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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거제 삼성중공업과 창원진해 STX조선해양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끼친 가운데, 조선소 현장에서 재발방지를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다단계 재하도급 금지'와 '고용시스템 개선'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중공업에서는 지난해 5월 1일 크레인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들은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또 STX조선해양에서는 지난 해 8월 20일 폭발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위원장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 아래 '조사위')를 꾸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개월간 조사를 벌였다. 조사위는 최근 정부에 사고조사보고서를 제출했고, 7일 공개했다.

조사위는 민간전문가, 조선업 종사 경력자, 노사단체 추천전문가 등 위원 16명으로 구성되었고, 그동안 전체회의 11회와 현장조사 3회, 공청회 2회, 노동자 설문(2036명) 등을 벌였다.

조선업 중대재해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조사위는 "조선업 사망률은 제조업 평균보다 높고 여전히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여, 2007년부터 2017년 9월 사이 조선업 업무상사고 사망자수가 무려 349명이었다"고 했다.

조선업 중대재해는 사고사망자의 79.3%(257명)이 하청노동자였고, 떨어짐(추락)이나 넘어짐(전도)과 같은 재래형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가 재해유형에서 제일 높았으며, 예방가능한 사고들이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조사위는 "산재발생 이후의 행정처분은 관대하게 이루어져 온 것으로 해석되었다"고 했다.

삼성중공업·STX조선의 산재사고에 대해, 조사위는 '안전인증기준 미흡'과 '가설재 점검, 설치 및 관리의 외주화', '밀폐공간 환기의 모니터링 부재', '관리자의 역할 미흡', '배풍기와 덕트의 관리 미비', '관리의 이원화와 소통 부재', '혼재작업에 의한 인적 재해' 등의 요인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세계노동절인 1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사고현장의 휜 크레인.
 세계노동절인 2017년 5월 1일 오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타워크레인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진은 2일 오후 사고현장의 휜 크레인.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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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인 원인으로 '조선업의 원하청관계'가 문제라는 것. 조사위는 "사내협력업체들의 전반적인 관리운영 실태를 확인한 결과, 생산관리 및 인사노무관리 수준이 매우 낮았으며, 특히 다단계 하청일수록 의사소통의 장애로 인해 기존의 산업안전보건시스템 자체가 무력화되면서 재해위험이 높아질 수 있었다"고 했다.

조사위는 "원하도급 관계, 나아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현재의 안전보건시스템과 충돌하는 현상은 그동안 하청계열화로 발전한 한국 제조업 전반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조사위는 "다단계하청 활용은 낮은 생산성과 산재발생 가능성 증가로 인해서 오히려 비용증가 요인이 될 수 있었다"며 "고용형태의 다양화와 산업안전보건의 문제는 조선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전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했다.

또 조사위는 '안전을 위배하는 무리한 공정 진행', '안전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재하도급의 확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과 역할이 불명확', ' 과도한 하청노동자의 증가'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어떤 개선 방안이 있는가. 조사위는 "산업재해는 더 이상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주나 국가에게도 큰 재앙이다"며 "이제 산업안전은 '노사 간 유불리'를 놓고 따질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하고, '가장 효율적인 산업재해 예방기능의 구현'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사업장 내에서 위험을 제어할 수 있는 이가 산업안전에 관한 권한과 의무를 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노동자들의 부주의 예방 노력과 함께 사업주가 산업재해 예방에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제도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사위는 "업무도급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유연화 필요성이라는 고육지책에 국한되어야 하고, 비용절감만을 지향하는 외주화는 지양되어야 한다"며 "특히 하도급활용이 애초 기대한 비용절감이 아니라 생산성 저하와 산재발생으로 비용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사위는 "다단계 재하도급을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무리한 공정 진행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조선업 안전관리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고용형태 개선과 관련해서 사내협력 업체를 활용할 때는 1차 협력업체를 정상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조선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와 숙련인력 양성, 안전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조선기능인 자격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사위는 내놓았다.

지금이 조선업 중대재해 예방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적기라는 것. 조사위는 "조선업 재하도급 규모가 크게 줄어든 2018년은 향후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확보와 산업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해서 과감하게 재하도급 문제와 고용구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적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배규식 위원장은 "이번에 제출한 사고조사보고서가 조선업종의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책자료로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며 "조선업계에서는 대형 인명피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과 함께 안전보건관리 역량 강화 등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고조사보고서는 누구든지 쉽게 열람이 가능하도록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자료실에 게시될 예정이다.
 
 20일 오전 폭발사고로 도색작업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사망한 창원시 진해구 소재 STX조선해양의 건조 중인 선박.
 2017년 8월 20일 오전 폭발사고로 도색작업하던 하청업체 노동자 4명이 사망한 창원시 진해구 소재 STX조선해양의 건조 중인 선박.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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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위 "조선업 '다단계 하청 금지' 법제화 해야"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가 조선업 '다단계 하청 금지' 법제화를 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번 조사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낸 입장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공대위는 "사고조사보고서가 정부에 제출됨으로써, 이제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및 정책 실행의 공은 정부에게 넘어갔다"며 "사고조사보고서 제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고 했다.

공대위는 "사고조사보고서의 결론이자 '조선업 중대재해 방지와 안전확보를 위한 정책 제언'의 핵심 내용인 '다단계 재하도급의 원칙적 금지'를 반드시 법제화 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조사위 활동을 통해, 조선업에 만연한 다단계 하청을 금지하지 않고서는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한 어떠한 노력과 제도개선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음이 명백히 확인되었다"고 했다.

이어 "원청 조선소가 중대재해 예방에 아무리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아무리 좋은 안전관리 제도와 시스템을 운영하더라도, 차마 기업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수백 개 영세 하청업체가 복잡하게 뒤엉킨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공대위는 "조사위는 지난해 7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로부터 출발해 구성된 것"이라며 "그러므로 조사보고서의 핵심 정책 제언인 '다단계 하청 금지'를 법제화하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실컷 생색만 내고 결국은 국민을 기만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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