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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와 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회견에서 남북공동철도 공동점검 유엔사 불허방침을 규탄하며  해당 방침은 '주권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와 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회견에서 남북공동철도 공동점검 유엔사 불허방침을 규탄하며 해당 방침은 "주권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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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무리 나쁜 정권도 통일을 남의 문제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미국의 아무리 좋은 정권도 통일을 자기 문제로 본 적은 없다."

사진작가이면서 평화운동에 천착하고 있는 이시우씨의 일갈이다. 지난달 유엔사가 남측 열차를 신의주까지 운행하며 북측 철도 구간의 상태를 남북이 함께 점검하려던 계획을 무산시킨 일은 문득 16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2002년 11월 13일 유엔사령부(아래 유엔사)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에 앞서 지뢰제거 작업을 위한 남북 상호검증단 파견에 제동을 걸었다. 경의선 연결을 위한 비무장지대 관리권은 이미 2000년 10월 유엔사가 한국 측에 이양한 후였고, 당시 경의선 연결공사는 남북 사이 불과 200m 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당시 유엔사의 이의제기는 표면적으로는 남북 상호검증단의 군사분계선 월선이 정전협정 사안이기 때문에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인원과 시기 등을 보고해야 한다는 절차상 문제였다. 비무장지대에 들어가거나 군사분계선을 넘을 경우 주한유엔사령관의 관할권에 해당되기 때문에 북한 검증단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주한유엔사령관에게 명단을 통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미 동해상 경계선을 넘어 금강산 관광객 수십만 명이 오가는 당시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북측 검증단 명단을 정전위원회를 통해 통보해야만 접수할 수 있다는 유엔사의 주장은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치우친 것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그동안 남북교류에서 북한이 유엔사 쪽에 명단을 직접 통보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이는 사실상 남북교류에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결국 유엔사는 당초 입장에서 선회해 북한 쪽으로부터 명단을 직접 받는 대신 남한 쪽을 통해 명단을 접수하기로 했다.

2002년에는 북측에 문제를 삼았고, 이번에는 남측에 꼬투리를 잡는 차이만 있을 뿐, 마치 남북관계 개선에 훼방을 놓는 것 같은 유엔사의 태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이 없다. 16년 전에는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중유공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는 등 북미관계 악화라는 배경이 있었고, 이번 역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엔사가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원하는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실은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유엔사 체제 자체에 기인한다.

사실 유엔과는 별 상관 없는 유엔사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와 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회견에서 남북공동철도 공동점검 유엔사 불허방침을 규탄하며  해당 방침은 '주권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와 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지난 8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회견에서 남북공동철도 공동점검 유엔사 불허방침을 규탄하며 해당 방침은 "주권침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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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는 한국전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7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아래 안보리) 결의에 따라 일본 도쿄에서 미 극동사령부를 모체로 창설됐다. 유엔사의 창설 근거인 안보리 결의안 'S1588호'는 한국에 제공하는 병력과 지원을 미국 주도의 통합군사령부가 이용할 수 있도록 16개 회원국에 권고했다. 유엔사에 대한 안보리의 역할과 영향력을 제한한 것이다.

한국전쟁 기간 국군을 포함해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했던 모든 나라의 군대가 유엔사의 작전통제를 받았다. 이후 1957년 유엔사가 서울로 옮겨오면서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직하게 되었다. 이후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까지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사령관을 모두 미군 대장 한 사람이 맡고 있는 것이다.

유엔이라는 명칭 때문에 유엔사를 유엔의 비상설 군사조직인 유엔 평화유지군과 착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실상 유엔사는 유엔과는 별 상관없는 조직이다. 이에 대해선 유엔사무총장도 공식적으로 유권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지난 1994년 5월 북한 외무성은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에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과 유엔사 해체를 공식 요청했다. 갈리 사무총장은 같은 해 6월 "미국만이 유엔사 존속과 해체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공식 표명했다. 우리 국방부도 "유엔사는 유엔의 보조기관이 아니며 정치·군사적인 지휘통제에서 유엔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각국 군대들이 모두 철수한 후 참전국이 파견한 소규모 연락 장교들을 제외하면, 주한미군사령부의 주요직위자와 유엔사의 구성원은 거의 일치한다. 또 서울 용산기지의 의장중대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관할하는 JSA 경비대대를 빼면 유엔사는 실 병력도 거의 없는 서류상 존재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남북한 화해국면마다 찬물을 끼얹는 방식으로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유엔사가 정전협정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관리와 정전협정 준수를 위한 전투부대의 작전통제,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한 북한과의 대화·접촉 유지, 비무장지대의 통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권한은 미국 정부의 의중을 반영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행사되어 왔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전협정의 당사자

보수층 일각에서는 유엔사가 유사시 한국을 지키기 위해 외국의 병력이 투입될 수 있도록 매개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 다시 안보 위기가 발생할 때 한국을 돕기 위해 파병하는 외국 군대가 유엔사를 창구로 파병 업무를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유엔사가 반드시 존속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가 동서 양진영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했던 냉전시기와 현재 국제질서는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유엔사가 관리하는 현재의 정전체제는 필연적으로 대한민국의 주권과 충돌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 현장이 바로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역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이다.

한국전쟁 전 강릉김씨 집성촌이었던 이 마을은 행정구역상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에 속해있지만, 우리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유엔사 관할 구역이다. 때문에 형법 및 행정권의 효력이 존재하지만 대한민국이 법률적 통제를 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엔사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 마을은 여전히 유엔사의 공식문서에 '점령지'로 표현되어있다.

대성동 마을 주민들은 국민의 4대 의무 중 납세의 의무와 국방의 의무가 면제되지만, 이것은 특혜라기보다는 한국 정부의 주권이 미치지 못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유엔사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 더 많은 대성동 마을을 만들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남북한 화해·통일 국면에서 유엔사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현재의 정전협정 체제 아래에선 미국이 한반도의 통일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유엔사를 내세워 딴지 걸고 나올 가능성이 상존한다. 때문에 현재의 유엔사 체제를 고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60여 년 전의 전쟁체제 속에 그대로 안주하겠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한반도 평화체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야 할 때다.

태그:#유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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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