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가을야구를 보는 듯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1위 팀과 2위 팀의 맞대결이기도 했고, 부쩍 쌀쌀해진 날씨를 통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 이틀간 총 4만 명이 훌쩍 넘는 관중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야구장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8일과 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주말 2연전에서 두 팀은 사이좋게 1승씩 나눠가졌다. 2승을 챙긴 팀은 없었지만 두산과 SK 모두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시리즈였다. 두산으로선 첫 날 선발 투수로 나선 이영하의 호투가 반가웠고, SK는 이튿날 경기에서 특유의 화력이 불을 뿜으면서 전날 패배를 설욕, 홈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여러 행사를 준비한 SK의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볼거리가 풍성했다.
 
외야까지 꽉 찬 야구장 8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두산-SK 경기 모습.

▲ 외야까지 꽉 찬 야구장 8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두산-SK 경기 모습. ⓒ 유준상



자신감 얻은 이영하, 시원하게 터진 SK 타선... 두 팀의 '1승'에 담긴 의미

첫 날 경기에서는 이영하와 김광현,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우완 선발 투수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매치업만 놓고 봤을 때 김광현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영하도 만만치 않았다. 초반부터 SK 타선은 이영하를 좀처럼 공략하지 못한 채 '0의 행진'을 이어가야만 했다. 오히려 선취점을 내준 투수는 김광현이었다. 4회초 선두 타자로 들어선 김재환은 김광현의 6구째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작렬했다.

두산 타선은 이후에도 추가 득점을 뽑아냈다. 7회초 허경민의 1타점 적시타로 3루 주자 백민기를 홈으로 불러들였고, 9회초에는 1사 1, 3루 상황에서 '예비역' 정수빈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류지혁이 홈을 밟았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활발하진 않았지만 6.1이닝 3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이 날 이영하는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뒤이어 등판한 김강률, 함덕주도 실점을 내주지 않으면서 두산이 3-0으로 영봉승을 거뒀다. 조동화 은퇴식을 화려하게 준비했던 SK 입장에서는 정작 중요한 경기에서 만족스러운 내용을 남기지 못했다.

9일 경기는 완전히 SK의 흐름이었다. 1회말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2번 타자 한동민의 타구에 오른쪽 발등을 맞았고, 이로 인해 공의 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회초 두산이 먼저 두 점을 얻으면서 기분좋게 출발했으나 2회말 곧바로 SK가 박승욱의 1타점 적시타로 추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2사 만루에서 한동민이 큼지막한 만루포를 쏘아올리며 이 때부터 승부의 추가 SK 쪽으로 기울어졌다. 더 이상 린드블럼은 마운드에서 버틸 수 없었고, 4이닝만을 소화하고 박신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유일하게 SK전 승리만 없는 린드블럼의 전 구단 상대 승리 달성도 무산됐다.

SK 타선은 만루포로 만족하지 않았다. 5회말 김동엽의 솔로 홈런으로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고, 7회말 1사 2, 3루에서 김동엽의 1루 땅볼 때 2루수 오재원이 송구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한 점을 더 보탰다. 8회말에는 대거 7득점을 뽑으며 쐐기를 박았다. 결국 14-2로 대승을 거둔 SK는 같은 날 LG 트윈스에게 패배한 3위 한화 이글스와의 승차를 1.5G 차로 벌렸다. 2위 자리가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값진 1승을 만든 것도 중요하지만, 오랜만에 홈런에 의존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사정상 좀 더 급한 쪽은 SK였다. 이튿날도 패배했다면 데미지가 다소 큰 것은 물론이고 한 주 내내 이어진 타선의 침체가 다음주로도 이어질 뻔했다. 다행히 한 주의 마지막 경기를 대승으로 장식하면서 부담감을 덜어낸 SK는 조금이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주말 시리즈를 끝냈다. 7이닝 5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한 켈리는 1선발의 자격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역투하는 켈리 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두산과 SK의 경기 모습. 1회초 켈리가 공을 던지고 있다.

▲ 역투하는 켈리 9일 인천 SK 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두산과 SK의 경기 모습. 1회초 켈리가 공을 던지고 있다. ⓒ 유준상



경기 안팎으로 관심 모았다... 5개의 시리즈 중 최다 관중 입장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SK 구단은 많은 행사를 준비했다. 특히 8일 조동화 은퇴식과 함께 '레드 유니폼 데이'를 진행해 SK 선수단 전원이 2000년대 후반 왕조 시절을 연상케 하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승리를 놓치기는 했지만 은퇴식 행사, 팬들이 유니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던 '번들 패키지 판매'(티켓+유니폼 구매, 유니폼은 1만원 별도로 현장 구매 방식) 등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9일 경기의 콘셉트는 '패밀리데이'로, 가족 사진을 매표소에 제시할 경우 일반석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했다. 가족 단위의 행사도 마련됐고, 경기 종료 이후에는 오는 20일에 개봉될 어린이 영화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 특별 시사회가 진행됐다. 가족 단위의 팬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영화가 상영되는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9일 두산-SK전이 끝난 이후 빅보드를 통해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이 상영됐다.

▲ 경기가 끝난 후 영화가 상영되는 인천 SK 행복드림구장 9일 두산-SK전이 끝난 이후 빅보드를 통해 <극장판 뽀잉: 슈퍼 변신의 비밀>이 상영됐다. ⓒ 유준상


아시안게임 휴식기 직후 화요일~금요일 경기에서 적은 관중이 입장하면서 여러 논란으로 인해 리그 흥행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인천에서 진행된 2연전만 놓고 보면 그런 문제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올 시즌 개막 이후 처음으로 주말에 인천에서 두산 일정이 진행돼 많은 두산팬들이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8일 경기의 경우 2만4084명의 관중이 입장해 사실상 매진(2만5천 석)에 근접한 수치를 남겼다. 9일 경기(2만498명)까지 이틀 연속 2만 명이 넘는 관중으로, 5개의 주말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많은 관중이 들어왔다.
 
이변이 없는 이상 정규시즌 우승은 두산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2위 SK와 11경기 차로 쉽게 좁혀질 수 없는 격차다. 야구팬들의 시선은 2위로 쏠릴 수밖에 없다. 한때 2위에 올랐던 한화는 최근 선발 투수들의 부진으로 고민에 빠졌고, 8월만 하더라도 상승곡선을 그리던 4위 넥센 히어로즈도 최근 흐름이 썩 좋지 않다.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SK에게는 지금이 2위 탈환을 굳힐 절호의 기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2012년 이후 한국시리즈가 치러진 적이 없는 인천에서 6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볼 수 있을까. 팬들은 지난 2연전보다 더 뜨거운 가을을 기대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