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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0일 사드 배치에 반대하며 분신 사망한 고 조영삼씨의 1주기를 맞아 이덕우 변호사가 추모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2017년 9월 20일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사망한 고 조영삼씨의 빈소가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지난 2017년 9월 20일 사드배치에 반대하며 사망한 고 조영삼씨의 빈소가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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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별
- 조영삼 프란치스코에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의 입으로 한 말이지요.

조영삼형, 여기 지구별에 있는 동안 돈키호테란 말 많이 들었지요.

한겨레 신문 지국장 할 때, 리인모 노인 모실 때, 아르헨티나에서 북한으로 갈 때, 북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항의할 때, 독일에서 망명을 거부하고 전전할 때, 처벌을 감수하고 귀국할 때…

아마 수도 없이 돈키호테란 말을 들었을 겁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인으로 아름다운 꿈을 꾸고, 이름 없는 들풀처럼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하였지요. 그러나 그렇게 살기에는 이 세상 힘들었지요.

참, 국정원 수사관들도 처음에는 당신을 돈키호테 같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맑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수사관들도 안타까워 할 정도로 당신의 영혼은 맑았습니다. 구속재판을 받았으나 2013년 1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사건 일부 무죄, 일부 유죄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되었지요, 2심에서는 금수산궁전 참배에 대해 무죄판결을 하고 형량을 낮추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에서 무죄 부분을 파기했습니다. 결국 조형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구속되어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다시 구속되어 교도소로 가는 날, 변호사인 나도 힘들었지만 당신은 얼마나 화가 나고 억울했을까요. 그때 무죄 부분을 유죄라고 판결하고 실형을 선고하라고 했던 대법원을 떠올리면 울화가 치밉니다.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 나라 사법부를 장악하고 상고법원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지요.

그 양승태가 삼권분립을 파괴한 헌정질서 파괴범, 사법농단의 주범임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아마 이 나라 사법 역사상 가장 추악한 인물로 기록될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도 하고 변하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럼에도 소성리 사드는 아직 철거할 기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사드 철거, 한반도 평화의 마중물이 되려 한 당신의 꿈이 이루어지려면 더 노력해야겠지요.

조형, 그곳 하늘나라에서도 꿈을 꾸고 있나요. 아마 한얼이와 재미있게 노는 아름다운 꿈이겠지요, 한얼이 어머니 엄계희님과 한얼이 모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한얼이는 우리 모두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한얼이는 호른 연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어 훌륭한 음악가가 될 것입니다. 가끔 아니 자주 한얼이, 엄계희님 꿈에 찾아와 웃으며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소성리 밤하늘 밝은 별이 된 조영삼, 프란치스코.
한얼이와 우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맘 편안
몸 건강
이 세상 평화

고맙습니다.

1주기에 이덕우

<덧붙이는 글>

한반도 평화와 사드 철회를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자처했던 조영삼 열사는 그 누구보다도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고, 문 정부가 명실공히 촛불의 정신을 반영하는 정권으로서 적극적인 적폐청산과 특히 한반도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는 사드의 철회를 꼭 이뤄주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지난 2017년 9월 19일 낮 4시 10분경, 고인이 시민기자로 활동했던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앞에서 분신, 다음날 20일 오전 9시 37분 운명하셨습니다.

열사가 가신 지 1년을 맞아 이 땅에는 평화의 전망이 열리고 있습니다만 전도를 낙관하지 못하는 가운데, 여전히 평화를 깨는 불씨가 될 사드는 이 정부 하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 대못박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열사를 추모하고 그의 정신을 기리며 '한반도 평화'와 '사드 철회'를 촉구하는 1주기 추모제가, 분신하신 1년이 되는 9월 19일(수) 낮 2시에 성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열립니다.

이어 돌아가신 20일(목) 낮 1시에는 고인이 영면해 계시는 밀양성당 봉안소에서 추모미사가 열립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 드리며,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께서도 고인의 영면을 비는 마음으로 고인이 남긴 뜻을 다시 한번 되새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태그:#조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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