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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계곡가에 핀 9월의 꽃 꽃무릇. 화려하지만 단아하고, 아름다우면서 기품이 있다.
▲ 꽃무릇 선운사 계곡가에 핀 9월의 꽃 꽃무릇. 화려하지만 단아하고, 아름다우면서 기품이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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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 하면 꽃무릇이다.

세상을 다 품은 듯 한 아름 오므린 꽃잎과 가늘고 날씬하게 뻗어 올라간 꽃술. 보면 볼수록 잡념을 잊고 빠져들게 하는 붉은 매력의 꽃. 두툼하고 화려해 캔버스에 그린 유화 같은 꽃.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꽃술의 연약한 감성이 도화지에 그린 수채화 같은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꽃. 더구나 올해는 추석 연휴 때도 붉은 꽃밭을 볼 수 있어 감상의 적기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꽃무릇. 지금은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 됐지만, 여전히 넓은 군락을 이룬 꽃무릇은 흔하지 않다. 군락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꽃무릇이 군락을 이룬 곳은 시기에 맞춰 사람들이 많이 찾아간다. 축제도 열린다.

오랫동안 꽃무릇 여행지 하면 흔히 3대 꽃무릇 군락을 이야기해 왔다. 가장 오래되기도 했고, 규모도 서로 엇비슷할 정도로 크다. 지역적으로도 거리가 가까워 1박 2일 정도 날을 잡으면 모두 가볼 수 있다.
 
용천사 뒤편 숲속에 이렇게 그윽한 곷무릇 군락이 있다. 보통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 함평 용천사 꽃무릇 군락 용천사 뒤편 숲속에 이렇게 그윽한 곷무릇 군락이 있다. 보통 이곳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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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군락은 전북 고창 선운사 일대와 전남 영광 불갑사 일대, 함평 용천사 일대 세 곳이다.

세 곳 모두 국내 최대 규모임을 주장하며 경쟁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보기에 규모는 비슷하다. 어떤 사람들은 어디가 더 넓다 하며 다양하게 의견을 주고 있지만, 대충 입구만 보고 오거나 사찰까지만 다녀온, 혹은 제대로 둘러보지 않은 견해일 뿐이다. 실제로 구석구석 다녀보면 규모는 어디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

무엇보다 그늘진 곳에서 잘 자라는 꽃무릇의 특성상 지금도 주변 숲에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규모'라는 하나의 잣대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세 곳의 지방자치단체들이야 홍보 목적으로 '우리가 최대'임을 내세우지만, 굳이 그 홍보에 휘둘릴 이유는 없다. 따라서 쓸데없는 규모 논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대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주변 환경과의 어울림이며 지속적인 보존 노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운사 입구의 꽃무릇 군락은 정리와 보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군락지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정비가 필요하다. 많이 훼손됐다.

참고로 이곳들을 둘러보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해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개 9월 20일 전후이며 올해도 비슷하다. 함평 용천사 일대가 조금 빠르고, 고창 선운사 일대가 조금 늦다.

다만 매년 축제를 여는 영광군과 함평군 모두 추석 연휴 이전에 축제 행사를 끝낸다. 다른 해보다 조금 이르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분들도 서둘러 축제를 치르고 집에서 추석을 지내야 하니 말이다.

어쨌든 축제 기간과 상관없이 추석 연휴 때도 그 붉은 융단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연휴기의 여행지로 부족함은 없다.
 
선운사 계곡 옆, 절정기의 꽃무릇이 화려한 물결을 이룬다.
▲ 고창 선운사 꽃무릇 군락 선운사 계곡 옆, 절정기의 꽃무릇이 화려한 물결을 이룬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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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선운사 꽃무릇 군락과 선운산

선운사는 사계절 가볼 만한 이유가 있는 수려한 사찰이며, 선운사를 안고 있는 선운산 일대의 풍경도 내세울 만하다.

선운사 일대의 꽃무릇 군락은 선운사 입구부터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매표소까지 이미 좌우로 넓게 군락이 펼쳐지기 때문에, 여기에 매료된 사람들은 더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입장료를 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만 구경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실제로 선운사 일대에서 가장 넓고 평평하게 군락이 펼쳐진 곳은 이곳이다. 좌측 계곡 너머의 꽃무릇 군락이 운치가 있지만, 지금은 보호를 위해 막아 놓았다.

선운사 매표소에 들어가기 전 오른쪽 숲 일대의 꽃무릇 군락이 워낙 넓어 꽃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유달리 많다. 연휴나 공휴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여러 꽃무릇 군락을 다녀보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만으로도 크게 만족한다.
 
선운사 계곡을 따라 조용히 걸어가며 만나는 수많은 꽃무릇 군락들이 깊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 선운사 숲길  선운사 계곡을 따라 조용히 걸어가며 만나는 수많은 꽃무릇 군락들이 깊고 아늑한 느낌을 준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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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선운사로 들어가는 길은 양옆으로 꽃무릇 천국이다. 그윽한 계곡을 따라 깊은 숲속 나무들 아래 자라는 꽃무릇은 다양한 모습으로 시선을 자극한다. 개인적으로는 선운사 일대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이었다. 계곡 가에 한두 송이, 혹은 무리 지어 피어 있는 꽃들은 사진가들의 촬영 대상으로 인기가 높다.

보통 선운사계곡과 산책길을 따라 꽃무릇 군락은 끊이지 않고 길게 이어진다. 선운사까지만 갔다가 돌아 나오는 사람들은 선운사 일대 꽃무릇의 매력을 반 이상 못 본 거나 마찬가지.

