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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문화재는 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 50년 이상이 지난 것으로서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하여 등록한 문화재이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 왔던 그 삶의 현장이 이제 역사가 된 것이 근대문화유산이다.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 근대문화유산의 자취를 찾아 나선다. 그 곳에서  근대의 시간 속으로  산책하며 과거와 현재에 얽힌 이야기를 기사로  정리하여 남기고자 한다. - 기자말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배우 수지가 두 팔 벌려 
철길 위를 걷는 장면과 
유명 가수 아이유의 화보를 
찍은 장소로 유명한 
구둔역. 

'구둔역'이란 명칭은 
임진왜란 때 왜적을 막기 위해
이 마을 뒤쪽의 산 위에
아홉개의 진을 쳐 
아홉 구(九), 진칠 둔(屯) 자로
정한 마을 이름에서 유래하였다. 

양평 구둔역
등록문화재 제296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지정내역       역사 1동, 광장 일곽, 철로 및 승강장(역사 좌우 각 150m)
지정(등록)일   2006년 12월 4일
소재지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1336-2번지와 주변 일대
건립시대       일제강점기

   
구둔역으로 가는 산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국민여동생'으로 불렸던 수지의 <건축학개론>의 촬영지임을 강조하는 영화 촬영 카메라의 모형이 서있어 이곳이 영화 촬영지임을 알 수 있게 하였다.
▲ 구둔역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구둔역으로 가는 산길을 알려주는 이정표. "국민여동생"으로 불렸던 수지의 <건축학개론>의 촬영지임을 강조하는 영화 촬영 카메라의 모형이 서있어 이곳이 영화 촬영지임을 알 수 있게 하였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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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두 주인공이 젊은 시절 시골역에서 데이트하는 장면이 꽤 인상 깊었다. 그런데 뜻밖에 한국의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를 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등록문화재 제296호인 구둔역이 그 영화의 촬영 장소임을 알게 되었다. 더욱 호기심이 일어 발길을 재촉하였다.

네비게이션에 의존하여 길을 가다가 구둔역이 있는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또다른 근대문화유산을 발견하게 되었다. 93년 전에 지은 건물이 지금껏 남아 있어 막걸리 애호가들에게는 꽤나 유명하고 친숙한 지평양조장이었다. 우연찮게 지평양조장 방향을 표시한 이정표를 발견하여 먼저 그 곳에 들렀다 구둔역으로 향하였다(지평양조장 역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94호이다. 다음 기사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마을 뒷산에 아홉 개의 진을 쳐서 '구둔'이라 이름지었던 지역에 위치한 구둔역은 작은 산 속의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만난다. 높지는 않지만 산길을 가다 만난 큰 이정표를 따라 자동차 1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작은 언덕배기를 올라 가면 작은 시골집 몇 채와 함께 소담스럽게 서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양평 구둔역 역사 건물. 다른 간이역과 마찬가지로 건물 앞에는 자동차 4~5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광장이 있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양평 구둔역 역사 건물. 다른 간이역과 마찬가지로 건물 앞에는 자동차 4~5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작은 광장이 있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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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지 않은 역사 건물이지만 마을의 작은 집들 뒤에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이 주변을 압도하는 듯하여 꽤 커 보이기도 했다. 역 앞에는 자동차 5, 6대 정도는 주차할 수 있는 광장이 있다. 철길 너머 마을에서 경운기가 넘어 와 역 앞쪽 마을로 다니는 것을 보면 자동차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매주 화요일은 대합실 문이 잠기는 날이다. 까몽이네 카페도 쉬는 날.  출입문에는 구둔역 앞에서 찍은 아이유의 사진을 붙여놓아 구둔역의 자랑으로 삼고 있다.
 매주 화요일은 대합실 문이 잠기는 날이다. 까몽이네 카페도 쉬는 날. 출입문에는 구둔역 앞에서 찍은 아이유의 사진을 붙여놓아 구둔역의 자랑으로 삼고 있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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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구둔역 휴무일인 화요일에 방문하여 역사 안의 옛 시설들을 볼 수 없었다. 역무실을 개조한 이색적인 분위기의 까몽이네 카페에서의 휴식은 물론 건축학개론 주인공 모습의 기념사진 촬영이나 소원을 적은 금빛 티켓을 소원나무에 매달기 같은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 없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는 이유를 남기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물론 이런 이유를 붙이지 않더라도 또 가고싶은 곳이다. 워낙 호젓한 분위기와 함께 옛스러운 건물과 시설들이 정겹게 맞아주는 우리들 젊은 시절의 풍경으로 추억에 젖게 하는 장소이기에 가끔 생각이 날 것이다. 그럴 때면 오늘처럼 함께 살아가는 첫사랑의 여인과 또 찾을 것 같다. 
 
양평 구둔역의 대합실 내부 모습. 현재는 관광객들의 휴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유의 화보 촬영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창이 보이는 역무실은 까몽이 카페로 변신하여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 양평 구둔역 대합실 양평 구둔역의 대합실 내부 모습. 현재는 관광객들의 휴게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이유의 화보 촬영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창이 보이는 역무실은 까몽이 카페로 변신하여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한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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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구둔역은 중앙선의 작은 간이역이었다. 서울 청량리역∼경주시 경주역을 잇는 386.6km 중앙선은 1939년 4월 청량리∼양평 구간이 개통되고 1940년에는 양평∼원주 구간이 개통된 후 1942년에 전구간이 개통되었다. 

