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지난 9월 11일(현지 시각)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진행된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지난 9월 11일(현지 시각) 신시내티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진행된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류현진이 지구 라이벌 콜로라도와 지구 선두를 놓고 싸울 다저스의 선봉장으로 출격한다. 류현진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다.

세인트루이스 시리즈에서 가공할 파괴력을 선보였던 다저스는 마침내 콜로라도를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좋은 분위기를 탄 다저스는 이제 화요일부터 시작되는 같은 지구 4개 팀과의 맞대결 일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리고 직접적인 경쟁자 콜로라도와의 3연전이 이 중요한 일정의 시작이다.

이 중요한 12경기 일정의 스타트를 류현진이 끊게 됐다. 최근 있었던 메츠와 신시내티 주중 시리즈에서 팀도 그렇고 류현진 개인도 그렇고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바 있다. 막판 경쟁이 열린 가운데 경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면 이번 주중시리즈만큼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지금까지 만났던 어떠한 상대보다도 류현진이 고전을 면치 못했던 상대와의 경기다. 개인적인 설욕과 함께, 팀을 더 좋은 위치로 올려놓아달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류현진의 등판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1. 콜로라도에 절대약세, 홈에서는 그래도 낫다
 류현진의 콜로라도 상대 홈성적

류현진의 콜로라도 상대 홈성적 ⓒ 정강민

 
류현진이 콜로라도에게 고전하는 것은 많이 알려져있다. 통산 전적은 9경기 3승 6패 5.77로, 토론토와 보스턴, 볼티모어, 디트로이트에 이어 ERA가 가장 나쁘다. 콜로라도보다 성적이 나빴던 네 팀과는 두 번 이하로 대전했고, 유일하게 2번 맞대결한 디트로이트를 상대로 작년 원정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만회하는 모습도 있었다. 반면 콜로라도 상대로는 수술 전까지는 그런대로 잘 막았으나 수술 이후에는 계속 고전해왔다. 류현진과 최악의 상성을 가진 타선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쿠어스필드에서 약세가 더 두드러졌는데, 이는 류현진이 던졌던 구장들 중 코메리카파크 다음으로 나쁜 기록이다. 작년에 특히 나쁜 기억들을 많이 안겨줬는데, 등판한 3경기 전패에 10.13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작년 보크까지 동반했던 최악의 피칭 역시 쿠어스필드에서 범했던 바 있다.

하지만 다저스타디움에서는 콜로라도를 맞아서 그나마 가장 좋은 활약을 했다. 작년 콜로라도에게 당하던 와중에도 다저스타디움에서 상대했던 경기는 6이닝 4실점으로 어느정도 피해를 줄였던 바 있다. 작년 큰 상처 중에 그나마 가장 잘했던 콜로라도 경기로 꼽히는 경기인데, 류현진은 일단 이 경기에서 다저스타디움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은 좋은 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콜로라도 타선, 쉬어갈 곳 없어... 첫 대면할 상대는 일단 잘 잡아야
 
 내일 선발출전 유력한 선수들과의 맞대결 성적

내일 선발출전 유력한 선수들과의 맞대결 성적 ⓒ 정강민

 
콜로라도 타선에서 류현진이 강세를 보였던 타자는 헤라르도 파라와 크리스 아이아네타, DJ 르메이휴가 있는데, 이 중 르메이휴만 라인업에 남을 가능성이 높다. 르메이휴 자리에도 팻 발라이카(상대 피OPS 1.667)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던 대체자원이 있는만큼 콜로라도는 류현진을 상대로 강하게 압박을 줄 타선 조합을 만들 수 있다.

그중에도 넘버원은 아레나도로 16타수 10안타 3홈런 7타점이라는 성적은 단연 눈길을 끈다. 아직 타격 잠재력이 터져 지금 우리가 보는 아레나도가 된 시점부터는 12타수 10피안타라는 절대강세를 보이고 있다. 골드슈미트, 펜스가 초창기 대표적인 천적이었다면, 아레나도는 어깨 부상 이후 주목받는 천적 중에 대표격이다.

