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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서는 각 집 마다 이런 불법 소각장을 만들어 놓고 쓰레기를 태우는 경우가 흔하다.
 시골 마을에서는 각 집 마다 이런 불법 소각장을 만들어 놓고 쓰레기를 태우는 경우가 흔하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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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단 하루만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아도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거리마다 쓰레기봉투가 가득 쌓여 쓰레기 대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골 농어촌 마을의 쓰레기 문제는 조명 받지 못하고 있다. 시골의 쓰레기 문제도 대도시 못지않게 심각하다.

농촌 마을에서는 쓰레기 처리 비용을 이유로 각 마을마다 구석구석 쓰레기수거 차량이 다니지 않는다. 때문에 마을 곳곳에서는 쓰레기를 무단으로 태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비록 쓰레기 수거 차량이 지나는 곳일지라도 좀 더 편하다는 이유로 쓰레기를 몰래 태우는 경우까지 있다.

시골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쓰레기 수거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주민 계도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실제로 시골 마을에서는 쓰레기 불법 소각문제로 이웃 간에 사소한 마찰이 일어나기도 한다.

3년 전 충남 홍성군으로 귀촌한 A씨는 "이웃집에서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함부로 태우고 있다. 쓰레기를 함부로 태우지 말라고 얘기해도 그때 뿐"이라며 "30m만 걸어가도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곳이 있는데도 쓰레기를 태우고 있다. 군청에 고발하고 싶어도 이웃이라는 이유로 참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단속의 손길도 없고, 관청의 계도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시골 마을에서는 쓰레기 소각시 발생되는 매연으로 인해 이웃 간에 분쟁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

고령의 노인 인구가 많은 시골 마을에서는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쓰레기 수거차량도 제때 오지 않고, 마땅히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홍성 주민 B씨는 "우리 부모님조차도 쓰레기를 태우고 있다"며 "시골 어르신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 환경과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쓰레기를 태우는 문제에 대한 경각심도 없다"고 지적했다.

분리수거의 어려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성미 참교육학부모회 홍성지회장은 "시골 마을에 살면 쓰레기를 처리하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라며 "종종 읍내의 아파트단지에 사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쓰레기를 버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어 "도시에서는 형광등이나 건전지의 경우 분리수거함이 따로 있다. 하지만 시골 마을에는 건전지나 형광등을 처리할 수 있는 분리수거함이 없다.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에게 부탁해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퇴근 직후, 밤에 몰래 쓰레기 소각?
 

홍성군청 관계자는 "생활쓰레기 소각과 관련한 문제는 지난해부터 각 읍면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각 읍면에서 쓰레기 문제를 계도하고 적발시 처분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의 한 읍면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을 적발하고 있다"며 "생활폐기물 소각시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 된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퇴근한 이후 밤에 몰래 쓰레기를 태울 경우 적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는 또 쓰레기 수거 문제와 관련해 "마을 안길까지 쓰레기 수거차량이 들어가진 못한다. 하지만 마을회관이나 쓰레기를 분리수거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며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놓고 전화를 하면 면사무소에서 수거해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농어촌 마을의 쓰레기 소각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우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요즘은 귀농 귀촌인이 늘면서 쓰레기 소각 문제로 이웃 간에 말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쓰레기 소각 문제가 '주민 분쟁'의 원이 될 수 있음을 경고 했다.

이어 그는 "시골 주민들은 쓰레기를 돈 주고 버리는 것은 대도시에서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마을에 직접 찾아가 쓰레기 분리수거 방법을 알려주고, 쓰레기를 따로 모아 놓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일정 시간 안에 쓰레기를 수거하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골 마을의 쓰레기 소각 문제의 경우, 적극적인 단속과 계도 외에도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행정과 현실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쓰레기봉투 값이 아까워 쓰레기 버리는 곳을 지척에 두고도 쓰레기를 태우고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비닐이나 플라스틱 쓰레기를 태우는 것이 환경과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경각심 없이 쓰레기를 소각 한다. 농어촌 시골 마을의 쓰레기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태그:#쓰레기 불법 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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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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