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기대주' 김예림(15·도장중)이 한국 여자 주니어 피겨의 역대 최고점을 갈아치우며 생애 첫 주니어 그랑프리 은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이뤄냈다.
 
김예림은 8일 오전(한국시간)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연맹(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30.26점(기술점수 72.39점, 구성점수 57.87점)을 받았다. 김예림은 쇼트프로그램 점수 61.63점을 더해 총점 191.89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예림

김예림 ⓒ 대한빙상경기연맹


 
김예림이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2016-2017 시즌부터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참가했지만 메달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첫 시즌에는 두 차례 대회에서 각각 4위, 5위를 기록했고, 지난 2017-2018 시즌에는 4차 대회 4위, 7차 대회 6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여자피겨 선수가 국제빙상연맹(ISU) 공인 대회에서 190점대를 넘은 것은 김연아(28)와 최다빈(20·고려대) 이후 김예림이 세 번째다. 최다빈은 지난 2월에 열렸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199점대를 기록했고, 이어 김예림이 190점대를 돌파한 세 번째 주인공이 됐다. 특히 김예림은 종전 자신의 최고 기록이었던 167.64점에서 무려 24.25점을 끌어올려 170~180점 대를 단숨에 뛰어넘고 190점대에 안착했다.
 
김예림은 그동안 국내대회에서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았던데 반해 국제대회에서는 여러모로 아쉬음이 많았다. 메달 획득을 떠나서 구성점수에서 또래 친구이자 경쟁자인 임은수(15·한강중), 유영(14·과천중)에 비해 낮은 점수를 기록했던 것. 특히 지난시즌에는 4차 대회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자, 7차 대회에서는 불과 3주만에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새로 변경해 와야만 했다.
 
또한 그 사이 두 번의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 기회도 놓쳤다. 첫 시즌에는 발가락 부상으로 대회를 앞두고 기권해야만 했고, 두 번째 시즌에는 출전권이 걸려있던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종합선수권)에서 유영과 임은수에 밀려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결국 이런 아픔은 김예림에게 독이 아닌 약이 되어 돌아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유영과 함께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훈련지를 옮겨 톰 자크라섹 코치 밑에서 기술을 비롯한 새 시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쇼트프로그램 '시네마 천국 OST', 프리스케이팅 '타이스의 명상곡'을 선택했는데 가녀리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에 어울리는 자신만의 특징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었다. 먼 타국으로 훈련지까지 옮기며 구슬땀을 흘린 보람이 은메달로 돌아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예림은 프리스케이팅에서 6그룹 두 번째 선수로 출전해 연기를 펼쳤다. 첫 점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러츠 점프를 타노 기술(한 손이나 두 손을 들고 뛰는 기술)을 붙여 깔끔하게 구사해 2.11점의 높은 가산점을 받았다. 이어 빠르게 빙판을 가로 질러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점프도 흠잡을 곳 없이 수행해 1.62점의 가산점을 더했다. 트리플 루프 점프도 타노 기술을 선보이며 착지해 전반부 흐름이 모두 매끄러웠다.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레벨4를 받은 후 트리플 살코 점프를 사뿐히 뛰며 중반부 연기를 시작했다. 스텝 시퀀스에서는 음악의 선율을 살리는 아름다운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이어 두 번째 트리플 러츠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다시 한 번 러츠 점프에 타노 기술을 붙여 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점프까지 연이어 성공했다. 이 점프에도 가산점이 무려 1.77점이 붙었다.
 
그리고 트리플 플립 점프 역시 깨끗한 착지를 보여줬으며 플라잉 카멜스핀은 최고 레벨4를 기록했다. 마지막 점프를 더블 악셀로 마무리 한 김예림은 싯스핀에서 견고한 자세를 보여주며 레벨 4로 경기를 마쳤다.
 
한편 여자싱글 1위는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러시아)가 221.44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트루소바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만 무려 세 차례나 4회전 점프를 시도했다.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 러츠 점프에서는 회전수 부족 판정을 받았고 두 번째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에서는 크게 넘어졌지만, 마지막 쿼드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해 장내를 뜨겁게 만들었다.
 
트루소바는 지난 3월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여자 주니어 피겨사상 최초로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두 번이나 성공하며, 차세대 러시아 피겨 스타임을 알린 바 있다.
 
김예림과 함께 출전했던 전수빈은 110.09점으로 18위에 자리했다.
 
이번 대회를 끝낸 김예림은 8일 전지 훈련지인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뒤 이달 12일부터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는 'U.S. 인터내셔널 피겨 스케이팅 클래식' 대회에 출전한다. 이어 26일부터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개최되는 주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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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김예림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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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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