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널 기다리며>에서 살인범 민수 역을 맡은 배우 오태경.

배우 오태경은 영화 <조난자들>, <널 기다리며>, <꾼> 등에서 활약했다.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에선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한 인물로 등장하기도 했다. ⓒ 이정민

  

셀 수 없을 여러 커플이 식을 올렸을 한 예식장에선 낯선 음악이 흘러나왔다. 힙합 음악에 신랑과 신부가 어깨춤을 추며 등장했다. 흥이 오른 듯 혹은 긴장감을 누르듯 두 사람은 하객들을 향해 함께 리듬을 탈 것을 주문하며 짧은 행진을 마쳤다.

"결혼을 앞둔 사람의 밥을 함부로 얻어먹는 게 아니었습니다." 재치 있게 식을 진행하기 시작한 사회자는 다름 아닌 배우 노형욱이였다. 신랑과는 오래전 드라마 <육남매>(1998)에 함께 출연했고, 그 인연으로 결혼식의 사회를 맡은 것. 축가는 신랑의 초등학교 동창이자 1990년대 여러 히트곡을 냈던 그룹 유피(UP) 출신 가수 박상후였다. 

사실 이 모든 건 그가 기획한 하나의 기획 행사였다. 오랜 기간 사귀면서 결혼까지 결심하게 한 상대와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양가 부모님 역시 흔쾌히 동의한 행사였다. 그래서인지 신부의 아버님 역시 신부와 등장하면서 힙합 리듬에 몸을 맡기는 모습을 보여 몇 차례 폭소가 나오기도 했다.

절정이었던 건 신랑 아버지의 축사 때였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평생 아름다운 사랑을 하라' 류의 뻔한 말이 아닌 꽤 충격적인 말을 양가 친척, 하객들이 모인 자리에서 던진 것. 오롯이 신부에게 던진 말이었다. "혹시나 내 아들이 엉뚱한 짓을 한다거나 하면 즉시 연락바란다. 절반 정도 죽여놓을 테니..."

"네!"

식장이 쩌렁 울릴 정도로 크게 대답한 이는 신부가 아닌 신랑이었다. 일련의 상황에 하객들은 다시 한번 크게 폭소했다. 이처럼 누군가에겐 추억일 인물들이 예식 곳곳에 자리하며 진심 어린 축하를 주인공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배우 오태경과 신부 이윤미씨가 지난 1일 화촉을 밝혔다.

배우 오태경과 신부 이윤미씨가 지난 1일 화촉을 밝혔다. ⓒ 오태경

 
 배우 오태경과 신부 이윤미씨가 지난 1일 화촉을 밝혔다.

ⓒ 오태경

 
 배우 오태경과 신부 이윤미씨가 지난 1일 화촉을 밝혔다.

ⓒ 오태경

 
신랑과의 인연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 <낯술>로 호평받았던 노영식 감독의 <조난자들>의 주연을 맡은 신랑을 인터뷰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목숨 걸고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던 그의 에너지가 지금도 기억난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주목받다가 갑상샘 항진증을 앓은 뒤 잠시 주춤했던 뒤에도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온 그의 뚝심, 그리고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 매료돼 연락처를 물었다.

배우와 기자의 만남은 사실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관계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과 마음으로 우린 그 이후로 몇 번을 만났다. 때론 술잔을 기울였고, 때론 차를 마셨다. 지금의 신부와도 함께 셋이서 본 적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친한 지인을 소개하길 주저하지 않았고, 나 역시 기자가 아닌 그의 동갑내기 친구로서 속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

그래서 그의 결혼식에 초대받았을 때 내 마음은 조금은 특별했다. 그가 노영식 감독에게 표했던 그 열정을 품고 그는 이후에도 여러 오디션에 도전했고, 영화 <꾼>에서 인상 깊었던 첫 장면을 장식하거나 옴니버스 영화 <더 팬션>의 한 에피소드를 지탱하기도 했다. 또한 정말 원했던 몇 작품에서 떨어졌을 때 아쉬움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신랑 신부의 퇴장 시간. 여느 클래식 피아노 음악이 아닌 특별한 음악이 흘렀다. 신랑의 아버지이자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외길 인생을 걸은 오광연씨가 직접 퇴장 음악을 연주한 것. 진심을 담은 박수가 그들 곁에서 한동안 계속됐다.

지난 9월 1일 소소하면서도 특별했던 결혼식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그의 이름을 적어도 업계 관계자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미모의 신부' 이윤미씨와의 앞날을 축복하며, 배우 오태경의 재능과 열정이 더욱 쓰임 받길 바라본다. 
오태경 육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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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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