아레나도를 피하자니 '돌격대장' 블랙몬과 '타선의 2인자' 스토리가 버티고 있다. 중심타자 같은 리드오프 블랙몬에게 류현진은 장타 3개를 맞았던 바 있고, 24타석 중 9번 출루를 허용했다. 스토리도 역시 피홈런을 허용했던 바 있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블랙몬에게 피홈런 허용한 것을 제외하면 11타수 2피안타로 잘 막고 있다. 스토리에게는 삼진도 3개 잡아낸 바 있다. 이 둘과 쭉 강세를 보였던 르메이휴를 넘는다면 등판을 잘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서 언급한 점들은 상위타선을 넘어갈 수 있는 조건에 관한 것이다. 스토리 뒤에는 '또 다른 천적' 홀리데이가 기다리고 있고, 하위타선에서도 데스몬드가 류현진과의 첫 만남에서 기선을 제압했던 바 있다. 중심타선에서 하위타선으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버티고 있는 둘의 존재로 인해 콜로라도 하위타선마저 상대가 쉽지 않을 것이다. 카를로스 곤잘레스까지 라인업에 나온다면 클린업급 타자를 무려 3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다.

처음 맞상대할 부테라, 데이빗 달(출전 시)은 무조건 잡아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신경써야할 타자들도 많은데 새로운 고민거리까지 낳게 된다면, 버틸 수 없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쌓고 갈 수 있느냐가 다른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을 포함해 개인, 그리고 팀 전체의 게임 플랜에서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3. 상대 선발투수는 누구?

류현진이 맞대결할 투수는 우완 존 그레이로 결정됐다. 작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선발로 나선 경력이 있는 투수로, 콜로라도를 이끌 에이스 자리를 차지할 것이 유력했던 기대주로 각광받았던 선수다. 이번 시즌은 부진에 빠지면서 동료인 마르케즈와 프리랜드가 각광받고 있으나, 훌륭한 에이스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줘온 투수다.

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주무기이고 여기에 커브, 체인지업을 간간히 던질 수 있는 투수다. 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95마일이 나오는 파이어볼러로 최고구속은 거의 100마일까지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선수다. 그러나 패스트볼의 위력은 강하지 못하다. 데뷔 후 4년 간 패스트볼 구종가치가 + 수치가 나온 시즌이 한 번도 없었으며 패스트볼 피안타율 역시 3할 밑으로 떨어져본 적이 없다.

이에 슬라이더를 장착하고 커브를 더하는 노력을 했지만 슬라이더의 구종가치(100구당)는 해가 지날수록 점점 떨어지고 있다. 체인지업을 버리고 선택한 커브 역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패스트볼이 몰락하고 두 브레이킹볼이 특별히 돌파구를 만들지 못하면서 FIP 수치와 ERA 모두 지난해에 비해 후퇴하고 말았다.

다저스타디움에서도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었다. 4년간 4경기 나와 1승 3패 4.35의 성적으로, 개인 통산 ERA와는 크게 차이 나진 않았다. 가장 페이스가 좋았던 지난해에는 다저스타디움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인상은 심어주지 못했던 바 있다.

#4. 상대 타선과 류현진 주무기와의 궁합
 
 류현진과 콜로라도 타선의 구종별 성적

류현진과 콜로라도 타선의 구종별 성적 ⓒ 정강민

 
류현진과 콜로라도 타선 간의 상성 역시 좋지 않다. 구종 가치에서 포심만 중위권인 14위일 뿐, 나머지 구종들은 전부 Top 10 안에 들어갈 정도로 로키스 타자들이 대처를 잘해왔다. 특히 좌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에 대해서는 무려 .345의 타율을 기록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리그 1위다. 자신들이 왜 류현진에게 강점을 보이는지를 스탯이 그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던졌던 구종들인 투심, 슬라이더 역시 콜로라도 타선의 대처능력이 나쁘지 않다. 투심에는 13위(4.3), 슬라이더는 8위(-7.7)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구종을 활용해 레퍼토리를 짜서 초반에 분석을 파훼하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겠으나, 투심은 공 자체의 위력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고 슬라이더는 많이 던지지 않았던 터라 활용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래저래 쉽지가 않은 상황이다.

