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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 정책 협약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8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 정책 협약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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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신규 택지 공급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줄다리기도 끝을 향해가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13일 주택시장 안정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택지 공급과 관련해 "(지자체와의 협의가) 종료되는 21일에 구체적인 입지와 수량,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18~20일 남북정상회담 수행원으로 평양 방문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일찌감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예고한 것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 문제가 민심에 끼치는 폭발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 관심은 국토부가 발표할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에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가 포함되느냐 여부다. 장관 직권으로 30만㎡를 초과하는 규모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권리가 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조'를 받아서 정치적 부담을 완화시키는 모양새를 취하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그린벨트 해제 1순위는 서초구 내곡동 일대... 벌써 투기 바람

환경부는 2005년부터 국토환경성평가지도를 만들어 1등급부터 5등급까지 그린벨트의 환경 등급을 매겨왔는데, 강남구 수서역 일대와 서초구 우면산(내곡동)·강서구 김포공항 주변 지역이 상대적으로 보전 가치가 낮은 3등급 이하 평가를 받은 상태다.

이중에서도 국토부가 2009년 12월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하며 그린벨트의 상당 면적을 해제한 내곡동이 1순위로 꼽힌다. 이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투기 바람이 불었다. 이번 기회에 국토부가 잔여 지역도 그린벨트를 해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폭발하며 화훼용 비닐하우스 단지가 늘어선 대로변의 호가가 3.3㎡당 1000만 원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30만㎡ 이하 소규모 그린벨트의 해제 권한을 쥔 박원순 시장의 입장은 단호하다. "그린벨트는 한 평도 줄일 수 없다"는 2014년 발언에서 바뀐 게 없다는 게 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 시장의 뒤에는 시민단체들이 있다.

한국환경회의와 경실련도시개혁센터는 17일 공동성명에서 "문재인정부가 지난 40여 년간 수도권의 허파 기능을 위해 녹지공간으로 지켜온 그린벨트를 추가 해제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는 것은 투기 조장 정책의 반복"이라며 "박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요청을 거부해야 할 것이며, 정부는 그린벨트 훼손이 아닌 정공법으로 부동산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권네트워크와 서울주거복지센터협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도 "불가피하게 그린벨트를 해제할 경우에는 민간분양이 아닌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서민들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없는 6만2000호 공급안 제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울시와 국토부의 부동산 대책 협의에서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로 서울 집값이 안정된다고 장담할 수 있나? 투기세력만 좋은 일 할 순 없다"며 불가론을 고수했다. 서울시는 시내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상업지역 주거비율·준주거지 용적률을 끌어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2022년까지 새 주택 부지 6만 2000호를 공급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국토부가 서울시에 요구하는 택지 공급물량(수도권 30만 호 중 5만 호)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린벨트 해제 없이 서울 시내에 집 지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냐"는 국토부 항변에 서울시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이게 마지막 카드"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가 제시하는 유휴부지의 개별 면적들이 넓지 않은 것에 국토부는 난색을 보였다. "대규모 택지를 조성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국토부에 반하는 대안인 셈이다.

시가 제시한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제시한 송파구 가락동 구 성동구치소 부지(83777㎡)의 경우 최대 1000호의 다세대 주택을 지을 수 있다. 다만,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우선' 원칙을 고수하는 터라 공공주택 건설 위주로 택지 계획이 확정될 경우 부동산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공은 일단 국토부로 돌아왔다. 그러나 박 시장이 그린벨트 해제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직권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공교롭게도 김 장관과 박 시장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을 수행중인데, 김 장관이 돌아오자마자 일방적으로 그린벨트를 풀어서 여권 내 불협화음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장관이 강행할 경우 정치적 상처를 입을 상대방이 차기 대선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박 시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가능성은 더 희박하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두 사람이 평양까지 가서 그린벨트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20일 귀경 후 21일 (국토부) 발표까지 하루의 시간이 있는 만큼 '마지막 조율'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태그:#박원순, #김현미, #그린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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