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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 판사'를 자청해 화제가 된 박보영 전 대법관(왼쪽에서 세번째)이 10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시법원에 법원 경호원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등 40여명은 이날 박 전 대법관의 출근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무효소송 기각 등에 항의하며 면담을 요구했다.
 "시골 판사"를 자청해 화제가 된 박보영 전 대법관(왼쪽에서 세번째)이 10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시법원에 법원 경호원과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출근하고 있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등 40여 명은 이날 박 전 대법관의 출근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무효소송 기각 등에 항의하며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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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변호사 대신 이른바 '시골판사'의 길을 택해 화제가 된 박보영 전 대법관의 첫 출근길이 재판거래에 항의하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거센 항의로 가득 찼다.

노동자들은 박 전 대법관이 2014년 정리해고 무효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과 이것이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을 요구했지만, 박 전 대법관은 법원 직원을 통해 "고향 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라는 말만 전했다.

대법관 임기 6년을 마치고 지난 1월 퇴임한 박 전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활동하다, 지난 6월 법관지원서를 제출해 광주지법 순천지원 여수시법원 원로법관에 지명됐다. 원래 지난 3일이 첫 출근 날이었지만 부친상으로 10일로 첫 출근이 미뤄졌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와 쌍용차범대위는 박 전 대법관의 출근에 앞서 오전 8시부터 여수시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오전 9시 30분께 검은색 관용차에서 내린 박 전 대법관은 경찰과 법원 인력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곧장 사무실로 올라갔다.

김득중 지부장 등 노동자 대표 4명은 박 전 대법관과 면담을 요청하며 약 2시간 동안 집무실 앞에서 기다렸으나 강제 퇴거 조치됐다. 취재진의 질문도 거절했던 박 전 대법관은 "고향 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 초심을 잃지 않고 1심 법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라는 메시지만 법원 직원을 통해 전달했다.

"꽃길 거부하고 사실 설명하라"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 40여명이 10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시법원에서 여수시법원의 원로판사로 임명된 박보영 전 대법관의 첫 출근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무효소송 기각 등에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등 40여 명이 10일 오전 전남 여수시 여수시법원에서 여수시법원의 원로판사로 임명된 박보영 전 대법관의 첫 출근길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쌍용차 정리해고무효소송 기각 등에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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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이날 "시골판사? 공범판사!"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박 전 대법관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직 대법관들이 거대 재벌의 이익을 위해 전관을 이용해왔던 전례를 비춰봤을 때 (박 전 대법관이 여수시법원으로 온 것은) 의미 있는 결정으로 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은 환영의 말씀을 드릴 수 없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문건에 쌍용자동차 판결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기여했다'고 나와 있다"라며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무효소송을 기각해 1·2심의 정리해고 무효 판결을 뒤집었는데 이로 인해 해고노동자 3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적인 원한에 집착해서 따지고 드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유를 들어야겠다, 회사가 정리해고 요건을 제대로 갖췄다고 판단한 이유와 회계조작이 없었다고 보는 근거와 그로 인해 서른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무관하다고 보는 보편타당한 이유를 설명해달라"라고 요청했다.

또 쌍용자동차지부는 "우리는 재판거래가 있었다고 믿고 싶지 않다, 박 전 대법관 또한 재판거래에 연루돼 있었다고 믿고 싶지 않다"라며 "그러니 정확한 사실을 말해 달라, 우리는 박 전 대법관에게 지난 과오가 있음을 추궁하러 온 게 아니라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왔을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폐 판사들이 일관되게 걸어간 꽃길을 걷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인생 2막을 시골판사로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면 지겨운 전관예우를 끊고 꽃길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아래는 쌍용자동차지부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박보영 판사님, 빨간 펜 드릴 테니 밑줄 그어가며 설명해주십시오.

사람이 살면서 인생의 정점일 때가 있습니다. 박보영 판사의 정점은 대법관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개인적 성취나 어려움을 떠나 사회 정치적으로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시절은 지금 이 자리에 선 우리들의 고통이 가장 깊었던 시기와 겹칩니다. 누군가는 좋았다고 회상하는 시간과 누군가는 아팠다 떠올리는 그 시절이 같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박보영 판사의 대법관 시절을 묻습니다.