류현진에게 걱정거리는 이것뿐이 아니다. 최근 커터가 상대에게 분석을 당해 맞아나가고 있고 구종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작년 어깨부상 후 어려움을 겪던 류현진에게 해법을 제시해줬었는데, 지난 4경기의 커터는 타자를 누르지 못했다. 그 기간 구종가치가 무려 4.5포인트 하락한 상황이다. 대신할 구종도 마땅치 않은데 주무기로 그간 활용했던 커터까지 공략당하고 있는 터라 승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올해 예년의 위력을 찾은 패스트볼이 콜로라도 타선을 맞아 작년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줘야 피칭에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커터의 부진과 다른 구종들에 대한 강세를 고려했을 때, 패스트볼이 전면에서 버텨주지 못한다면 괴로운 피칭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위험이 매우 높다. 패스트볼이 버티는 동안 다른 구종들 중에서도 패스트볼을 도울 수 있을 컨디션을 가진 공이 나와준다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5. 예상 라인업
 
 내일 예상 라인업

내일 예상 라인업 ⓒ 정강민

 
우완투수인 존 그레이를 상대로 포수는 그랜달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그랜달의 리드가 최근 아쉬운 소리를 많이 듣고는 있으나 일단 작년에 비해서는 성적도 개선됐고 여기에 리그에서 손꼽히는 공격력도 보여주고 있다. 아쉬움은 있지만 이번 경기에 그랜달이 류현진을 잘 지원할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주전 2루수로 낙점했던 브라이언 도저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우투수 상대로는 키케 에르난데스나 크리스 테일러가 마차도의 파트너로서 류현진의 뒤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모두 최근 타격감은 괜찮은 상황으로, 어느 선수가 선택이 되든 하위타선과 수비에서 키를 쥘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는 다저스 플래툰 정책에 맞게 피더슨, 벨린저, 먼시가 선발로 그대로 나오고 도저와 함께 켐프와 프리즈 등이 벤치에서 출발할 것이 예상된다.

콜로라도의 경우 맷 할리데이가 좌익수로 나설 것이다. 홀리데이와 블랙몬이 출장하고 남은 한 자리에는 최근 플래툰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좌타 외야수 데이빗 달이 차지할 것이 유력하지만, 상대전적을 감안한다면 카를로스 곤잘레스가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내야 조합은 변함없이 그대로 갈 것이 유력하다.

그레이는 전담포수를 쓰는 선수로, 아이아네타 대신 캔자스시티에서 건너온 드루 부테라가 타선에 들어올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공격력에서 좀 더 강점이 있는 아이아네타 대신 수비형 포수인 부테라가 먼저 나오게 되어 류현진 입장에서는 다소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류현진의 공을 받아본 경험도 있는 선수인만큼 그 점은 염두에 둬야할 것이다.

#6. 류현진, 이번 시즌 가장 어려울 시련 속에서 빛나기 위해서는?

류현진에게 강점을 보인 타자들이 많고, 콜로라도 선수들과 류현진의 주무기 간 궁합도 썩 좋지가 않다. 데이터와 이번 시즌의 동향을 고려했을 때 이번 콜로라도 경기는 가장 어려운 시험대가 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다저스 코칭스태프 역시 이 점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칭스태프 성향과 성적 요소 등을 감안했을 때 위기 신호가 나타난다면 코칭스태프는 류현진을 마운드에 그리 오래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얘기하면 퀵후크의 여지가 그 어느때보다도 강한 등판이라는 것이다.

일단 류현진은 불펜에 공을 넘기기 전까지 어떻게든 팀 승리가 멀어지지 않게끔 하는 역할만큼은 꼭 해줘야 할 것이다. 물론 이닝을 많이 소화하고 무실점으로 가는 것이 좋은 시나리오겠으나, 콜로라도가 상대라면 이는 가장 어려운 미션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개인 성적 욕심보다는 우선 승리 기회를 날리지 않고 마운드를 잘 지켜내는 것을 1차적인 목표로 하고 이후 등판 상황을 고려해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려운 상대를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마주하게 된 류현진. 그래도 작년에 비해 개인 컨디션이나 구위가 좋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과연 작년과 달라진 공의 힘을 살려 다른 결과를 만들고 '콜로라도 공포증'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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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다저스 선발등판 콜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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