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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과학연구원 제2017-010호 1급 유인균 발효명장) 박옥희 명장이 밤 속껍질로 만든 율피차.
 (한국의과학연구원 제2017-010호 1급 유인균 발효명장) 박옥희 명장이 밤 속껍질로 만든 율피차.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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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栗)의 효능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밤송이 하나에 세 톨의 알밤이 맺혀 삼정승을 뜻한다고 해 입신양명(立身揚名)을 기원하는 의미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식품으로서의 밤은 성분이나 기능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 영양이 풍부하고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건강식품이자 훌륭한 다이어트 식품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밤 속껍질은 항산화 효능과 치매억제, 피부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밤 껍질인 율피의 부패 속도가 매우 빨라 순식간에 상해버리는 단점이 있다. 그런 이유로 알밤을 활용한 식품은 많지만, 속껍질을 활용한 식품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전통차를 연구하는 사람들만 소량의 밤 속껍질을 말려 차로 마실 정도다. 

공주·부여에서는 제64회 백제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18일 찾아간 공주행사장에는  밤의 고장답게 밤 관련 상품들이 전시판매 되고 있다. 깐 밤, 군밤, 알밤 막걸리부터 밤 빵, 밤 묵, 밤 관련 상품들로 넘쳐났다. 코너 한쪽에는 밤 식혜를 비롯해 밤 속껍질로 만든 율피차(栗皮茶)도 전시되어 있었다.

발효명장이 만든 '율피차'
 
(한국의과학연구원 제2017-010호 1급 유인균 발효명장) 박옥희 명장이 밤 속껍질로 만든 율피차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과학연구원 제2017-010호 1급 유인균 발효명장) 박옥희 명장이 밤 속껍질로 만든 율피차를 선보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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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율피차를 시음해 보았다. 찻잔에 따라놓은 찻물은 옅은 청주 빛부터 진한 보리차처럼 보였다. 구수한 향 끝에는 떨떠름한 맛에 숨은 오묘한 향기가 묻어났다. 이 차는 발효기술 1급 (한국의과학연구원) 발효명장 박옥희씨가 버려지는 (율피) 밤 속껍질로 발효기술을 접목해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6만 톤 이상 세계 정상 품질의 밤이 생산되고 있으나 가공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40~50% 이상의 속껍질이 버려지고 있다. 밤에는 비타민 B1이 풍부하고, 비타민 C와 같이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밤의 속껍질인 율피(보늬) 추출물은 천연 항산화제인 비타민 C와 유사한 항산화 효과를 보였으며, 율피에 풍부한 폴리페놀 성분은 피부 미백과 주름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백제문화제 공주 행사장에서 좌측 차건환 대표와 박옥희 명장이 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백제문화제 공주 행사장에서 좌측 차건환 대표와 박옥희 명장이 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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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제 행사장에서 밤 속껍질을 발효하여 기능성 차를 개발한 (한국의과학연구원 제2017-010호 1급 유인균 발효명장) 박옥희씨와 상품으로 개발한 '가은' 차건환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공주시 산림조합 강환구 과장이 동석했다. 차건환 대표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밤 껍질에는 폴리페놀이라는 방어물질이 있다. 폴리페놀은 식물의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물질로 자외선이나 활성산소 포식자들로부터 자기를 지키려고 만드는 물질이다. 항산화 작용과 항암작용을 하며 위장 내에서 '리파제'라는 소화 효소가 분비되어 당뇨와 혈당을 떨어트린다.

동의보감에도 위암에 좋다는 내용이 나온다. 미백효과, 주름개선, 아토피, 혈당저하 등에 우수하다. 카페인이 없어서 아이들과 임산부가 마시기에 적합하다. 직원의 아이가 아토피가 심해 밤에 가려워서 잠을 자지 못했는데, 차를 마시면서 가려움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동안 밤 속껍질을 가지고 많은 연구를 했는데, 전분이 많아 부패가 빨라서 상품화하지 못했다. 밤 속껍질은 여름에는 30분, 겨울에는 6시간이면 공기 중에 많은 균이 달라붙어 부패한다. 그런 이유로 계명대와 동신대 등 많은 곳에서 연구했지만, 상품화하지 못했다"


