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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설명하는 진선미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 및 제1차 본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제안설명하는 진선미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 및 제1차 본회의에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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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국회의원의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내정 소식을 전해 듣고 반가웠다. 물론 현 여성가족부의 정현백 장관 경질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나는 지금 여성가족부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가 외부에서 여가부의 새로운 시도를 지지해 주고 부당하거나 지나친 비판을 방어해 줄 만한 안정적인 기반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 근본적으로 여성들이 정치세력화 되지 않는 이상 장관만 바꾼다고 힘을 발휘하긴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장관 지명에서 진선미라는 이름 세 글자가 반갑게 느껴진 것은, 비혼 여성으로서의 삶이 부디 안정적으로 이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기를 고민하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한국에 사는 30대 비혼 여성으로서,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오는 부당함에 끊임없이 저항하면서도 '혼자 고립되기'가 아닌 '함께 살기'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지금 주어진 제도적 조건에서 이 고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그간 진선미 의원의 행보는 내게 많은 힌트를 주었다. 전통적 가족 개념 안에서만 여성 문제, 특히 가사 및 출산과 같은 재상산 관련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의 행정적 시도가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 근본적으로 가족 개념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것만이 문제의 해결책임을 알게 해줬다.

문제는 기존의 가족제도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작년인 2017년의 출산율은 1.05명, 올해의 추정 출산율은 1명 이하다. 그래서 지금 정부는 이 수치를 끌어 올리는 게 최고로 시급한 과제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 2016년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큰 비판을 받았고, 이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도 역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이를 보면 정부 주도의 '출산 장려 정책'은 여성들의 지지를 얻기는커녕 더 큰 반발만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여성의 몸을 출산 가능의 도구로 취급하며 저항이 일어나는 맥락을 세심히 고민하지 않는 것은 비단 정부 부처뿐이 아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며 무려 '출산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조어를 만들어 국회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의 접근 방식은 한계가 뚜렷하다. 출산장려금으로 2천만 원을 주든, 1억 원을 주든, 이 사회가 여성을, 특히 가족을 다루는 전반적인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진선미 의원이 밟아 온 행보의 면면을 보면, 그는 지금의 가족 제도가 가부장제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인 듯하다. 진 의원은 여성운동을 한 법조인으로서, 기존의 가족 개념을 '가부장 중심적 모델', 단 하나로 고정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던 호주제 폐지 운동에 앞장선 바 있다.

비록 2016년 초선 비례의원 출신으로서 지역구 선거에 출마해 재선에 도전할 당시 기혼 여성의 지위를 얻게 되었고, 이제는 스스로를 '강동댁'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분명 그 전에는 남들과는 다른 식으로 살아 보기 위한 그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과거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함께 살아왔다. 타인이 규정하는 '일반적인 삶'에 수동적으로 이끌려가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가족 제도 안에서 벗어나는 삶들을 어떻게 제도 안에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그가 2014년 발의한 법안인 생활동반자법에서 잘 드러난다. 발의됐으나 통과되지는 못한 이 법안의 틀은 2016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풀하우스'에서 제안한 파트너등록법으로 발전되었다.

법안은 성별이나 성애적 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친밀함을 바탕으로 주거와 생계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파트너'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파트너로 등록한 사람들끼리는 혼인한 부부와 동일하게 고용, 주거, 의료, 보험, 금융, 복지상의 혜택을 부여받을 수 있다. 현재 결혼 제도 안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알고 있고, 더 나은 삶을 고민하기 위해 비혼 지향의 삶을 택한 나와 내 식구들은 이 제도적인 장치가 꼭 필요하다.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

지난 4일 여성가족부 청년참여 성평등 정책 추진단 '성평등드리머'의 주거분과 활동을 마무리하는 토크콘서트에 발표 패널로 참석했다. 이번 활동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비혼 여성의 관점에서 주거 분야의 성평등이 가족 제도의 재해석, 가족 개념의 확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이들에게 설명하는 일이었다.

우리 분과가 이번 활동을 요구했던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여성과 소수자를 '안전지대'에 분리하여 몰아넣고 따로 관리하려는 보호주의적 관점을 벗어나 사회 전체를 여성에게 안전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장기적 정책 로드맵을 그릴 것. 다른 하나는 현재 1인 가구로만 집계되는 비혼 여성 청년을 언젠가 결혼 제도에 편입될 일시적인 삶으로 취급하지 말고, 비혼의 삶이 연속성을 갖고 사회 안전망과 관계망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울 것.

