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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차관, 김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차관, 김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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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9.13 대책은 현재의 긴급한 필요성에 부합할까

'필요가 법을 만든다'라는 격언이 있다. 어떠한 이론과 논리보다 실생활의 긴급한 필요성 때문에 법이 만들어지는 사회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의 역사 또한 모든 이론과 논리에 우선하는 것이 필요성의 역사였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공시지가 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서 1989년도에 긴급하게 만들어낸 가격산정체제다.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종합부동산세와 같이 부동산을 인별 합산과세하는 제도도 그 연원은 1989년도 종합토지세에서 유래한다.

지금의 부동산 폭등은 그 정도나 심각성에 있어서 1989년도 상황에 거의 근접해 보이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아래 9.13 대책)은 학살자가 대통령인 시절들에 나온 대책과 비교해봐도 현재의 긴급한 필요성에 부합하는 정책은 아니다.

② 단 0.2%P의 진전

9.13 대책에 의하면 정부는 종부세 인상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표 94억 원 초과분 과세가 현행 최고 2%임에 반해 이를 3.2%로 인상하는 등 구간 별로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한다는 것이다. 종부세 인상이 부동산 폭등에 대한 대책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도자료를 보면 정부도 세율인상이 당초 정부안 2주택 이상 2.5%에 비해 0.7%P 나 높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인상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을 때를 생각해보라.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그 월급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5년에서 10년이 걸려야 벌 수 있는 돈을 단 몇 주만의 집값 상승으로 번 사람이 수두룩하다. 이러한 극단적 부정의와 불공정이 판치는데 정부 여당의 움직임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할 때의 기민함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당은 자신들이 그토록 욕하던 이명박(MB) 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누더기로 만들었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개정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이 3%였다. 그런데 참여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는 종부세 최고세율은 단 0.2%P 올리겠다고 하면서 1989년도 이후 찾아온 최고의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게다가 원래 종합부동산세는 주택보다 토지가 주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MB가 대폭 감세해 놓은 토지 부분은 손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1989년 노태우 정부는 공시지가제도를 만들면서 종합토지세를 도입했고, 그 최고세율은 5%로 했다. 아울러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도 도입했다. 1993년도 종합토지세, 토지공개념 3법에 의한 토지에 부과된 부담금 등 합계액이 1989년도 재산세액의 6배에 달했다. 1988년은 부동산값 폭등으로 강남의 아파트가 시간 당 1000만 원이 오르고, 이에 따른 전세값 앙등으로 일가족 집단자살이 빈번하던 시절이다.

이 때 도입된 강력한 보유세 정책이 IMF 이전까지 부동산값의 상대적 안정을 가져왔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그런데 노태우 정부의 종합토지세,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이상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이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단 0.2%P 진전했을 뿐이다.
  
③ 토지-주택 공개념, 공정임대료 제도 도입... 적극 검토해야
 
지난 2월 9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전경.
 지난 2월 9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전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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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토지공개념을 정부 개헌안에 넣었지만, 도입 의지가 없어 보인다. 토지공개념은 개헌을 해야만 도입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헌재에서 토지공개념 3법 중 하나인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 위헌결정을 했는데, 그 이유는 택지소유상한선 200평이 너무 작아서 과하다는 것이지 제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현행 헌법 하에서도 법률로써 토지공개념을 충분히 확대해 재도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투기적 수요를 확실히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 조치에 대해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과거에는 택지만 규제했지만 지금은 토지공개념을 토지-주택 공개념으로 확대해 주택 소유 상한을 정하는 것을 검토해봐야 할 때다. 특히 도시 지역이나 투기 지역에서 다주택 소유를 막아야 한다면 그 소유상한(원칙적 1주택, 예외적 2주택)을 정하고 이를 매각할 때까지 매년 6~11%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정책 또한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투기지역에서 아파트를 두 채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택지의 소유한계를 정하는 입법목적은 실수요자가 아님에도 지가상승을 기대하고 토지투기 등의 목적으로 토지를 필요 이상으로 보유함으로써 실수요자의 토지소유와 이용을 가로막는 사회적, 국민경제적으로 유해한 행위를 방지하여 궁극적으로 택지의 적정한 공급을 가능하게 하고, 이로서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꾀하고자 하는데 있다고 하면서 이는 헌법 제35조 제3항의 주택개발정책을 통한 국가가 국민의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할 권리와 헌법 제122조의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 개발과 보전조항에 비하여 목적은 정당하다." - 헌법재판소 1999. 4. 29. 선고 94헌바37 결정

기존의 등록된 민간임대업자의 경우에는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적극적으로 등록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매각기간을 장기로 하는 등의 조치를 하거나, 아니면 아파트의 경우 공정임대료 제도의 도입을 전제로 일정한 예외를 둘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아파트 가격이 실시간으로 조회되고 한 은행이 제시하는 가격을 모든 국가기관과 시장에서 시가로 인정하는 상황이다. 아파트의 경우 공정임대료를 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정임대료를 통해 임차인의 생활안정뿐만 아니라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도 제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공정임대료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④ 임대사업자도 LTV 40% 적용, 하지만...