밤에 미쳐서 밤의 고향인 공주로 왔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공장에서 좌측으로부터 박옥희 명장, 차영태 대표, 차건환 대표가 회사에서 개발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공장에서 좌측으로부터 박옥희 명장, 차영태 대표, 차건환 대표가 회사에서 개발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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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구 과장은 "(차건환 대표는) 부산에서 엔지니어로 개인 사업을 크게 했던 분인데, 밤에 미쳐서 밤의 고장인 공주로 이사 왔다. (박옥희) 명장님도 김해에서 유명한 김해관광 추천음식점 맛집 100선에 선정된 (산골버섯) 식당을 운영하다 죽기 전에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공주까지 왔다. 농림부와 산림청 등에 밤 속껍질에 관련한 논문도 많고 그동안 수많은 시행을 했지만, 속껍질의 떫은맛 때문에 상품으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이분들이 어렵게 상품화를 했다"고 추켜세웠다.

박옥희씨는 "(차건환) 사장은 우리 식당에 손님으로 다니다가 서로 알게 됐다. 직원이나 가족들이 식당을 찾아와 돈을 주고 먹으면서도 늘 고맙다고 해 조금은 특별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밤을 가지고 왔다. 밤을 까면서 버려지는 속껍질을 보고 묵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제가 가진 기술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가 같이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양갱, 조청, 쨈 등을 만들어서 팔았다. 처음 취지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을 먹이자는 것이었는데, 당도가 높아서 취지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차로 만들자고 했다. 1년 이상의 노력 끝에 차를 개발하여 운영하는 식당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차를 지속해서 마셨던 손님들이 당이 높았는데 급격하게 떨어졌다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율피차는 율피전용 발효미생물을 이용하여 발효 숙성을 거친 후 수차례 덖는다, 미량의 당분과 아미노산이 결합해 떫은맛이 제거돼 구수하고 향기로운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인지도나 명성에 비해 상품화된 적이 없는 이유는 율피의 안정적인 확보, 탄닌으로 인한 발효의 어려움, 떫은맛 때문이었는데 이 문제들이 비로소 해결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화방지에 탁월
 
(한국의과학연구원 제2017-010호 1급 유인균 발효명장) 박옥희 명장이 밤 속껍질로 만든 율피차를 시음하며 논의하고 있다.
 (한국의과학연구원 제2017-010호 1급 유인균 발효명장) 박옥희 명장이 밤 속껍질로 만든 율피차를 시음하며 논의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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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몸사랑마음사랑 한의원 최재호 원장은 "율피는 동의보감에서 특징적으로 노화방지, 주름제거에 탁월하다는 내용이 있다. 떨떠름한 맛이 있는데 탄닌(tannin acid) 계통의 성분이 많다는 것이다. 한약재 중 주름 제거라고 딱 꼬집어 말하는 약재가 많지 않은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에 공장을 차린 차건환 대표는 기계를 설계하고 만드는 엔지니어다. 밤 박피기계를 개발하여 특허등록 했으며 국내 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속껍질을 가지고 박옥희 명장이 차를 만든다. 차건환 대표의 아들인 차영태씨가 '율피차'의 대표를 맡고 있다.  

율피차는 속껍질로 만들므로 잔류 농약이 전혀 없어 차로 마시거나 피부에 바르는 팩 재료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율피는 우리가 미처 모르고 버리고 있던 우리의 보물로 이제 이것을 국민들이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이러한 천연의 보고를 진정한 국민차로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는 집념이 이루어낸 오랜 노력의 결과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공장에서 밤 속껍질을 발효하여 만든 율피차를 포장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공장에서 밤 속껍질을 발효하여 만든 율피차를 포장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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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장악한 국내 차 시장에서 이들이 파고들 자리는 녹록지 않다. 차영태 대표는 율피차 시장이 방대한 중국(2014년 기준 중국 다류시장 규모 9조 5000억 원)과 일본(2조 4000억 원) 그리고 미국(3조 6000억 원)에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태그:#율피차, #밤 속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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