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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5월 19일 오후 3시께, 계엄군들이 광주 금난로와 충장로로 출동, 전 지역을 들쑤셔대는 모습.
 1980년 5월 19일 오후 3시께, 계엄군들이 광주 금난로와 충장로로 출동, 전 지역을 들쑤셔대는 모습.
ⓒ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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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김선옥씨는 전남도청에서 학생수습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계엄사령부로 연행돼 고문을 당하다가 석방 직전 수사관에 의해 인근 여관으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고등학생 이아무개씨는 귀가 도중 공수부대원들에게 끌려가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다른 여성들의 피해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8년이 지났다. 그동안 광주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38년 전 5월 광주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위의 두 사건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5.18과 여성 성폭력,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 발족 긴급현안 세미나'에서 임태경 민족문제연구소 이사가 발표한 피해 사례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 당시 국가권력에 의한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따른 인권유린과 폭력‧학살‧암매장 사건 등을 조사하여 은폐된 진실을 규명함으로써 국민통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다. 지난 3월 13일에 제정됐고, 9월 14일부터 시행된다. 국방부에서는 지난 11일 이 특별법의 시행령을 공포했다.

그러나 해당 법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법'이다. 진상규명의 주체인 '진상규명위원회'가 아직도 구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상규명위원 추천 명단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실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상규명의 범위'에 성폭력 사건을 추가하는 특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서두에 제시한 사례들처럼 아직 밝혀야 할 과제가 산적했는데 정작 위원회는 첫 발도 떼지 못하게 됐다.

1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광주 북구을)은 "국회가 직무를 유기했다"라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번에 시행되는 특별법의 제정 단계부터 크게 기여한 1등 공신이자,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인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애초 20분 정도 예정돼 있던 인터뷰는 1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아래는 최경환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계엄군과 공수부대에 의한 성폭력도 조사해야 한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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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골자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5.18광주민주화운동은 38년 전 광주와 그 일원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다. 민주주의 역사에서 5.18은 금자탑과 같은 역할을 했고, 많은 시민이 무고하게 그리고 비참하게 희생됐다. 그러나 국회에서 청문회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새로운 사실도 나타났다. 국방부 5.18특조위가 '군 헬기가 시민들을 향해 기총 사격을 했다' '전투기가 출격 대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다.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5.18은 아직 국가 차원에서 공인한 정부 보고서가 없다.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역사인 것이다. 이런 보고서가 나와줘야 역사 기록의 기준이 생긴다. 이후에 5.18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할 근거가 되는 것이고, 역사 교과서에도 어떻게 5.18을 다뤄야 할지 준거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새로이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됐다.

나를 포함해 여러 의원들이 뜻을 모아 지난 3월에 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늦게나마 진상조사 특별법이 만들어진 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발포책임자를 특정해야 한다. '전두환이 발포 명령을 내렸다'라고 특정해줘야 유족의 한이 씻길 것이다."

- 해당 법의 일부개정법률안 두 건을 대표 발의했다. 하나는 위원회 조사관 숫자를 늘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진상규명 범위를 추가하는 것이다. 어떤 부분을 추가하려고 하는가?
"현재 특별법의 진상규명 범위에는 공권력에 의한 사망, 암매장, 인권 유린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5.18 당시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 물론 '위원회가 이 법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건'도 명시돼 있기 때문에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래도 자칫 다른 진상조사 범위에 비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경시될, 가볍게 다뤄질 소지가 있는 것이다. 5.18 당시 계엄군과 공수부대에 의한 여성 성폭력 혐의가 다수 있는 상황이다. 법에도 성폭력 관련된 부분을 명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진압군과 군수사관들로부터 성폭행이나 성고문을 당한 여성들이 심한 후유증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언과 제보가 잇따르고 있음. 이에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하여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 이에 2018년 9월 14일부터 시행되는 현행법에서 정하고 있는 진상규명의 범위에 성폭력 사건에 대한 내용을 명시하려는 것임."
-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 발의 취지 중에서
 
- 혹시 파악하고 있는 사례나 제보를 받은 사건이 있는가.

"지난 38년 동안 사실 여러 보고가 있었다. 언론에도 많이 보도가 됐지만, 최소 10건에서 많게는 25건이 알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여자 대학생들이 계엄군에게 조사를 받은 후 석방되기 전날 성폭행을 당한 사건이다. 피해자들 중에는 그 충격으로 부모가 돌아가시거나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 경우도 있다. 공수부대원 5명에 의한 집단 성폭행 당하고 정신적 충격으로 행방불명이 됐다는 제3자의 이야기도 있다.

