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의 두번째 미니 앨범 < WARNING >

선미의 두번째 미니 앨범 < WARNING > ⓒ 메이크어스 엔터테인먼트


한국 대중에게 선미는 매우 부지런한 아이돌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 2013년부터 선미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부지런히 팬들을 만났다. 결과는 성공의 연속이었다. 2013년에는 '24시간이 모자라', 2014년에는 '보름달', 그리고 2년 동안 다시 원더걸스로서의 활동을 이어갔다.

2017년 JYP를 떠난 이후, 그녀의 행보는 더욱 화려했다. 특히 작년 여름 '가시나'의 인기는 열풍이라고 할 만했다. 키치한 후렴구, 절제되면서도 독특한 안무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차세대 여성 디바라는 표현보다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여성 디바'가 걸맞아 보인다.

지난 4일, 선미가 자신의 두번째 미니 앨범 < WARNING >을 발표했다. '가시나'와 '주인공'을 계승하는 '사이렌'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사이렌'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을 홀린 후, 죽음에 이르게 한다)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온 것이다. 이 곡은 발매와 동시에 멜론, 엠넷, 벅스 등 주요 음원사의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재생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지향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곡은 원더걸스의 < REBOOT >(2015)에 수록될 뻔했던 선미의 자작곡이다. < REBOOT > 앨범이 그랬듯,  신스팝과 뉴웨이브를 기본 기조로 하고 있다. (실제로 선미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사이렌'은 원더걸스가 밴드로 활동하던 2~3년전에 그녀가 작곡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곡 전반에 깔려 있는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 엘리 굴딩(Ellie Goulding), 유리스믹스(Eurythmics) 등 다양한 시대의 이름들이 머리를 스친다. 

이 한 곡에 많은 매력 요소들이 있다. 두터운 베이스 사운드는 긴장감을 조성한다. '라라라'를 반복하는 코러스에는 흡입력이 있다, 멜로디는 선명하다. 선미 특유의 중저음도 잘 강조되었다.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주체적이고 단호한 가사가 있다. 선미가 직접 쓴 가사는 이 곡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탈피를 시도하는 모습을 그린 뮤직비디오는 이 곡이 표현하려는 것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도록 한다.
 
'네 환상에 아름다운 나는 없어'/ 'Get away out of my face 더 다가오지 마'
- '사이렌' 중


아티스트 선미의 욕심

4년 전 발표된 첫 미니 앨범은 박진영, 용감한 형제 등 기존 프로듀서에 의해 지휘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180도 바뀌었다. 선미가 총괄 프로듀서로 나섰고, 모든 곡에 이름을 올렸다. 원더걸스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작곡가 프란츠(Frants)와 함께 멜로디를 썼다. 특히 이번 앨범에 실린 모든 가사는 선미의 작품이다.

'사이렌' 외의 다른 수록곡을 들어보아도, 그녀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작사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면성 우울증'의 아픔을 그린 'Black Pearl'의 가사는 이 앨범에서 가장 눈에 띈다. 이 가사는 선미가 대중스타로서 느낀 아픔이 될 수도 있고, 평범한 우리네 삶에도 대입할 수 있다. 다소 낙관적인 시티팝 사운드 위에 그려낸 도시인의 현 주소라고 해야 할까. 
 
'더럽고 아픈 걸 감싸고 감싸네 난
추한 까만 빛이 못 새어 나오게 난'
- 'Black Pearl' 중
 

아직 스물일곱 살의 젊은 나이지만, 어느덧 데뷔 12년 차의 베테랑이다. 그 동안 선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실로 다양했다. 국민 걸그룹 '원더걸스'의 멤버, 베이시스트, 관능적인 섹시 디바, 걸그룹 멤버들의 롤모델. 그리고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까지 확보했다. 대형기획사 출신의 아이돌이 주체성을 확보해 나가는 서사는 매우 의미있다. '선미의 음악 속에는 선미가 있다'는 것이다. < WARNING >과 '사이렌'에는 아티스트의 야망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선미의 진보는 현재진행형이다.
선미 사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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