당시 발표 자리에는 정책 제안의 답변을 위해 국토교통부 담당 공무원이 참여했다. 담당자는 청년 여성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안심주택과 청년임대주택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는데, 이는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요구와는 조금 상충되는, 임시방편적인 해결책이었다. 짧은 기간의 활동을 통해 얻어낸 답변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해도 다소 아쉬운 답변이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중 주거 분야에 대해 주로 코멘트를 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었다. 제 의원은 사회적 주택, 공유 주택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면 청년 여성의 주거 문제가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공유 주택은 소수자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인 기능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예를 들어, 1인당 4.25평의 공간이 주어질 뿐이었던 강남의 한 쉐어하우스는 1인당 최고 72만 원의 월세를 부담하게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참고기사: '강남 셰어하우스'는 대안인가, 아닌가?).
 
 그 당시에는 그 친구에게 왜 비혼을 결심했는지 물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니 그 결정이 이해가 간다.
  현재 결혼을 택하지 않는 여성과 소수자들이 그들의 삶을 제도적으로 보장을 받을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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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결혼을 택하지 않는 여성과 소수자들이 그들의 삶을 제도적으로 보장을 받을 방법은, 거의 전무하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신혼부부에게만 주어지는 각종 혜택에서 밀리고 있다. 전세자금대출을 이용하려고 해도, 임대주택을 신청하려고 해도 기혼 부부에 비해 항상 선택지가 적고,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간단히 말해,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함께 살아도 가족이 아니다.

지금의 법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을 두 가지로 나눠서 보고 있는데, 하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부동산 자금을 대출 받고 그 대출금을 꼬박꼬박 갚아 나가는 (그리고 여성의 경우, 한 가정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해내게 돕기 위하여 맞벌이와 가사‧육아 노동의 병행, 나중에는 경력단절마저 감수하기를 마다 않는) '1등 국민'이다. 그리고 나머지다. 이들은 그런 정상적인 트랙에서 탈락한 삶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제대로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진선미 의원이 추진하려 했던 생활동반자법은 지금의 제도가 간과하고 있는 삶들을 제도 안에 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비혼들의 안정적 주거 대책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가족'?

여성가족부의 이름에 '가족'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는 것으로 안다. 여성을 전통적인 가족상에 종속시키는 것은 성평등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부처의 이름에 들어가는 '가족'이 여성을 착취하는 가족이라면 곤란하다.

하지만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인간은 함께 상호작용하고 서로를 돌볼 때만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가족'이 더이상 부당한 가부장의 권력이 행사되는 곳이 아니면 좋겠다. 남편이 아내에게,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또 부모가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곳이 아니었으면 한다. 이제 '가족'은 더불어 공존을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면 좋겠다. 그리고 '여성가족부'가 그 사람들이 함께 더 잘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곳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앞서 언급한 토크콘서트 행사 말미에는 "결혼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살고 싶어요. 저를 위한 제도는 없나요?"라는 한 여성의 질문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직 이런 사람을 위한 제도는 없는 것 같다.

나와 식구들은 '비혼지향생활공동체 공덕동하우스'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지만, 법적인 보호망 밖에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현행 임대주택 제도 안에 들어가기 위해 결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야 하거나,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의 이름으로 호명되어 1인씩 뿔뿔이 흩어져야 한다. 우리는 서로를 '사회적 가족'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는 '4인 정상가족'에게 주어지는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없고, 2년짜리 월세 계약에 전전긍긍하며 살아간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국민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등을 떠미는 정책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근본적인 가족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여성가족부가 필요한 때다. 나는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삶의 행보를 보여 준 사람이 바로 진선미 의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글의 앞머리에서 밝혔듯, 지금의 여가부가 소신껏 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큰 이유는 올바른 방향의 정책을 제안했을 때 그것을 충분히 지지해 주고 관심 가져 줄 정치적 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생활동반자법/파트너등록법의 내용에 담긴 가족에 대한 새로운 철학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지지를 보내야 할 때다. 이러한 관심과 지지를 안정적인 밑바탕 삼는다면 새 여성가족부 장관은 혁신적이고 과감하게 일하며 업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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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저자. 소수자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관심사는 마이너리티/섹슈얼리티/몸/시민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