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협상>으로 추석 연휴 관객과 만나는 배우 현빈.

영화 <협상>으로 추석 연휴 관객과 만나는 배우 현빈. ⓒ CJ 엔터테인먼트

 
다른 전작들도 그러했겠지만 <협상>은 현빈 입장에선 이유 있는 선택이었다. 로맨스 장르의 상징처럼 대중에 기억된 이후 꾸준한 변화를 시도했던 그였는데 특히 이번 작품에선 그 폭이 컸기 때문이다. 목적을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냉정한 국제범죄자 민태구를 두고 현빈은 "무작정 나쁜 놈은 아니었다"며 옹호했다.

인질을 살려야 하는 경찰 채윤(손예진)과 정확히 반대지점에 서 있는 것 같지만 극이 흐를수록 민태구에게 관객들은 묘하게 감정이입할 부분들이 많다. 그의 범죄에 나름의 개연성이 더해지며 영화는 사실상 추격 혹은 액션 장르에서 살짝 드라마로 방향을 튼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동남아 등지에서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인질극도 꾸민 줄 알았지만 영화가 흐를수록 태구의 과거가 공개되며 일종의 연민이 들게 되는 것.

의외성

"지금의 결말과 다르게 갔어도 일부 관객분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감독님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가장 대화를 많이 했는데 그분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시나리오에 다 적혀 있었다. 제 입장에선 뭔가 좀 막 나가도 되는 현장이었다.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랄까. 태구가 등장하는 장면이 길게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품이나 자세 등을 바꿔가며 마치 일인극을 하듯 연기했다. 재밌으면서도 다소 외롭기도 했다.

욕도 그렇고 아무래도 작품 속에선 많이 보이지 않은 모습이기에 감독님도 제 의외성을 보시지 않았을까. 저 역시 한 우물에 갇히고 싶은 마음이 없다. 모든 배우가 같을 것이다. 제 안에 다양한 면이 있고, 그걸 어떻게 선보이느냐가 문제지. 욕하는 장면은 더 세게 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개봉해야 하니까 접점을 찾아야지(웃음)."

 
 영화 <협상>의 한 장면.

영화 <협상>의 한 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최근 선택을 보면 영화에서만큼은 기존의 무겁고 예술성이 짙은 작품에서 오락성이 짙은 상업영화의 비중이 부쩍 높아졌다. 액션이 강조된 <공조>나 사기꾼으로 분한 <꾼> 등, 그리고 개봉을 앞둔 <창궐> 역시 액션 사극 장르다. 이 역시 현빈 스스로 의도한 선택이었다.

"몇 년 전부터 오락적 요소가 있는 영화들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 일도 있었고... 시계나 휴대폰을 보지 않고 두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다고 어떤 남성성을 강조하려는 건 아니었다. 기존에 했던 작품과 다른 걸 찾다 보니 폭이 좀 더 넓어진 것이지. 드라마나 영화를 선택할 때 기준은 시간인 것 같다. 두 시간 내외로 보여서 재밌을 것 같은 이야기는 영화이고,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두 달 정도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드라마를 하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그는 신인 감독과 기성 감독을 가리지 않고 작업한다. <협상> 역시 이종석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현빈은 "물론 거장 감독님의 장점이 분명하지만, 신인 감독님들은 색다른 시각을 갖고 있으면서 소통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며 "<꾼>과 <역린> 등이 신인 감독님 작품이었는데 그런 면에서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협상>으로 추석 연휴 관객과 만나는 배우 현빈.

"저 역시 한 우물에 갇히고 싶은 마음이 없다. 모든 배우가 같을 것이다. 제 안에 다양한 면이 있고, 그걸 어떻게 선보이느냐가 문제지." ⓒ CJ 엔터테인먼트

 
일생일대의 협상

소재 특성상 영화는 거창한 액션보다는 상대방의 수를 읽으려는 심리전이 중심이다. 현빈 또한 영화를 준비하면서 협상에 관련한 여러 책을 읽었다고 밝혔다. "심리전은 곧 기다림이 핵심인 것 같다"며 "어떤 상황에서 먼저 상대방을 조이려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먼저 하게 돼 있다"고 제법 전문가 다운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빗대 그의 연기자 생활도 어쩌면 기다림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 좋은 작품을 기다려야 하고, 고민했던 지점을 넘기 위한 숙성의 시간도 있어야 한다. 현빈은 "제 일 자체가 협상의 연속"이라며 "고민이 생기면 선배님들 만나 조언을 구할 때도 있지만 스스로 고민을 안고 제 방법대로 생각하는 편인데 결과에 대한 숙제가 생길 때마다 나름 나 자신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가 연기를 하게 된 것 자체가 큰 협상이긴 했다(웃음). 아버지께서 반대가 심하셨거든. 연극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어른들 세대에선 좀 거부감이 있었잖나. 이리저리 아버지의 반대를 피해 가면서 지금의 선택을 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버지가 나름 좋다고 생각한 대학에 가면서 연극영화학과를 택하니 그 뒤로는 아무 반대가 없으셨다. 지금은 누구보다 제 활동을 좋아해 주신다. 

(그래서인지) 전 결과가 좋은 것보단 과정이 좋은 쪽은 선호한다. 작품을 하면서도 스태프들이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결과는 제가 알 수 없는 영역이지만 과정은 제가 알잖나. 그게 별로면 좋지 않지. 다행히 제가 했던 작품 중에선 과정이 좋은 것들이 많았다. <공조> 김성훈 감독님도 <창궐>로 다시 만날 수 있었고, 표민수 감독님도 노희경 작가님도 작품을 하신다면 꼭 다시 해보고 싶다."


9월엔 <협상> 10월엔 <창궐>, 11월엔 드라마 <알함브라의 궁전> 등 올해 하반기엔 현빈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공개 시점은 제 영역이 아니라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나름대로는 다른 모습을 보이려 했다"며 "잘 봐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 <협상>으로 추석 연휴 관객과 만나는 배우 현빈.

"전 결과가 좋은 것보단 과정이 좋은 쪽은 선호한다. 작품을 하면서도 스태프들이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 CJ 엔터테인먼트

 
스승과 함께 운영하는 기획사?

알려진 대로 현빈은 오랜 연기 스승인 강건택 대표와 현 소속사를 함께 이끌고 있다. 김윤지, 신도현 등 신인 배우들을 최근까지 영입해 온 VAST엔터테인먼트에 대해 현빈은 "다행스럽게 지금까진 흑자다. 월급도 잘 나가고 있다"며 흡족해했다. 참고로 신인 배우 면접에서 현빈 또한 나름 역할을 한다는 사실. "실무자분들이 미팅한 뒤 저 역시 만나본다"며 "기본적으로 인성이 중요한 것 같다"고 나름의 기준을 공개했다. 그의 연기관과 이어지는 말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착한 사람들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연기력이야 연습하면 나아질 수 있는데 인성은 바뀌기 쉽지 않으니까. 현장에선 수십, 수백의 스태프들이 함께 일한다. 한 명의 배우가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저 또한 그걸 신경 쓰려고 한다. 물론 연기는 당연히 잘해야겠지(웃음)."
 
현빈 협상 손예진 이종석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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