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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수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김형수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사무장
ⓒ 김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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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내 첫 3천톤급 신형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SS-083) 진수식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해군과 회사 관계자 등 내빈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이 잠수함을 직접 건조했던 노동자들이 참석하지 않아 의미가 퇴색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노동자들이 참석하지 못한 이유는 대우조선해양이 특수선 공장을 비워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모두 귀가 조치 시켰기 때문.

과거 김영삼, 김대중, 박근혜 대통령 등이 참가한 진수식과 명명식에도 노동자들에게 현장 접근을 막고 휴게실 등에서 대기시킨 사례가 있어 지나친 경호와 의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형수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이하 하청지회)사무장은 과거 대통령들이 참석했던 행사에 노동자들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소외되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엔 아예 귀가조치를 시켜 땀 흘리며 잠수함 건조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 지나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와 관련, 사측 홍보과 담당자는 "하청노동자들이 주장하듯 의도적으로 배제시킨 것은 아니"라며 "다만 사전에 미리 협력업체들과 이를 논의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정규직=유급, 하청=무급' 연차 

김 사무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진수식에 노동자들을 외면한 것에 대한 섭섭함도 있지만, 정작 더 고질적인 문제는 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과의 차별로 인한 사기 저하"라면서 "당일 정규직원들은 오전 10시 까지 근무하고 모두 조퇴를 했다. 물론 나머지 시간에 대해서는 유급휴무를 실시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강제로 하루를 휴무한 것은 무급이다.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사무장은 또 "현재 국내 조선소 생산인력의 약 70%가 하청노동자들이고 대우조선도 마찬가지"라며 "이번 도산 안창호함이 하청 노동자들의 손으로 만들어 진 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정규직과 하청노동자 사이의 간극이 벌어져 있는 현실도 개선되었으면 좋겠고, 아울러 진수식과 명명식 같은 행사에도 초청을 받아서 조선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싶은 게 욕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사측의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법적 조치와 함께 대통령에게 이런 현실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의 입장은 좀 다르다. 홍보과 담당자는 "하청노동자들만 무급이고 정규직은 유급이라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며 "정규직들에게는 자율에 맡겼고, 이에따라 무급으로 빠진 사람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강제 연차휴가 발생과 관련해 그는 "추후 무급연차에 대해서는 유급으로 보상하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최근 조선업 수주 개선소식, 하청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

김 사무장은 최근 조선업 수주가 개선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조선업 수주가 숨통이 트인다는 언론 보도가 있지만 그 수혜자는 주주와 경영진들이지 하청노동자들에게는 해당 안 되는 얘기"라며 "이미 거제 양대 조선소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동자들은 상여금을 삭감 당하고 토요일 무급화까지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당노동자는 일당을, 그리고 물량팀노동자들은 물량단가 후려치기와 심지어 퇴직금을 다달이 불법적으로 징수당하고 연말정산 환급금까지 회사가 빼앗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우리 하청노동자들에게 수주가 늘어가는 것이 반갑고 즐거운 일이 되려면 이러한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것들이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사무장은 최근 거제지역 조선산업 현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최근 구조조정 여파로 수많은 숙련공들은 육상 플랜트 현장이나 다른 지역으로 이직을 해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미 많은 숙련공들이 거제지역을 떠나서 평택 울산 등 육상 플랜트 현장과 다른 지역으로 이직을 한 상태이고, 20,30대 젊은 하청노동자들도 상여금 삭감 등으로 인해 조선소를 다닐 명분을 잃고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숙련공들의 빈 자리에 비숙련공들이 현장상황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입될 경우 발생할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

그는 또 거제지역 경기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계속되는 인구유출로 인해 지역경제와 부동산경기는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 버렸다. 특히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인근 상권과 옥포 주변은 월세도 내지 못해 문을 닫는 가계가 한 건물에 한 두개는 기본이고,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삭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자부담이 늘었다."

"내가 만든 잠수함, 진수식과 명명식 동참하게 해달라는게 무리한 요구?"

문재인 대통령이 진수식에 참석하기 위해 조선소를 방문한 날 거제 대우조선해양 정문에서는 최근 파업사태를 겪는 웰리브 식당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대통령님,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라고 소리쳤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인천국제공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지시했고, 전국의 공공기관에서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거나 전환과정에 있다. 그러나 일반 기업에 대한 정규직 전환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따르고 있으며 파업으로 인한 부당한 압박도 여전하다.  

이번 안창호함 진수식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이날은 단순히 하루 일당이 사라진 날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땀흘리고 희생해서 만든 잠수함이 위용을 자랑하며 바다로 나가는 첫 장면을 보지 못한 날이었다.

이 잠수함의 이름 도산 안창호 선생은 1912년경 미국오렌지농장에서 한인들과 일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오렌지 하나를 따더라도 정성껏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다"라고.

도산 안창호함은 이제 바다를 누비며 나라를 지켜내는 소명을 시작한다. 잠수함이 나라를 지키는 것 이상으로 지금 거제 조선소의 하청 노동자들도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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