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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 고래특구 장생포옛마을에 전시된 고래해체 모형
 울산 남구 고래특구 장생포옛마을에 전시된 고래해체 모형
ⓒ 고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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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에서 1380마리의 대형 고래류가 포획되었지만 한국이 유일한 불법포경국으로 조사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포경위원회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전 세계에서 1380마리의 대형 고래류가 포획되었고 이중 일본이 과학포경으로 596마리를, 포경 찬성국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가 상업포경으로 각각 432마리와 17마리를 잡았다.

또한 캐나다, 덴마크 그린란드, 미국 알라스카, 러시아 추코트카 등지에서 원주민들이 생존포경으로 333마리를 잡았는데, 한국이 유일하게 불법포획으로 밍크고래 두 마리를 잡은 것으로 보고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이 불법포획이라고 보고된 이유는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이 국내법으로 포경이 허용되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포경을 불법으로 규정했음에도 여전히 불법으로 포경을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이 유일한 불법포경국으로 국제사회에 보고된 것이다.

해양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17일 입장을 발표하고 이같은 불법포경국의 불명예에 더해 지난 14일 브라질 플로리아노폴리스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67차 총회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표결 행태가 기회주의적이라며 아울러 비난했다.

총회에서는 일본이 의장국 지위를 이용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돈벌이 목적의 상업포경 재개안을 내놓으면서 1986년 이후 유지되어 왔던 상업포경의 무기한 유예조치 철회를 시도했는데 이를 결정하는 표결에서 한국이 기권을 한 것이다.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한 포경재개를 묻는 표결 결과, 총 89개 회원국 가운데 27개국 찬성, 41개국 반대, 2개국 기권으로 일본의 상업포경 재개 제안은 부결됐다.

이를 두고 핫핑크돌핀스는 "포경업자들의 압박에 휘둘려온 한국 정부는 과학포경이라도 재개하고 싶다며 포경 찬성 입장을 조심스레 밝혔지만, 국제사회의 첨예한 비판이 쏟아지자 꽁지를 내리고 슬그머니 포경 재개 입장을 철회하고 말았다"고 평했다.

핫핑크돌핀스는 "한국은 상황을 지켜보며 국제 동향을 주시해오다 최근 일본의 막무가내 포경재개 방침에 영향 받은 나라들이 늘어가자 은근히 상업포경이 재개되지 않을까 기대했고, 올해 총회에서 여전히 포경 반대가 좀더 강해지자 또다시 의견 표명을 미룬 채 기권하고 만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포경에 대해 이런 식의 기회주의적 입장을 지난 30여년간 유지해왔는데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상업포경 재개 표결에 기권한 이유는?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왜 이처럼 유일한 불법포경국이 되었고, 또한 상업재개 표결에 기권하면서 해양단체로부터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이번 총회 첫날 한국 대표로 참가한 강인구 해양수산부 국제협력총괄과장이 발표한 '포경에 관한 한국 정부 입장문'에서 엿볼 수 있다.

"한국은 오랜 포경 전통을 갖고 있으나 1986년 이후 국제포경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모든 포경을 중단하고 관련 규정을 잘 준수하고 있으며 불법포경을 단속해온 한국 정부의 충심을 회원국들이 알아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포경문화가 끊어지면서 포경을 업으로 삼아온 한국 어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으니 기회가 되면 포경을 재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국제사회의 결정을 정면으로 어기면서 막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한국은 IWC의 결정을 따르는 국제사회의 충실한 구성원입니다."
- 입장문 중에서


결국 한국 정부가 포경을 재개하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면서 세계 여론 눈치를 본다는 것이 해양단체의 지적이다.

특히 핫핑크돌핀스는 한국이 불법포경국이 되는 이유를 허술한 사법체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불법 포경을 엄격하게 단속하기는커녕 울산의 일부 검사가 여러 정황상 불법 포획이 뻔해 보이는 고래고기 장물 21톤을 포경업자들에게 환부해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게 하고도 아무런 진상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점을 들었다. (관련기사 : 수십억대 고래고기 되돌려준 검찰, 환경단체가 경찰에 고발)

또한 수차례 포경 전과가 있는 업자들에게도 단순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이들이 풀려나자마자 다시 바다의 로또를 노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울산, 부산, 포항 등지에서는 불법이 의심되는 고래고기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이는 모두 혼획 고래의 유통을 허용하는 허술한 사법체계와 고래 포획이 중범죄가 아니라는 안이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매년 2천 마리에 이르는 고래류가 우연히 그물에 걸린 혼획으로 죽어 가는데도 실질적인 보호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이유는 사법기관부터 주무 관청인 해양수산부 공무원들 그리고 고래고기를 즐기는 일부 시민들에 이르기까지 불법을 뿌리뽑아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핫핑크돌핀스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정부는 한국 해역에 유일하게 남은 대형 고래인 밍크고래를 지금이라도 즉시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불법포획을 불러오는 고래고기의 유통을 전면 금지해야 할 것"이라면서 "그것이 지금 한국에서 고래를 보호하느냐 아니면 포경을 찬성하느냐 갈림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16년 울산 남구 장생포 고래문화특구에서 열리는 '울산고래축제' 를 앞두고 경찰이 밍크고래 27톤 시가 40억 원 상당의 밍크고래 불법포획 유통업자 및 식당업주를 검거했다. 하지만 1년 후인 2017년 이 사건을 지휘한 울산지검이 당시 포경업자들에게 이중 일부인 21톤을 돌려준 사실이 확인돼 해양단체가 담당 검사 등을 고발했었다.

하지만 해당 검사의 해외연수 등으로 수사가 지지부진하면서 "검찰이 경찰수사를 방해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거셌다.

이에 울산지검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와 지난 13일 울산대학교 산학협동관 국제회의실에서 이를 해명하기 위한 '고래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학술 세미나'를 열었다.

검찰은 세미나에서 "유통증명서가 없는 고래 고기라 해도 불법 포획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서 "만연해 있는 고래의 불법 포획과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그:#울산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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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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