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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
▲ 아파트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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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아들네 집 비밀번호 아니?"
"아니 모르는데. 그거까지는 알고 싶지 않은데. 자기는 아니?"
"원래 알았어. 근데 이사 가고 나서는 몰라."


며칠 전 친구 모임이 있었다. 학교 동창은 아니지만 30년 이상 만나온 친구들인지라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아들딸들의 결혼식은 물론 아이들이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어느 직장을 다니는지, 손주들이 몇 명인지 등을 한 눈에 꿰는 사이다. 어찌 보면 멀리 사는 형제들보다 더 가까운 사이일지도 모른다. 남편이 퇴직하고 무엇을 하는지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는 사이이기도 하다.

두 달만의 만남이지만 무척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었다. 더위도 잘 견뎠으니 오리백숙으로 몸보신 하러 가자고 해서 모였다. 오리백숙을 먹으면서 그동안 더위를 어떻게 이겨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백숙을 먹고 조용한 한방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누군가가 "우리 언니가 그러는데, 어느 방송에서 아들집 현관 비밀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하니깐 10명 중에 2명만 가르쳐 주더래. 그래서 자기 며느리는 어떤가 하고 물어봤더니 '친정엄마도 안 가르쳐 주는데 시어머니한테 비밀번호를 왜 가르쳐 주냐'고 하드란다. 막상 그런 대답을 들으니까 무척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하더라"라고 말한다.

"시어머니한테는 가르쳐주기 싫겠지. 하지만 친정엄마한테도 안 가르쳐 줄까? 친정엄마는 가르쳐 주겠지."

그 말에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맞아. 친정엄마한테는 왜 안 가르쳐 줘. 당연히 가르쳐줄 것 같은데" 한다. "아니야 친정엄마한테도 안 가르쳐 주었대" 한다. 

모임 중에 시어머니가 된 친구들이 7명 중 절반이 넘는다(5명). 그들은 아들네 비밀번호를 알고 있을까? 아님 정말 모르고 있을까? 한 명만 아들네가 이사하기 전에는 비밀번호를 알았는데 이사한 후에는 며느리가 비밀번호 바뀌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에 그저 싫은가보다 하고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들이 잘했다고 했다.

"그런 걸 왜 물어 봐."

나를 비롯해서 모두 모른다고 했다. 하물며 아들과 같은 아파트단지에 사는 친구도 모른다고 한다. 친구들 대부분은 부모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도 있지만 시어머니가 알고 싶다고 며느리가 가르쳐줄 리가 만무이기에 물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시어머니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니 친구들도 무척 조심하는 것 같았다. "만약 물어봤다가 안 가르쳐 준다고 하면 그 무안함을 어쩔 거냐"라고 하면서.

나 역시도 아들네 집 비밀번호가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러기에 물어보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없는데 며느리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을 거란 생각에서다.

며느리라고 다를까. 시어머니가 자신이 없는 집안에 들어와 이것저것 궁금해 하고 열어보고 다니는 것은 상상만 해도 싫을 거다. 친구들만 봐도 요즘 시어머니들도 많이 변했고, 자기들만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아들며느리들의 생활을 존중해주고 우린 우리대로의 생활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아들네 집 현관 비밀번호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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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