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진출하는 심석희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000미터 준준결승에서 준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있다.

▲ 준결승 진출하는 심석희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가 22일 오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1000미터 준준결승에서 준결승 진출을 확정하고 있다. ⓒ 이희훈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빙상계는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올 시즌 한국에서 열기로 했던 국제대회들이 모두 취소되는 등 좋지 않은 소식만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빙상연맹(ISU)는 지난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2018-2019 시즌 한국의 서울에서 열 계획이었던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12월 14~16일)와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 선수권 대회(2019년 1월 25~27일)가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 계획대로 개최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쇼트트랙 월드컵은 매년 10월 말부터 이듬해 2월까지 총 6차례 치러지는 ISU 국제대회 가운데 하나로, 유럽과 아시아, 북미 지역에서 각각 2차례씩 나눠 개최한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은 지난 4년간 한국과 중국에서 나눠 개최했다. 한국은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빙상연맹이 경기 테스트와 함께 전문 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의 대회를 열었다. 그동안 서울과 강릉 등에서 쇼트트랙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대부분의 좌석이 매진 되는 등 뜨거운 열기 속에 대회가 열렸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이 같은 대회는 곧바로 없어지고 말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기 시작했고, 관리지정 단체로 지정되는 것을 놓고 오랜 기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연맹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한 지난 21년간 빙상연맹을 후원해왔던 대기업 삼성이 평창을 끝으로 빙상 후원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도 커진 상태다. 삼성은 1997년부터 빙상연맹을 후원해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빙상연맹을 후원했다. 이를 대표하듯 그동안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에는 대부분 삼성 계열 출신 임원이 올랐다.
 
하지만 빙상계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으로 인해 결국 삼성도 더 이상의 후원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삼성 생명 사장 출신인 김상항 회장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에 취임한 지 2년 만에 지난 7월 3일부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피겨도 그랑프리 개최 제안 받았지만...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의 알리나 자기토바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23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러시아 출신 올림픽선수의 알리나 자기토바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올 시즌 한국에서 열기로 예정됐던 ISU 공인대회가 취소된 것은 쇼트트랙 뿐만이 아니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전문지 <IFS매거진>에 따르면 지난 6월 ISU 측이 피겨 그랑프리 대회를 올 시즌 한국에서 임시로 개최하는 것을 제의했지만, 결국 빙상연맹이 개최를 포기하면서 핀란드로 개최지가 변경되기도 했다.
 
피겨 그랑프리는 쇼트트랙 월드컵과 동일하게 유럽과 아시아, 북미 지역에서 각각 두 차례씩 나눠 개최한다. 아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일본이 NHK 트로피를 중국이 컵오브 차이나 대회를 열어왔다. 그러나 중국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회를 개최해왔던 베이징 수도체육관을 대대적으로 보수공사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올 시즌 피겨 그랑프리는 물론 쇼트트랙 월드컵 등 모든 빙상종목 대회 개최권을 포기했다.
 
실제로 지난주 국내 피겨 유망주인 유영(14·과천중)이 출전했던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도 중국 하얼빈에서 열기로 했지만, 중국 측이 이 개최권을 포기하면서 캐나다 리치몬드로 장소가 변경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피겨 심판이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 남자싱글 경기에서 자국 선수였던 진 보양에게 유독 높은 기술 가산점(GOE)과 구성점수를 준 탓에 지난 6월 ISU로부터 자격정지 징계 처분을 받은 것(2018년 6월 26일 <엠스플뉴스> [엠스플 이슈] 국제빙상연맹, '평창 편파판정' 중국 심판에 철퇴)에 항의를 품고, 올 시즌 ISU 국제대회 개최권을 보이콧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있기도 했다.
 
피겨 그랑프리는 관례대로 개최권을 갖고 있는 6개 나라(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만이 개최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피겨 그랑프리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국이 피겨 그랑프리를 개최했던 것은 지난 2008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가 유일하다. 당시 '피겨여왕' 김연아(28)가 이 대회에 참가해 고양 어울림누리 빙상장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더욱이 ISU는 불과 몇 개월전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했고 중국과 인접한 국가이기에 개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빙상연맹에 제안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결국 빙상연맹이 개최를 포기하면서 한국에서 피겨 그랑프리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사라졌다.
 
국내 빙상계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대회가 폐막한 지 불과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빙상연맹이 국제대회 개최를 줄포기 하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린 모양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18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올 시즌 쇼트트랙 국제대회 개최가 취소된 것은 안전펜스 규정이 변경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안전 펜스 규정이 변경되면서 기존에 서울에서 대회를 열고자 했지만, 바뀐 안전펜스 규정에 맞춰 대회를 열 수 있는 곳은 강릉 아이스 아레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강릉 빙상장은 현재 강원도에서 강릉시로 소유권 이전 단계에 있고 또한 올림픽 1주년 행사 등이 계획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빙상장 내 빙판도 모두 없어진 상태"라며 "올 시즌 쇼트트랙 월드컵의 경우 원래 중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이 개최 거부하면서 한국으로 개최권이 넘어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피겨 그랑프리 개최를 제안 받았지만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는 "그랑프리 대회 개최가 본래 계획에 없었고, 연맹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개최할 수 없다고 판단해 거부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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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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