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콜롬비아전을 기억하는 축구 팬들이 많다. 선수들의 충돌 상황에서 콜롬비아의 카르도나는 기성용에게 눈을 찢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시아인들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차별의 제스처였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에드윈 카르도나(보카 주니어스)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평가전 도중 몸싸움 과정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눈 찢기 동작'을 하고 있다.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의 에드윈 카르도나(보카 주니어스)가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평가전 도중 몸싸움 과정에서 기성용(스완지시티)에게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눈 찢기 동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결과는 손흥민의 두 골에 힘입은 2-1 승리였다. 콜롬비아의 에이스 하메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꽁꽁 묶은 승리의 의미도 컸지만, 그보다도 인종차별에 대해서 통쾌한 복수를 했다는 의미로 축구 팬들에게 '사이다'(사이다의 청량감처럼 통쾌하다는 의미의 유행어)를 선사했다.

2018년, 또다시 남미 국가 칠레가 한국 팬에게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 차별 제스처를 했다. '친선' 경기를 치르러 와서 저지른 인종차별적 제스처에 사람들을 분노했다.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칠레 감독마저 관련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입을 닫았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11일 경기에서 많은 축구 팬들이 '통쾌한 복수'를 원하고 있다. 지난해 콜롬비아전처럼 말이다.
 
한국전 앞두고 훈련하는 칠레 선수들 한국과 평가전을 갖는 칠레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한국전 앞두고 훈련하는 칠레 선수들 한국과 평가전을 갖는 칠레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종차별 제스처 앞에서 공허해진 FIFA의 구호 'NO TO RACISM'

축구계에서 인종차별과 관련된 사건을 찾고 싶으면 먼 과거로 돌아갈 필요도 없다.
당장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극렬한 상대 팀 훌리건(영국의 극성 축구 팬들, 대부분이 백인 노동자들이다)들로부터 'DVD', '3장에 5달러' 등의 아시아인 비하 발언을 매 시즌 빈번하게 듣고 있다. 골을 넣은 후 그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의미의 손가락 제스처를 했던 손흥민의 짜릿한 세리머니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또한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독일의 팬들은 러시아 월드컵 탈락의 주요 인물에 터키계 독일인 외질을 뽑으며 강하게 비난했다.

물론 외질이 대회 내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회 시작 전에 독일과 사이가 좋지 않은 터키로 가서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것이 안 좋은 시선으로 비친 것이 강도 높은 비난의 원인 중 하나인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에 외질은 탈락 이후 '인종차별로 인한 모멸감과 실망감을 느꼈다'는 이유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독일의 에이스인 외질을 잃고 싶지 않았던 감독은 2주 동안 설득했지만, 외질은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피해를 본 경우도 많지만, 칠레 선수와 마찬가지로 가해자인 선수의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우루과이 선수 발베르데는 페널티킥을 성공 후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동작인 '눈 찢기'를 했다.

논란이 발생하자, 선수는 황급히 인종차별의 뜻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 후 우루과이 선수들이 단체로 눈을 찢는 동작을 한 사진이 올라오면서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듯 많은 축구 팬들이 분노했다.

콜롬비아에 이어 칠레도 꺾고 제대로 된 사과 받기를

많은 축구팬이 칠레를 상대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칠레전을 이기는 것만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복수'나 '응징'이 되지는 않는다.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축구라는 세계에도 여러 국제적 관계가 있고, 협회가 있는 만큼 정식으로 항의를 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FIFA가 외치는 'NO TO RACISM'의 구호가 크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축구 팬의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해줄 수 있는 특효약은 당장 11일 오후 8시에 열리는 칠레전에서의 통쾌한 승리뿐일지도 모른다.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 피파 랭킹 14위인 콜롬비아도 이겼는데, 칠레라고 못 꺾을 이유가 없다.

물론 객관적 전력은 칠레가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시안 게임의 기운을 이어받아 연일 매진을 기록하고 있는 축구 열풍 속에 한국에서 벌어지는 경기인 만큼,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이 승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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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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