9.13대책은 현재의 투기적 수요의 원인 중 임대사업자 대출,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담보대출, 전세자금보증 및 대출에 대해서 그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 또한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투기적 수요의 원인에 대해서 여러 분석이 있지만 단지 시중의 부동자금이 많거나 현금성 자산을 가진 자산가가 많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금융에 대한 규제를 전체적으로 조정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투기지역에서는 원래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대출을 할 수 없도록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서 제한을 해놨는데, 2018년 1월 31일 금융위원회가 규정을 개정해 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해서 아파트 담보대출을 최대한으로 허용한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금융위원회가 관장하는 '은행업감독규정' 별표6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기준'에 의하는데, 2018년 1월 31일 전에는 "7.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 제한) 은행은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택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을 신규로 취급할 수 없다"라고 규정돼 있었다.

그런데 2018년 1월 31일 규정 개정으로 "7.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 제한) 은행은 임대사업자의 임대용 주택 취득 등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택을 취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투기지역 소재 아파트를 담보로 하는 기업자금대출을 신규로 취급할 수 없다"라고 바뀌었다.

금융기관에서는 LTV나 DTI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아파트 가격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했던 모양이다. 이것이 왜 문제인지는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이 2억 원만 있으면 10억 원짜리 집을 살 수 있도록 열어준 것인데, 2007년도 DTI 제도 도입 이후에 이런 해괴한 정책을 시행한 정부는 없었다.

문제는 2017년 8월 2일 발표된 대책에서는 임대사업자 최대 대출 허용 같은 것은 들어있지도 않았고, 어떤 정부 부처도 왜 이것을 허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국민들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임차인인 전국민이 확정일자를 받으러 계약서를 동사무소에서 제출하는 나라에서 손만 뻗으면 주택임대소득 파악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닌데 임대사업자를 양성화하기 위해 최대한 담보 대출을 허용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정책적 오판인지, 아니면 이 정부 또한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에 미련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나마 9.13 대책에서는 투기지역에서 임대사업자의 경우에도 아파트 담보대출에 LTV 40%를 적용하도록 한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 정책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즉각 해임, 경질해야 한다.

⑤ "똘똘한 집 한 채"... 사실상 신종 투기론이다  
 
정부의 9.13 주거안정 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모습.
 정부의 9.13 주거안정 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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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여전히 1주택자 중심의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발상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주택에 사는 1주택자에게 필요 이상의 우대책을 쓰는 것은 1주택자 우대정책을 이용한 탈세나 투기가 만연한 것이 실정을 고려해보면 합리화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종부세 때문에 고통받은 고가 1주택자를 위해서 종부세 우대책을 실시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에 대해서 별다른 조정을 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른바 "똘똘한 집 한 채"론은 사실 신종 투기론이라고 밖에 할 수 없고, 합리적 1주택자 우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면 1주택을 우대할 것이 아니라 주택 가격 중 그 상한을 정해서 면세와 우대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할 때다.

⑥ 신도시 방식? 과연 지속가능할까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지난 13일 오후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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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도 늘려야 하겠지만 과연 1988, 1989년과 같은 신도시 방식이 지속 가능한가도 따져봐야 한다. 

건설업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이 주택정책의 목표는 아니다. 신도시 방식보다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비교적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기본 대책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이 부동산 가격안정에 기여한 측면을 본다면 지속적 임대주택 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현재의 임대주택은 5년 내지 10년이면 분양전환되는 형식으로, 결국 개인소유로 전환된다. 그렇기 때문에 영구임대주택까지는 당장에 어렵더라도 비교적 장기 임대주택을 원칙으로 하되 분양전환 등을 임차인에 선택에 맞겨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과도기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⑦ 코빈의 사자후를 기억한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만들어진 정부가 바로 문재인 정부이다. 그 추웠던 겨울, 모두의 마음 속에 타올랐던 새로운 세상은 집값이 폭등하는 나라는 아니었을 것이다. 얼마전 영국 노동당 대표인 제임스 코빈의 사자후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런 마음일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 전환을 충심으로 촉구한다.
    
"의장님, 수상은 우리 사회의 끓어오르는 부정의를 전혀 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 수상이 이 나라의 국민을 도탄에 빠트리는 것을 그만두겠습니까?" - 2018년 9월 12일 코빈 영국노동당 총리의 수상에 대한 대정부 질문

"Mr Speaker, The prime minister is not challenging the burning injustices in our society, she's pouring petrol on the crisis. When will she stop inflicting misery on the people of this country?"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김정진 정의정책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주택시장안정대책, #9.13대책, #부동산, #문재인,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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