그 당시 정치·사회 환경을 볼 때 여성들의 피해가 아주 컸으리라 생각한다. 6차 보상까지 이뤄졌지만, 치욕과 수치심,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 인해서 피해자임에도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 아닌가.

모든 문제가 그렇지만, 특히 성폭력 문제는 위원회에서 특별한 준비 없이 조사하면 안된다. 남성 조사관이 아닌 여성 조사관이 직접 조사에 나서야 한다든가, 구체적인 비밀보장 요건을 마련한다든가, 성폭력 전담 조사위원을 선정한다든가..."

"청와대·여당도 책임 있어... 한국당은 장난치려 하면 안된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최 의원 방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최 의원 방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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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여야가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추천 명단을 제출하지 않아 사실상 출범이 어려워졌다. 이에 대한 문제가 심각할 것 같다.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고, 화가 난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이 시점까지 추천 위원 명단도 제출하지 않는 건 이 법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다. 광주 시민들과 5.18 영령들에 아주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각 정당들이 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누구보다도 더 법을 지켜야 할 입법부의 정당들이 법을 해태하는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부칙 2조에 위원이나 조사관들은 법 시행일 이전에도 준비행위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에 미리 사전작업을 하도록 말이다. 그런데 지난 3월에 통과되고 6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대체 뭘 한 거냐. 법은 9월 14일 시행되지만 위원회가 안 만들어졌기 때문에 출범 못한다. 사무실도 없다. 조사관도 없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당 모두 움직이지 않다가 이제 와서 추천한다고 한다. 이미 법을 위반했다고 본다.

이건 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당도 반성해야 한다. 대통령께서 지난 5월 18일에 얼마나 감동적인 연설을 했는가. 그런데 그러면 뭐하나. 정작 여당은 청와대에 공을 넘기고, 청와대는 여당에게 공을 떠넘겼다. 민주당이 진짜 그러면 안된다. 청와대도 마찬가지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기 전에 청와대에서 챙겨주셨어야 한다. 이번 대정부질의 때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물어볼 것이다."

- 민주평화당에는 위원 추천권이 없는가.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 추천권이 없다고 보도가 나갔는데 그렇지 않다. 특별법에 따르면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은 총 9명이다. 국회의장이 1명, 대통령이 소속돼 있거나 됐던 당 4명,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 야당 포함해서 4명을 추천하게 돼 있다. 비교섭단체도 위원 추천권이 있다고 분명히 명시돼 있다. 원래는 야당 몫 4명 중 한국당에서 2명 추천하고 바른미래당 1명 그리고 평화와 정의가 1명 추천하기로 했다. 그런데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가 깨졌으니, 남은 1명을 자기네가 행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묘안이나 해결책이 있는지?
"민주평화당은 1명을 이미 내정해 추천한 상태다. 만약 김성태 원내대표가 계속 고집을 부린다고 하면, 우리 추천 몫을 민주당의 4명 중 1명으로 포함하는 협의까지 해놓은 상태다. 위원회를 일단 출범시키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가지고 고집할 생각은 없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께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어느 정도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 정작 진짜 우려되는 부분은 따로 있다."

- 그게 뭔가.
"가장 우려하는 건, 자유한국당이 위원 추천을 제대로 하겠냐는 것이다. 이 법은 진상조사를 하기 위한 법이지, 진상조사를 지체시키거나 방해하자는 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진상조사에 대한 의지가 충만한 사람을 추천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한국당이 엉뚱한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와 의혹을 갖고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얼마나 많은 논란이 있었나. 자칫하면 위원회 구성이 잘못돼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위원회는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위원들의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논란이 생기면서 위원회 안에서 치고 박고 시간을 잡아먹으면 안된다. 위원회 활동 시간이 고작해야 기본 2년에 연장 1년이다. 이미 출범도 못하면서 시간을 또 까먹게 생겼다. 그런데 조사 범위는 엄청 넓다. 사망사건은 기본이고, 암매장 사건 같은 경우는 발굴도 진행해야 한다. 헬기 사격, 성폭력, 5.18을 왜곡했던 조작행위, 파기하고 조작한 기록들... 아직도 광주에는 얼마나 한 맺힌 사람이 많은데... (한국당은) 5.18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

심지어 보수 야당에서 광주에 북한군 특수부대 개입설 같은 말도 안되는 주장에 대해서도 진상조사해야 한다고 나섰다. 5.18단체들이 이 부분을 양해해주셨다.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다. 우리도 일단 위원회가 구성돼야 하니 '좋다, 그러면 북한군 개입설이 조작된 거라면 조작된 것까지 밝히자'고 했다. 이 모든 걸 2년 동안 50명이 하려면 택도 없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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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