군락은 크게 혹은 작게 길 따라 도솔암 내원궁까지 이어진다. 길이 험하지 않고 비교적 평탄해 남녀노소 누구나 도솔암까지 힘을 들이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이 길가에 꽃무릇이 끊임없이 이어지니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선운사 입구 군락과는 달리 경사면에서 쑥쑥 뻗어 올라가 있어 시원스럽다.
▲ 선운사 도솔암 내원궁 가는 길의 꽃무릇 군락  선운사 입구 군락과는 달리 경사면에서 쑥쑥 뻗어 올라가 있어 시원스럽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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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군락은 도솔암에서 내원궁 오르는 지점에 있는데, 가파른 경사면에 군락으로 화려하게 피어 있어 선운사 일대의 다른 군락지들보다 아름답고 깊이가 있다.

꼭 꽃무릇이 아니라도 선운산은 올라가 볼 만한 수려한 산이다. 긴 코스가 아닌데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기암괴석의 풍경이 눈을 즐겁게 자극하기에 좋다. 길이 크게 험하지 않고, 장사송, 도솔암 마애불, 용문굴, 천마봉, 낙조대 등 명소들의 풍경이 이어져 지루하지 않다.

특히, 도솔암 마애불은 높은 절벽에 새긴, 높이 17m의 거대한 마애불상으로,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군이 감실에 있는 비기를 꺼내 보았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을 바라는 농민의 바람과 동학의 혁명적 사상이 결합해 만들어진 전설이다.
 
가을 맑은 날 선운사 대웅보전과 안마당은 아늑하고 평온하다.
▲ 선운사 앞마당  가을 맑은 날 선운사 대웅보전과 안마당은 아늑하고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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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길에 가볍게 선운사를 들러보자. 선운사에 들어서면 넓은 안마당과 만세루, 대웅보전을 마주한다. 규모가 큰 만세루를 옆으로 지나 정면의 대웅보전(보물 제290호)을 보면 단아하면서 섬세한 구조가 눈을 즐겁게 한다. 대웅보전 아래에는 여름철에 붉은 꽃을 피우는 백일홍이 심어져 있고, 긴 석축과 아담한 돌계단이 인상적이다.

오직 꽃무릇만 보러 가기에는 아까운 선운사와 선운산이다. 꽃무릇을 따라 선운사까지만 갔다가 돌아오지 말고 천마봉과 낙조대, 아니면 최소한 도솔암 내원궁과 마애불까지는 다녀오자.
 
선운산 산행으로 천마봉에 올라 내려다보면 도솔암과 마애불 일대가 훤히 전망된다. 아기자기한 선운산 풍경이 지루하지 않다.
▲ 천마봉에서 바라본 도솔암 일대  선운산 산행으로 천마봉에 올라 내려다보면 도솔암과 마애불 일대가 훤히 전망된다. 아기자기한 선운산 풍경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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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천장어의 본고장, 고창에서 민물장어구이를

고창은 풍천장어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20여 년 전부터 풍천장어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복분자 술과 어울린 최상의 조합으로 인정받고 있다. 선운산에서 서해로 흘러 들어가는 주진천(인천강이라고도 한다)에서 잡히는 장어를 풍천장어라 하는데, 바닷물과 강물이 어우러지는 지점에서 바다에 물이 들어올 때 육지로 바람을 몰고 들어온다 해서 풍천장어라 이름 붙었다고 한다.

즉,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고 바람이 많이 부는 하천 하류를 풍천이라고 부르는 것이니 풍천이라는 이름이나 지명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풍천장어는 육질이 담백하고 쫄깃한데, 특히, 늦가을 산란기에 하류에서 잡히는 장어가 최고로 맛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일본 배들이 장어를 휩쓸어 잡아가고, 이후에도 보양식이라는 이유로 많이 잡아 거의 씨가 말랐다. 진짜 자연산 장어는 구경하기 힘들고, 모든 식당들은 양식산 장어를 식탁에 낸다.

하지만, 이 지역 특유의 양념과 조리법을 가진 각 음식점들이 저마다의 비법으로 장어구이를 내면서 전국적으로 소문난 장어요리촌을 만들었다. 오가며 맛을 보는 것도 괜찮다.
 
선운사 진입로에 들어앉은 많은 민물장어구이집들은 저마다 나름의 비법과 소스로 장어구이의 맛을 다양하게 살려내고 있다. 사진은 장어 복분자구이와 고추장구이
▲ 민물장어구이 선운사 진입로에 들어앉은 많은 민물장어구이집들은 저마다 나름의 비법과 소스로 장어구이의 맛을 다양하게 살려내고 있다. 사진은 장어 복분자구이와 고추장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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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주소: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문의: 도립공원 선운산 관리사무소(063-560-8681)
*입장료: 어른 3천 원, 청소년 2천 원, 어린이 천 원
*주차장: 200대 이상 수용 가능

* 가는 법: 자가용으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22번 국도 영광 방향 8km 진행→선운사 입구 삼거리에서 좌회전, 3km 진입하면 관광단지 주차장이 나온다. 대중교통으로는 고창터미널에서 선운사까지 하루 32회(직행 8회), 흥덕버스터미널에서 선운사까지 50분 간격 운행, 광주종합버스터미널(062-360-8114, www.usquare.co.kr)에서 선운사행 직행버스가 하루 8회 있다.

(*다음 편에 계속)

태그:#꽃무릇, #고창 선운사, #선운산, #민물장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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