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UN서 미국과 '제대로' 맞붙은 러시아 "대북제재 강화 안 돼"

미국 말 듣지 않겠다’ 활시위 당긴 러시아
18.09.19 13:13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미국 말 듣지 않겠다' 활시위 당긴 러시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만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애물을 만들 것이 아니라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
-17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의 발언

 
니키와 네벤지아, 러시아와 미국의 대립 니키 헤일리 미국 유앤주재 대사(왼쪽)와 바실리 네벤지아 러시아 유엔주재 대사(오른쪽)의 대립으로 러시아와 미국의 격돌이 표면화됐다. ⓒ 이미지 합성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을 바로 앞둔 지난 17일, UN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설전이 펼쳐졌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러시아에 "대북제재 동참"을 압박하고 나서자 네벤쟈 러시아 대사는 "대북제재 해제"로 맞받아쳤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맞서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는 러시아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당초 미국은 9월 상반기까지 안보리 산하 북한제재위원회에서 '러시아가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의 전문가 보고서를 통과시키려 했지만 무산됐다. 결정적으로 러시아가 "내용 수정"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13일 헤일리 대사가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보고서에 손을 대는 건 용납될 수 없다"고 분노한 이유다.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를 "안 돼"라며 강력 반발하는 러시아, 그를 막을 뾰족한 방도가 없는 미국의 언짢음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UN 로고 UN(국제연합)은 1945년 10월 24일,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기치로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그러나 “각국의 주권”을 명시한 UN헌장과 달리 미국 등 특정 강대국의 강한 입김을 받는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UN 회원국 수: 2018년 9월 기준 192개국) ⓒ 인터넷
 

동방경제포럼…러시아·중국 군사·경제 '동맹급' 관계 격상

최근 러시아는 미국에 맞서 대북제재 해소, 나아가서 중국·한국·북한 등 주변국과 관계를 대폭 개선·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적극 내비치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앞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2018 동방경제포럼부터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포럼 기간과 겹치는 12일부터 17일까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30만 명을 동원한 군사훈련 '2018 보스토크'를 실시했다. 무기장비 1000여대, 3만6천대 가량의 장갑차량을 동원한 중국군 3200명과 공동훈련을 벌였다. 중국이 러시아가 벌이는 대규모 군사훈련에 동참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뒤이어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중국 정상으로는 포럼에 처음으로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과 "무역 거래에서 자국 통화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데 합의했다. 경제·군사적 측면 등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 중국과 '반미전선'을 펼치겠다는 러시아의 입장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수세적 입장을 보였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번 군사훈련이 중·러동맹 구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러시아 및 중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전망으로 양국을 연계시킬만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국제사회에서 북중러가 연계하고 있다는 관측이 쏟아져 나오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의미를 축소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러가 주인 돼 철도·정치·경제 연결하자"

동방경제포럼의 또 다른 무대에서는 남북러의 상호간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철도협력을 이뤄내자는 물밑논의가 화기애애하게 펼쳐졌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령관을 겸하는 유엔군사령부가 남북의 철도협력을 가로막은 가운데 '미국을 뺀' 당사자 간 허심탄회한 논의가 전개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장에서는 남북러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의미심장'한 발언들이 오갔다. 이고리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철도, 전력 공유뿐만 아니라 "서로 정치적인 교류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를 위해 "한반도의 다양한 군사적 활동들이 최소화돼야 하고 미국이 북측을 인정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운을 띄었다.

러시아 측은 한반도와 시베리아의 철도를 잇는 등 다방면적인 경제협력을 통해 '동방경제' 부흥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속도를 내기에 만만찮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김윤혁 철도성 부상도 "조선(한)반도 종단철도와 시베리아 철도 연결은 실현 가능한 국제협력 대상"이라며 남북러 간 철도협력이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북남러 삼자 토의에서 조선(북한)과 시베리아 연결의 중요성과 실천적 방안을 허심하게  토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화답했다.

남측에서는 김정렬 국토부 차관이 "부상의 말대로 판문점선언으로 철도 연결과 현대화에 합의했다"며 "현재 당국자 간 분과회의를 개최하고 공동조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김창식 철도성 대외관계 부국장은 "(남북러) 삼자가 주인이 돼 외부의 영향을 물리치는 것도 잘해야 한다"며 대북 제재를 압박하는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경제실무적으로 많은 사업을 진행해 성과를 이루고 풍부한 경험도 쌓았다"며 "북남러 삼자 협상을 진행해 많은 문제를 토의해 왔고 이는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담보된 국제적 협력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포럼에서 같은 자리에 배석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은 미국의 압박과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모스크바 방문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송 위원장은 15일 tbsTV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남북러 철도협력은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데) 미 국무부나 유엔사가 지금 대북제재 국면에서 이렇게 바람이 빠지면 안 된다, 이런 논리로 계속 이것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마르굴로프 차관 등과 여러 대화를 나눴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러시아 철도연결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북러 양측은 지난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 당시 푸틴 대통령과 철도사업의 기본내용을 합의한 모스크바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송 위원장은 "그 선언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게 러시아와 북의 입장"이라며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거기서 한 번 확인하고 구체화시키는 합의가 돼 뒷받침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북측 두만강과 러시아 측 연해주를 잇는 러시아와 나진-하산 철도 구간은 유엔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러나 송 위원장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측 항구에 정박한 선박은 자국에 180일 동안 입항할 수 없다는 내용의 단독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대북제재로 러시아에서 북측으로 일부 유입되는 석탄 외에 외부물자·인력은 가로막혀 있다. 미국에 의해 남북러 협력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황인 것이다.

한반도를 섬에서 대륙으로 잇기 위한 방법

11일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반도 허리가 두 동강이 나 섬 아닌 섬으로 살고 있다"며 "한반도종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면 드디어 유라시아 일부로 편입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사사건건 막아서는 미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17일, 러시아는 미국이 소집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은 유엔의 이름을 함부로 팔지 말라. 유엔사가 남북 간 판문점선언의 중요내용인 철도 연결을 막았다"면서 비판의 시위를 바짝 죄였다. 유엔사는 미국이 6.25전쟁 종결 당시,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초법·비법적 기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명백한 "주권침해" 논란에도 종전협정과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는 길목을 사사건건 막아서는 미국을 향해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이뤄져야" "말하기에 조심스럽다"며 침묵하고 있다.

가슴 두근거리는 평양정상회담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 대북제재 압박에 나선 미국의 의도는 명백해 보인다. 남북이 한반도 정세를 독자적으로 견인하는 상황이 마뜩찮다는 경고다. 이런 상황인데도 '남(러시아)'이 '우리'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현실은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의 자주통일"이 처음으로 명시된 판문점선언의 의의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번 회담에는 국토부 장관, 한국철도공사 사장 등 고위 철도 관계자들이 동행해 주목된다. 첫날, 문재인 대통령이 '철도 담당'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각별히 소개한 사실도 특별하게 와 닿았다. 과연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로 잇는 '민족의 혈맥'이 도출될 수 있을까. 세계의 눈이 한반도의 하나 된 발걸음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처럼 우리 민족이 제 목소리를 내기에 적절한 때는 또 흔치 않다. "남북대화에 협력을 해야지 훼방을 놓아서야 되겠나"라고 미국을 정확히 겨눈 네벤쟈 대사, 러시아의 공식입장은 타당하다. 이제 남과 북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온전히 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9월 18일 평양남북정상회담 첫 일정이 진행된 평양 시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한 카퍼레이드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시민들을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방송>에도 실렸습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