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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의 의무적 노예제도 '징병제'에 대한 고찰

대한민국 징병제의 폐해
18.09.12 22:39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국군 창설이래, 병(兵) 신분의 군인들은 보편적 민주주의 이념이 보장하는 천부인권(天賦人權)을 국방의 의무라는 미명 하에 상당 부분 제한받아왔다. 지금은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크게 제한받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의 대부분 남성들은 전부 군대를 다녀왔다. 자신들도 겪었던 군에서의 수많은 인권침해나 부조리 등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소위 말하는 '나 때는 말이야~'라고 하면서 배부른 소리로 취급을 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당연하다고 여기고 겪었던'일들이 절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군의 징병제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의 징병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풍자한 그림 쥐꼬리만한 봉급, 낮은 위상, 크게 제한받는 여가생활 등 수많은 문제점을 짚고 있다. ⓒ 김범수
 
우선 병사는 부사관이나 장교, 준사관 등 다른 군인들과는 달리 마음대로 부대 밖을 드나들 수 없다. 지휘관이 허락한 경우에만 외출이나 외박이 허용되며, 별도의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무조건 간부가 동행해야지 외출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4조에 명시돼있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2년동안 완벽히 박탈당한다. 대한민국처럼 1년 365일 병사들을 이렇게 사회와 격리시켜 부대안에 묶어두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병사는 약 2년간 군생활을 하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한다. 2010년대에 들어서 스마트폰이라는 도구는 사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국군에서는 병사가 부대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오는 일은 마치 구타나 가혹행위 가해자들이 받는 처벌과 비슷한 수준의 처벌을 받을 일이다. 명확한 이유는 없다. 보안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부사관과 장교들은 버젓이 잘만 부대 안에 가지고 다닌다. 애초에 병사가 접할 수 있는 기밀사항은 한정돼있다. 보안문제를 걸고 넘어질 거면 간부의 스마트폰 사용을 더 통제해야할 판이다. 이렇듯 병사는 명확한 이유 없이 대한민국 헌법 제18조에 명시된 통신의 자유를 크게 제한받는다.

일반적인 대학생을 기준으로 23살에 4년간의 대학교육을 마무리하고, 24살에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군대에서 2년을 보내면 최소 26살이며, 여기에 재수, 삼수, 어학연수, 취업준비 등으로 인해 대부분 28세가 넘고 나서 취직이 가능하다. 게다가 공기업에 비해 나이제한이 뚜렷한 대기업같은 경우에는 30살이 넘는 나이는 나이 자체만으로도 너무 큰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유학, 해외취업 등의 문제로 외국인과 관계를 맺는 재외국민의 경우 대기 시간을 포함해 거의 3년 정도 뒤쳐지게 되며, 현지 사정도 외국인이 이 정도 시간을 낭비하는걸 배려해줄 수 있는 상황만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소위 '취준생'들 중 많은 사람들이 30대 초반. 그리고 운이 나쁠 경우 30대 중후반, 심지어 40대 이상에야 제대로 취직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세대 여성들에 비해 사회진출이 길게는 3년씩 늦어지게 된다.

그리고 청춘을 즐길 수 있는 나이에 즐길 수 없게 된다.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냐 라고 할 수 있는데, 재차 강조하지만 절대로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는 이렇게 규정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국가 최고법인 헌법이 보장하는 천부인권이며 불가침적이다. 대한민국 국군의 병사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게 아니라면 이를 보장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군인을 버리는 나라에 목숨을 바칠 군인은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군은 복무 중 사망한 경우 대우가 좋지 않다. 군인연금법 제31조와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등에 따르면 전사자는 군인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의 10분의 577에 상당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약 2억 5천만 원 안팎의 보상을 받으며 유족들에게도 100만 원 가량의 연금이 지급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공무중 사망한 보상자도 최저 보상금이 약 1억 원으로 책정되는 등 보상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은 전부 보훈자로 인정받아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작전중 사망해도 보훈자 인정 비율이 높지 않다. 복무중 사망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사망이나 자살사건의 경우 전사 혹은 공무상 사망이 아닌 것으로 간주해서 군인연금법 제35조에 의해 사망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며 위로금 500만원만 지급한다.