좋으셨습니까.

시골판사로 인생 2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전환입니까.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대법관 출신으로 전관예우 꽃길을 거부하고 시골판사로 이곳에 내려오면서 받은 엄청난 스포트라이트와 손뼉 소리에, 귀를 틀어막아도 들리는 그 찬사 일색 소리에, 한편에서 웅크리고 있는 이들은 숨죽여 떨고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우리를 기억은 하십니까.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을, 철도 노동자들을, 과거사 사건 유가족들을 말입니다.

우리는 아무 일에나 시비를 거는 불평분자들이 아닙니다.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이 터지면서 대한민국 법체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법이라는 줄기와 가지에 매달린 모든 절차와 제도가 추풍낙엽처럼 땅바닥 위를 나뒹굴어 다닙니다. 법이라는 근간 위에 얹혀 있는 것이 국가가 아닙니까. 피해 정도와 균열의 심각성으로 봤을 때 그저 양승태 대법관 시절에 한정할 수 없습니다. 여진이 지금도 심각하게 발생하니까요. 노동, 사회, 문화, 심지어 재판에 대한 신뢰까지 뒤흔들린 채 자리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적인 원한에 집착해서 따지고 드는 사람은 더더욱 아닙니다.

심각했기에 심각하게 묻습니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유를 들어야겠습니다. 정리해고 무효를 판결했던 2014년 2월 7일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을 들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빨간 펜도 준비 했습니다. 어려운 법률 용어 써도 좋습니다. 밑줄 그어가며 설명해 주십시오. 회사가 정리해고 요건을 제대로 갖췄다고 판단한 이유와 회계조작이 없었다고 보는 근거와 그로 인해 서른 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무관하다고 보는 보편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주십시오.

우리 생각이 틀렸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말을 해주십시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재판거래가 있었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차라리 언론의 과도한 추측이기를 바랍니다. 박보영 판사 또한 재판거래에 연루되어 있었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정확한 사실을 말해주십시오. 우리는 박 판사에게 지난 과오가 있음을 추궁하러 이곳에 오지 않았습니다. 변화를 만들고 싶어서 왔을 뿐입니다. 변화, 그렇습니다. 변화입니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까지 가져다 쓰지 않아도 근원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과거를 현재에 포개서 중단 없이 말하는 것만이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의 책무입니다.

국가는 무엇입니까. 법은 또 무엇이어야 합니까.

9년간 해고 투쟁을 하면서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변화였습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이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때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늘 경험했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법은 그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저앉은 약자를 일으키고 억울하게 밀려나고 추락하는 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촘촘하게 만들어진 그물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를 만나주십시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여전히 책임지는 사람 없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정리해고 사건의 대법원 판결도 재판거래 의혹의 핵심이고, 노조파괴 공작 또한 사전에 국정원 기무사 청와대 그리고 회사까지 모두 한통속으로 움직였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해고자들은 천막 아래에서 죽어간 동료의 영정을 끌어안고 한뎃잠을 잡니다. 바뀐 것은 더 자주 언론에 불려 다니는 정도뿐입니다. 이것을 기뻐해야 할까요. 박보영 판사가 왜 우리를 만나야 하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의무입니다.

공직에 있었고 다시 공직에 있기 때문입니다. 공적 자리는 질문에 답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 하신다면, 지난 사건에 대해 사안별로 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하신다면, 그것이 바로 전관예우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지난 시절 적폐 판사들이 일관되게 걸어간 꽃길입니다. 그 길을 걷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생 2막을 시골판사로 법의 혜택을 보지 못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면, 지겨운 전관예우를 끊고 꽃길을 거부하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만나서 답변 하십시오. 한 마디라도 들어야겠습니다. 박 판사가 외면해도 우리는 그 '이유'를 물으며 살것입니다.

2018년 9월 10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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