1940년 4월 1일 보통역으로 시작한 구둔역은 목조양식으로 만들어졌다. 목조로 만든 벽체에 시멘트를 발라 마감하였다. '一'자형 평면을 이루는 건물의 지붕은 ㅅ자 모양의 박공지붕이고 철로쪽 지붕은 차양 형태를 이루고 있다. 대합실 윗 부분의 박공지붕은 기와를 올렸는데 2005년 아스팔트 슁글로 고쳤다. 내부는 대합실, 사무실, 숙직실을 배치하였다.

아쉽게도 문이 잠겨 있어 유리창을 통해 대합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대합실의 나무 벤치에서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수십 년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저기 어딘가 화보 사진을 통해 보았던 국민 여동생 '아이유'가 앉아 있을 것 같다.
 
 개찰구가 있는 철길 쪽에서 보이는 양평 구둔역 모습
  개찰구가 있는 철길 쪽에서 보이는 양평 구둔역 모습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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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 감소로 인해 구둔역은 1996년 1월 1일 승차권 차내 취급역으로 전환되었다. 2006년 12월 '양평 구둔역'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96호로 지정되었다.

'양평 구둔역' 영역은 역사 건물 1동(1층 규모로 건축면적 95.2㎡)과 광장 일곽, 역사 좌우 각 150m의 철로 및 승강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 건물은 대합실과 사무실, 숙직실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어르신들에게는 옛 추억을, 젊은이들에게는 이색적인 복고풍의 멋스러움을 안겨주고 있다.

2012년 8월 청량리-원주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인한 기존 노선의 변경으로 폐역하게 되었다. 당시에 '구둔역'은 약 1km 떨어져 있는 곳에 새 역사(驛舍)를 지어 이전했다가 2013년 새 역사의 이름을 '구둔역'에서 '일신역'으로 바꾸게 되어 현재는 폐역된 간이역을 구둔역으로 부르게 되었다.
 
양평 구둔역 역사에 붙어 있는 '등록문화재 제296호 양평 구둔역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동판
▲ 양평 구둔역의 근대문화유산 동판 양평 구둔역 역사에 붙어 있는 "등록문화재 제296호 양평 구둔역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동판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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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2006년 12월 양평 구둔역을 등록문화재 제296호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여 역사 입구에 동판을 붙였다. 2012년 8월 폐역이 된 후에는 역사 건물과 일부 구간의 철길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보존하면서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끄는 새로운 9개 공간을 창조하여 문화예술 관광지로 거듭나 양평의 새 명소가 되었다.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정겨운 공간으로 꾸며 놓은 곳이다.
▲ 양평 구둔역 "고백의 정원" 청춘 남녀들이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정겨운 공간으로 꾸며 놓은 곳이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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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비추어보면서 반추하는 시간을 가지는 공간이다
▲ 양평 구둔역의 "반추의 마당(하늘거울과 반추)" 자신을 비추어보면서 반추하는 시간을 가지는 공간이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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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둔역 9개의 공간 가운데 하나인 환상열차의 종소리(행운의 시간)를 울릴 수 있는 종이 달려 있고 구둔역을 달리다 퇴역한 전철이 전시용으로 서있다.
▲ 양평 구둔역의 전철 구둔역 9개의 공간 가운데 하나인 환상열차의 종소리(행운의 시간)를 울릴 수 있는 종이 달려 있고 구둔역을 달리다 퇴역한 전철이 전시용으로 서있다.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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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역이 된 작은 간이역인 구둔역은 문화예술 관광지로 변신 중이다. 많은 영화와 화보, 광고 등의 촬영 이후 입소문으로 꽤 알려지면서 구둔역 공간의 새로운 변신과 함께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구둔역에는 개성있는 아름다운 9개의 공간을 꾸며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함께 하는 재미를 주고 있다고 한다. 9개의 공간은  까몽이네 카페, 행복제작소, 대합실, 고백의 정원, 비움터(노래하는 비움의 시간), 반추의 마당(하늘거울과 반추), 향기의 미로(들꽃의 시간), 소원의 나무(소원의 시간), 환상열차의 종소리(행운의 시간) 로 이루어져 있는데 하나씩 돌아다니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의미를 찾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 싶다. 

'양평 구둔역'의 변신은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시도를 보여준다. 보존만을 위한 보존이나 가치의 훼손을 가져오는 지나친 활용도 답이 될 수 없는 근대문화유산 관리의 새로운 한 방향을 보여주는 시도로 보인다. 작은 문화재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청량리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벤치가 있는 간이역의 편안한 모습
 청량리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벤치가 있는 간이역의 편안한 모습
ⓒ 박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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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길에서 만난 간이역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우연히 들른 산촌에서 내 어린 시절 추억 속의 모습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마주하고 이 시대의 감성을 담은 풍성한 문화예술을 함께 만나는 행운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그 흔치 않은 행운을 구둔역에서 만났다.

주변 볼거리

지평 양조장
유명한 지평막걸리를 주조하던 양조장이다. 1925년 지어져 93년 동안 양평군 지평면을 대표하는 건물로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94호이다.  2016년까지 양조장으로 사용했으며 새 공장 설립 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막걸리 박물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라고 한다.

석불역
양평 기점으로 보았을 때 구둔역 이전 간이역이다. 구 석불역은 구둔역과 마찬가지로 폐역이 된 간이역이다. 폐역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분은 한번 방문하시기를 권한다. 석불역도 청량리-원주간 복선전철화 사업으로 새 역사로 이전한다. 새 석불역은 구둔역으로 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데 동화속의 건물같이 예쁘게 지은 건물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면 좋은 촬영지가 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양평구둔역, #건축학개론, #아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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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육과 문화에 관한 관심이 많다. 앞으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통해 한국 근대문화유산과 교육 관련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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