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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선을 따라 걸어가다
 
 노보시비르스크 서커스 극장
 노보시비르스크 서커스 극장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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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에 비가 온 모양이다. 길이 젖어 있다. 하늘이 온통 뿌옇고, 아침 7시 기온이 12℃다. 오늘은 긴 옷을 입어야겠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10시쯤 느긋하게 길을 나선다.

오늘은 지하철 그린라인과 레드라인을 따라 걸으면서 문화시설, 종교시설, 상업시설, 공원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고골리(Gogol)대로까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간 다음, 미추린(Michurin)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갈 것이다.

중간목적지 갈레리야(영어식 갤러리아) 쇼핑센터를 향해 가는 길 중간쯤에서 서커스 극장을 만난다. 노보시비르스크에 서커스 극단이 처음 나타난 건 1899년이다. 그때는 어릿광대들이 시장광장에서 사람을 모아놓고 공연하는 수준이었다. 회전무대를 갖춘 서커스 극장이 등장한 것은 1929년이고, 1931년이 되어서야 음악, 서커스, 버라이어티쇼가 결합된 공연이 가능해졌다. 현재의 서커스 극장이 들어선 것은 1971년이다.
 
 예수승천 주교좌성당
 예수승천 주교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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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통형 건물로 서커스 극장의 좌석은 2,300석이다. 공연무대가 25%를 차지하고 나머지 75%가 객석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지은 지가 59년 가까이 되어서 그런지 낡은 느낌이 든다. 또 여름에는 공연이 없기 때문에 수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9월에나 공연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광대쇼, 동물공연, 아크로바트 등으로 이루어진 공연이 2시간 정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커스 극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특별한 게 없다. 극장 뒤로는 나림스키(Narymsky) 공원이 있다. 그리고 극장 옆으로 예수승천 주교좌성당이 있다. 녹색 지붕에 황금색 돔을 한 인상적인 건물이다. 이 성당이 주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1913년 목조건물로 처음 지어졌기 때문이다. 처음 이름은 예수승천교회였다.

예수승천 주교좌성당에서 만난 정교회 신부들
 
 예수승천 모자이크
 예수승천 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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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가 주교좌성당으로 바뀐 것은 노보니콜라옙스크 교구가 생긴 1924년이다. 그러나 1937년 종교탄압정책으로 인해 성당이 곡물창고로 변했다. 다시 성당으로 돌아온 것은 7년 후인 1944년이다. 대주교 바로톨로메오가 접수해 리모델링을 하고, 1946년 종탑을 세우고, 1947년 예배당을 새로 지었다. 그를 통해 명실상부하게 노보시비르스크의 중심성당이 되었다.

1971년 이웃에 서커스 극장이 건설되면서 서쪽 입구를 폐쇄하고 세례교회를 짓게 되었다. 1976년부터는 목재건물을 벽돌건물로 보완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1988년 석조건물로 완전하게 다시 태어났다. 성당 내부 벽에 성화를 다시 그려넣었고, 사방으로 난 문 위 외벽에는 모자이크화를 새겨 넣었다. 이들 모자이크 중 예수승천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수염을 기르고 머리를 묶은 정교회 사제
 수염을 기르고 머리를 묶은 정교회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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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제단과 신자석을 나누는 이코노스타시스를 볼 수 있는데, 황금색 치장과 이콘화가 성당의 역사를 말해준다. 천정의 돔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나타내는 성화가 그려져 있다. 이곳 성당에서는 정교회 신부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신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검은 사제복을 입고 머리를 단정히 자른 사제도 있고, 수염을 기르고 꽁지머리를 한 멋쟁이 사제도 있다.

러시아정교회 사제들은 지금까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조금은 근엄한 듯 조금은 사색에 잠긴 듯 늘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종교의 근원이 믿음이어야 하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사제와 교우관계 때문에 종교에 귀의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가톨릭과 정교회 사제들이 성직자로 모범을 보이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정교회가 러시아에서 존경받는 조직으로 인정받고 있다.

