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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여행을 다녀와 그 내용이나 소감을 정리한 책들은 많습니다. 여행이 그러하듯 책으로 출판되는 기행문 또한 양식이나 방법, 내용에서 각양각색 천차만별입니다.

오래전에 출판된 대개의 기행문들은 세세히 묘사한 글로 상상력을 이끌어 가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그러다 책을 내는 게 특정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닌 게 되고, 디지털 사진기가 흔해지면서 사진을 곁들인 기행문들이 대세를 이룬 지 오래됐습니다.

따라서 사진을 곁들인 기행문 정도라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출판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눈으로 본 모습들, 풍경, 거리, 모습 등은 물론 느낌까지를 그림으로 기록한다는 건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 지은이 배종훈 / 펴낸곳 ㈜더블북코리아 / 2018년 8월 27일 / 값 15,000원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 지은이 배종훈 / 펴낸곳 ㈜더블북코리아 / 2018년 8월 27일 / 값 15,000원
ⓒ ㈜더블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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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지은이 배종훈, 펴낸곳 ㈜더블북코리아)은 1인 5역, 서양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여행작가, 그리고 중학교 국어교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도보로 일본 와카야마와 오카야마 그리고 아키타를 여행하며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스케치한 기행 에세이입니다.

잘 포장된 선물세트처럼 같은 일정에 같은 곳을 방문해 같은 설명을 듣는 패키지여행에서는 느낄 수도 없고 경험할 수도 없는 일정을 그림으로 터치한 소감에 글로 채색을 한 독특한 기행 에세이입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순간적으로 담아낼 뿐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붓질로 그려낸 그림에는 파고들거나 스며들어야만 느낄 수 있는 서사는 물론 서정까지도 담겨 있습니다. 미처 그림으로 담아내지 못한 속내는 연지곤지를 찍듯 글로 덧대니 전설은 물론 느껴야만 묘사할 수 있는 느낌까지도 담겨있습니다.
 
산티아고에서도 그랬고, 도보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길에 놓인 신발 한 짝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저 신발의 주인은 한 짝만 신고 어디로 갔을까? 하는 것이다. 이곳에 신발 한 짝만을 남기고 떠나야 했던 그 사람에겐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 -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082쪽
 그 찰나의 한순간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다. 거리가 보이는 작은 찻집에 들어가 창가에 앉아 종이를 펴고 펜을 꺼내 준비를 마쳤지만 마음이 혼란스러운지 집중이 되질 않았다.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조차 세상에서 나 혼자 소음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았다. -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260쪽
 
어떤 그림은 먹물 진하게 배인 짚신을 신은 어느 나그네가 남긴 발자국처럼 정처 없어 보입니다. 또 어떤 그림은 외로운 마음을 더 외롭게 할 스산한 풍경처럼 느껴지지만 그림을 더듬어 가는 마음은 어느새 순례자와 동반합니다.

추억 더듬게 할 되새김질 같은 그림

같은 음식을 먹어도 몇 번 씹지 않고 꿀꺽 넘기게 되면 당장의 허기는 해결되지만 음미해야만 챙길 수 있는 맛은 놓치기 십상입니다. 일본이 멀지 않은 나라이니 저자가 걸었던 곳을 이미 다녀온 사람도 적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미 꿀꺽 삼키듯 다녀온 사람에겐 그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그 무엇인가를 여행에서 챙길 수 있는 뒷맛으로 가져다 줄 되새김질 같은 그림, 보충설명 같은 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선문답처럼 툭툭 던져놓은 글에서 느낌으로 채색된 삶의 여정을 보고, 뚝뚝 떼어서 옮겨놓은 듯한 그림에서 마음 없이도 세상을 풍자하고 있는 허수아비의 여유로움을 보게 됩니다.

발품 팔아 가슴으로 붓질해 그리고, 마음 듬뿍 묻혀 손품으로 지어낸 여정이기에 일독(一讀)으로 동행하는 여행은 별똥별을 꿈꾸는 동심만큼이나 자유로운 행복일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 지은이 배종훈 / 펴낸곳 ㈜더블북코리아 / 2018년 8월 27일 / 값 15,000원


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배종훈 지음, 더블북(2018)


태그:#마음을 두고 와도 괜찮아, #배종훈, # ㈜더블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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