 것이냐'는 프레임으로 밀고 가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중앙일보>의 기사('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가 비판을 받았다.
 지난 5일 <중앙일보>의 기사("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가 비판을 받았다.
ⓒ 중앙일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대표적으로 지난 5일 <중앙일보>의 기사('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가 비판을 받았다. 해당 기사에서는 "오후 11시쯤 직장인들이 늦은 밤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곳으로 유명한 강남구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에 손님이 거의 없다는 소식을 전한다. 또, 52시간 근무제 탓이 아니겠느냐는 관리인의 '의견'을 인용하는데, 해당 기사가 무엇을 문제 삼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셈이다.

게다가 <중앙>이 밤 11시 간장게장골목이 썰렁하다는 제목의 기사에 실은 사진이 새벽 3시의 거리 풍경인 것도 논란이 됐다. 사진만 보면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정말 장사가 안 돼서 다 망해 버린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저 제 시간에 집에 간 것일 수 있다. 오히려 이 기사는 근무시간을 넘어서까지 이어지는 야근과 회식으로 점철된 한국 사회의 문화가 여태껏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혹시 이번 명절에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마주한다면, 정말 불경기가 이러한 정책 때문만인지, 그간 한국사회의 노동 문화에 문제가 없었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고 말해 보자.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이슈를 정리해 보았는데, 적절하고 정당한 비판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미투운동에 대한 방향성이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의 실효성은 충분히 토론의 대상이 될 만하다. 하지만 정치적 진영논리와 이분법적 사고에 빠진 채 왜곡된 주장을 하거나 빈약한 근거를 제시하는 건 사안을 바라보는 데에 방해가 될 뿐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명절 때 오랜만에 본 이들 간의 대화에서 자주 목격된다. 논쟁도 좋고 토론도 좋지만, 분명한 것은 이슈의 성격이 복잡한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감정 상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실관계와 정당한 비판의식에 기반한 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태그:#추석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