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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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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는 동안, 전직 법관인 변호사가 빼돌린 재판기록을 대부분 파기해 '증거인멸'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검찰은 "수사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밝혔다. 문건을 파기한 변호사는 "법원이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자료를 폐기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법원의 영장기각이 수사 '방어막'으로 작용한 것이다. 

11일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취재진과 만나 수사 대상인 문건이 파기된 데 "지금 처해 있는 대단히 특이한 현실 관계를 충분히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수사 방식을 택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법원행정처에 "영장이 기각된 뒤 출력물을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라고 전달한 지 하루 만이다.

유해용 "법원이 죄 아니라고 해 폐기했다"

유 변호사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고, 지난 2월 법복을 벗었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면서 유 변호사가 '박근혜 비선진료' 박채윤씨 '의료 실'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사법농단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법원이 '핀셋'으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따라 검찰은 지난 5일 그의 사무실을 수색하던 중 대법원 재판기록 등 기밀자료 수만 건을 발견해 법원에 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자세한 사유 없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기각했다. 7일 다시 청구한 영장에도 사흘 동안 시간을 끌며 결국 기각했다. 유 변호사와 함께 대법원에서 근무했던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대법원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행정처는 세 번째 영장이 기각되고, 유 변호사가 자료를 파기한 사실을 알렸다. 검찰에 따르면 유 변호사는 본체에서 빼낸 하드디스크를 가위와 드라이버 등으로 파기한 뒤 자택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 유 변호사 측은 11일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는 한 검찰이 끊임없이 저를 압박할 것을 예상하니 너무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라며 "어차피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폐기하여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폐기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이 문건 회수? 검찰 "증거 인멸"

검찰은 사실상 수사방해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1일 "영장 심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미뤄졌고, 다수 형사 사건 증거물임이 명백한 대량의 대법원 자료가 고의로 파기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제헌절 경축식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제헌절 경축식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7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0주년 제헌절 경축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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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는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전부터 통합진보당 자료와 관련해 발부받은 영장을 통해 유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던 중 파기하지 않은 일부 자료를 발견했다.

현장에 있던 유 변호사 측과 행정처 관계자는 "반환하기 위해 대법원과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 대법원이 수사 기관에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자신들이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이다. 검찰은 "현재 수사 중인 증거물이기 때문에 대법원이 반환받는 건 증거인멸죄로 검토될 수밖에 없다"라며 "수사방해로밖에 볼 수 없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유 변호사에게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현석 당시 선임재판연구관은 현재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여전히 대법원에서 일하고 있다. 검찰은 오는 12일, 김 연구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행정처가 10일 저녁 6시 무렵 유 변호사와 통화가 닿았다는 입장을 낸 것과 달리, 유 변호사는 검찰에 7일 저녁 이미 심의관과 통화했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 변호사 본인의 말이 맞다면 행정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측은 담당 심의관이 아닌 윤리감사제1심의관이 전화를 받았고, 담당자가 퇴근하였음을 알린 뒤 월요일(10일)에 통화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 휴대폰으로 연락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비자금 의혹 관련자들 "깊이 반성한다"

한편,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서도 집중적으로 수사 중이다. 김 연구관과 같은 날 소환되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은 일제 강제징용 민사소송 개입 의혹뿐 아니라 2015년 대법원이 공보관실 운영지원비로 행정처 비자금을 만들 당시 법원 예산을 담당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6일 이 전 실장의 사무실과 대법원 예산담당관실, 재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 말씀자료에도 '법원장 활동비'로 기재돼있으며 다수 예산 담당자들이 검찰에서 "그동안 일해오면서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을 처음 봤다" "그때 말리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 "깊이 반성한다" 등 잘못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고 있어 윗선 수사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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