갈레리야 쇼핑센터에서 만난 자본주의
 
 고골리 흉상
 고골리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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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을 나온 우리는 고골리대로를 지나 크라스니대로와 사거리 지점에 이른다. 사거리 북쪽의 인도를 지나면서 보니 고골리 흉상이 세워져 있다. 고골리(Nikolai Gogol: 1809-1852)는 푸시킨과 함께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사회비판적인 소설 <검찰관> <외투> 등이 유명하다. 고골리는 후배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체호프의 <갈매기> 등에서 여러 번 언급된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차이코프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무소르그스키 등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1900년대 들어서는 그의 작품을 근거로 135편이 넘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유명하기 때문에 그를 기리는 우표와 기념주화가 만들어졌다. 또한 그를 기리는 도로명이 모스크바, 오뎃사, 노보시비르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에는 물론이고 리가, 브라티슬라바, 베오그라드 같은 외국에도 있다.
 
 갈레리야 쇼핑센터
 갈레리야 쇼핑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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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골리대로를 따라 더 동쪽으로 가면 시비르스카야 지하철역이 나오고, 그 건너편 블록에 갈레리야 쇼핑센터가 있다. 영어식으로 말하면 갤러리아 쇼핑몰로,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그래선지 내부에서 영어 간판을 많이 볼 수 있다. 여기서 아내는 눈병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를 하나 구입한다. 또 러시아를 대표하는 기념품 마트료시카(Matryoshka)도 하나 산다. 그리고 시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점심식사를 한다.

쇼핑은 이처럼 자발적으로 해야지, 패키지 여행처럼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물건만 구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곳 쇼핑몰을 보니 러시아에 자본주의가 완전히 정착된 느낌이다. 물건마다 가격이 붙어 있고, 세일이라는 이름으로 할인율도 기재되어 있다. 점원들은 물건을 팔기 위해 노력하고, 서비스 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곳에서는 영어도 어느 정도 통한다. 루블화에 비해 원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 쇼핑하는 맛도 난다.

중앙공원에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다
 
 스파르타크 축구경기장
 스파르타크 축구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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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리야 쇼핑센터를 나온 우리는 미추린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미추린 거리는 블러바드(boulevard)라 불리는 가로수길이다. 그래서 오히려 걷기가 좋다. 조금 내려가자 길 왼쪽으로 커다란 운동경기장이 나타난다. 스파르타크(Spartak) 축구경기장이다. FC Novosibirsk의 홈그라운드로 사용되고 있다. 경기장은 12,500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경기가 없어선지 경기장 입구에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다. 운동장 출입구 양쪽으로는 선수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경기장은 1927년 처음으로 세워졌고, 2010년 2B 등급을 받아 국내리그만 치러지고 있다. 경기장을 지나 다시 남쪽으로 가면 중앙공원이 나온다. 이 공원은 옆의 스파르타크 경기장보다 2년 먼저인 1925년 만들어졌다. 1952년 천문관이 들어섰고, 1957년 뮤지컬 코미디극장이 들어섰다.
 
 중앙공원의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
 중앙공원의 놀이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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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부터 공원은 '문화와 레저공원'으로도 불린다. 그것은 천문관, 뮤지컬 극장 외에 어린이 놀이시설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이곳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공원 사이사이에는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공원에 심어진 나무는 자작나무이며, 나무 사이에서 딱따구리를 볼 수 있다. 참새들도 많다.

그리고 공원 동쪽에는 뮤지컬 코미디극장이 있다. 이 극장은 1959년 2월 문을 열었고, 뮤지컬 코미디, 오페레타, 실험적인 퍼포먼스 등을 보여준다. 재미있는 오페라 장르인 오페레타에서 실험적인 뮤지컬까지 레퍼토리가 다양하다. 주 관객은 청소년층이다. 입장요금은 400루블에서 1,100루블 사이다. 7월과 8월은 휴가철이라 공연이 없다. 그래선지 관리인들만 극장을 지키고 있다.
 
 뮤지컬 코미디극장
 뮤지컬 코미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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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 남쪽 출입구에서 다시 미추린 거리를 따라 내려가면 오페라극장이 나온다. 오페라극장 앞으로는 레닌광장이 있고, 주변에 메이데이공원과 혁명영웅공원이 있다. 이 지역이 노보시비르스크 중심가로 볼거리가 가장 많다. 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우리는 오페라 발레극장을 보고 레닌광장으로 지나 필하모니아홀 쪽으로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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