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

여자농구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 ⓒ WKBL

 
단일팀 아닌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스페인 테네리페 여자농구 월드컵 참가

지난 7월,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대표팀이 처음 소집되었을 당시 결승행을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단일팀으로 나선다고 해도 중국과 일본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우선 골밑이 허약했다. 로숙영이 합류하기는 했지만 박지수의 합류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믿을 만한 자원이었던 곽주영 역시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어려워졌다. 따라서 정통 센터 자원은 김소담 뿐이었고, 가드와 포워드 역할을 수행하는 김한별이 로숙영과 함께 센터 라인에서 호흡을 맞출 것이었기에 대표팀의 높이는 너무나도 약했다.

그리고 수년간 호흡을 맞추며 대표팀을 이끌었던 포워드진도 모두 부상으로 낙마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세대교체의 핵심이었던 김단비, 리우 올림픽 예선전의 영웅 강아정,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김정은이 모두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가드진이 강한 것도 아니었다. 박혜진을 제외하고는 믿고 쓸 수 있는 가드는 없었다. 그리고 박혜진마저도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활약을 펼치는 것은 이번 아시안게임이 처음이었다.

이러한 악재 속에서 출발한 여자농구 대표팀의 초반 성적은 상당히 참담했다. 첫 경기 인도네시아전에서 대승을 거두었지만, 예선 2번째 경기에서 대만에게 발목을 잡혔다. 로숙영과 김한별이 맹활약했지만, 외곽에서의 지원이 너무나도 적었고, 상대에게 많은 리바운드를 허용하면서 패배를 기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회를 치를수록 손발이 맞아돌아가면서 대표팀은 점점 강해졌다. 그리고 박지수가 WNBA에서 돌아오면서 정점을 찍었다. 8강에서 태국을 106-63으로 대파한 여자농구 대표팀은 운명처럼 4강에서 예선전에서 연장 끝에 패했던 대만을 다시 맞이했다.

이번에는 결과가 완전히 달랐다. 초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대표팀은 대만을 89-66으로 꺾었다. 박지수가 골밑을 든든히 지킨 덕에 선수들은 마음 놓고 외곽슛을 쏠 수 있었고, 수비 상황에서도 상대 가드들을 더욱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다. 뒤늦게 팀에 합류한 박지수는 수차례의 블록슛과 리바운드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대만을 꺾고 마주한 결승 상대는 중국. 세대교체에 성공한 중국은 2m 이상의 선수도 2명이나 있었고 190cm대 장신 포워드들도 다수 포진해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하는 상대였다.

대표팀이 빠른 스피드와 박지수-로숙영 더블 포스트를 앞세워 덤빈다고 해도 중국을 넘기는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자 대표팀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로숙영이 초반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흔들렸지만, 박지수는 오히려 상대 센터들을 상대로 한 수 위의 기량을 뽐내며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로숙영이 코트에 오랫동안 있었더라면 충분히 중국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71-65. 중국의 6점차 신승이었다. 결과적으로 남북 단일팀이 중국을 넘는 것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우선 결승전에서는 로숙영이 뛴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박지수 합류 전 대표팀은 로숙영 원맨 팀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로숙영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로숙영은 상대의 집중 견제에 막혔고 일찌감치 파울 트러블에걸리면서 20여분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특히 승부처였던 3쿼터 막판부터는 퇴장으로 아예 벤치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 남은 선수들이 힘을 냈다. 38세 노장 임영희는 4쿼터 막판까지 지치지 않는 모습으로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냈고, 거의 풀타임을 소화한 박혜진의 활약도 빛났다. 김한별도 골밑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박지수의 활약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식스맨으로 나선 박하나까지 쏠쏠한 활약을 펼치며 단일팀은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경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반가운 이유는 바로 9월 22일부터 열리는 2018 스페인 테네리페 여자농구 월드컵 때문이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남북 단일팀이 아닌 대한민국 대표팀으로 월드컵에 나선다. 아시안게임에 합류했던 로숙영, 장미경, 김혜연 대신 김정은, 김단비, 심성영이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했고 백지은이 김소담의 대체 선수로 12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A조에 편성된 여자농구 월드컵 대표팀은 22일부터 프랑스(세계랭킹 3위), 24일 캐나다(세계랭킹 5위), 25일 그리스(세계랭킹 20위)를 차례로 만난다. 모두 현재 한국에게는 버거운 상대들이다. 1승을 거두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여자농구 대표팀은 아시안게임에서도 반전을 만들어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호흡이 점차 절묘하게 맞아떨어져갔고, 이에 힘입어 은메달이라는 행복한 결말을 맺을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여자농구 대표팀은 국제 대회에 나설 때마다 아쉬움만을 남겼다. 2015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중국, 일본을 넘지 못했고, 2016 프레올림픽에서는 벨라루스에게 막혀 리우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작년에도 일본, 중국, 호주에 밀려 4위에 만족해야 했다. 

과연 달라진 여자농구 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이정엽
여자농구 월드컵
댓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