병사월급에 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2018년 9월 현재 대한민국 국군에서 복무하는 병사의 월급은 이병은 306,100원, 일병은 331,300원, 상병은 366,200원, 병장은 405,700원이다. 그리고 현행법상 최저임금은 2018년 기준 7,530원이며 2019년에는 시간당 8,35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최저임금에 비하면 병사들은 최저임금의 30% 수준의 봉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 병사 및 부사관, 장교의 봉급은 공무원 보수규정 제3조(보수자료 조사)에 따르는데, '인사혁신처장은 보수를 합리적으로 책정하기 위하여 민간의 임금, 표준 생계비 및 물가의 변동 등에 대한 조사를 한다.'라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현역 병사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넣은 적이 있었다. (현재 해당 민원은 삭제처리됐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에서는 이러한 대답을 내놓았다. "국방의 의무 이행에 따른 임금은 자율의사에 따른 계약을 전제로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구하는 임금과 성격을 달리한다." 즉, 대한민국에서 남성이 군대에 가는 것은 '국방의 의무'니까 정당한 임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 행정법원의 판례를 참고해보자.(선고 2010구합 21716 사건)

"헌법 제39조 제1항은 모든 국민에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국가는 병역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병역의무자에게 구체적인 현역병 복무의무를 부과하고, 징집된 현역병 입영대상자는 입영하여 복무하게 되는데, 이러한 현역병의 복무는 헌법상 부과된 병역의무 이행 행위로서 기본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한 행위가 아니므로, 이를 고용보험법이나 근로기준법이 상정하고 있는 근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고용보험법의 입법취지는 헌법 제32조 제1항에 규정된 근로자 권리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인데, 현역병의 복무행위는 헌법 제39조 제1항에서 부과된 병역의무의 이행 행위일 뿐, 헌법 제32조에 규정된 근로의 권리에 따른 근로 행위라 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현역병 복무자들이 복무기간의 종료 후 실업 또는 실직으로 인한 생활의 안정을 보장받지 못할 처지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역병 복무자를 고용보험법의 보호대상인 근로자에 포섭시킬 수는 없다."

즉, 병역의 의무와 근로의 권리는 양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제32조 2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했다.

1항과 2항의 '근로'가 다른 개념이 아니라면, 근로는 그 행위 자체로서 헌법상 명시된 권리인 동시에 의무이다.

납세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 등 다른 의무는 근로의 권리와 양립 가능한데 왜 병역의 의무만 불가능한지 묻고 싶다. 국교가 존재하지 않고, 그 무엇도 신성한것은 존재하지 않는 세속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 부분만 성역 취급을 받는듯 하다.

의무는 쌍방향적이다. 가령 '납세의 의무'같은 경우에도 국민들은 성실히 세금을 낼 의무가 있고, 그 세금을 받은 국가는 국민들이 납득하고 바라고, 국민들에게 좋은 쪽으로 세금을 사용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의무가 쌍방향적이지 못하고 일방적이면 이는 한쪽만 일방적으로 노예처럼 굴려질 뿐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의 의무에서 이러한 사실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의 젊은 성인 남성들은 국가에서 헐값에 2년동안 부려먹을 수 있는 값싼 노동력일 뿐이다. 값싼 노동력이 아닌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고? 국가에서 모든 국민에게 보장해주는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박탈해가는 자리가 신성하다고 하면 도대체 몇 명이 동의를 할 지 궁금하다.

'노예'라는 단어의 정의는 이렇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나 자유를 빼앗겨 자기 의사나 행동을 주장하지 못하고 남에게 사역(使役)되는 사람.' 현재 대한민국 국군 병사들의 처지와 똑같다. 괜히 교도소와 비교되거나 '21세기 노예제도'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혹자는 국가 예산 문제로 병사들의 권리 제한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산이 사람을 위해 준비되는 것이지, 사람이 예산을 위해 준비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돈으로 이 정도 병력을 유지하지 못하겠으면 헐값에 젊은이들을 부려먹으면서 병력을 유지하면 안 된다.

징병제는 유사시에 국가가 국민을 동원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 국민들을 헐값에 부려먹기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2항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이 헌법 조항이 하루 빨리 지켜지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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