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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의 부동산 시장에는 10여 년 전보다 더 심한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1년 사이에 수억 원이 오른 아파트가 부지기수이고, 최근에는 강남 지역에 머물던 투기 열풍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번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서울 지역에서 다시 불고 있는 부동산 광풍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토지+자유연구소'의 글 네 편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은 마지막입니다. [편집자말]
어느 문서에도 부동산 문제의 근본 대책은 없었다

지금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파트값 폭등은 순전히 인재(人災)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나 부동산 시장 자체의 경제적 요인에 의해 촉발된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멀게는 박근혜 정부 때 최경환이 투기 억제 대책의 마지막 보루였던 금융규제까지 완화하면서 부동산 경기부양을 부추겼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폭등의 책임을 최경환에게 물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런 일을 사전에 막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비극은 이미 대선 당시에 배태되었다. 문재인 후보는 2012년 대선에 이어 다시 한 번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부동산 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하는 투기와 불평등을 어떻게 다루겠다는 견해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대선 직전 출간한 저서에서 부동산 보유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GDP 대비 1%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대선 투표일 직전 캠프 인사들이 그 약속마저 백지화해 버렸다. 

그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정책 공약집'에도,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만든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도 부동산 불로소득 때문에 발생하는 투기와 불평등에 대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서울 강남·강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2018.8.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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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일자리 중심 경제'로 정식화하면서 '사람 중심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거기에도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들어 있지 않았다. 그 문건에서 부동산 정책이라곤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공급 대책, 주거급여 확대 정책이 고작이었다. 

1970년대 이후 주기적으로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어서 수많은 국민들을 좌절에 빠뜨리고,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넘는 부동산 소득이 발생해서 불평등을 심화하고, 격렬한 부동산 경기변동으로 금융위기의 위험이 상존하는 나라, 이게 바로 대한민국이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레토릭만 보면 문재인 정부가 당연히 부동산 문제의 근본 정책을 마련해 두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겠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중병이 걸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고 하자. 정상적인 의사라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진통제도 투여하겠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병의 원인을 찾아내서 근본적으로 치유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병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진통제만 투여하고 병원 식사나 꼬박꼬박 제공한다면 그런 의사는 돌팔이가 틀림없다. 그렇게 환자를 치료한다면, 갈수록 고통은 심해지고 결국 환자는 생명을 잃고 만다. 

단기 시장 조절에만 몰두한 '돌팔이' 정책가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현재까지 부동산 문제를 대하는 방식을 지켜보니,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이 질병의 원인에는 관심 없이 진통제나 놓고 밥이나 공급하는 돌팔이 의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부동산에서 과다한 불로소득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환수하지 않고서는 투기 광풍을 잠재우는 것도,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감스럽게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 불평등 문제에서 부동산은 변수가 아니라는 소신을 가진 인물이다. 게다가 부동산 정책은 그의 전공도 아니다. 실제로 장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을 맡았을 뿐, 부동산 정책의 기획에는 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장하성 실장은 최근에 언론 노출을 자주 하면서 부동산 정책에 관한 발언을 하고 있지만,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국민의 삶을 위한 주택은 시장이 이길 수 없다"라며 허수아비 치기 식 언사나 맥락이 통하지 않는 말을 쏟아내서, 과연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심하게 한다. 심지어 9월부터 임대주택 파악 시스템이 전면 가동된다는 이유로 서울 아파트 투기가 차단될 것처럼 호언장담했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전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는 믿음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참여정부 최대의 실패를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강화한 데서 찾는다. 그런 그가 청와대 안에서 '왕수석'으로 불리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으니, 재정개혁특위가 보유세 강화 시늉에 그친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때와는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른 경제문제와는 달리 부동산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도 그의 영향이 아닌가 짐작된다.
 
장하성 맞은 편에 김동연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가 30일 오전 국회 본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 장하성 맞은 편에 김동연 김동연 경제부총리(가운데)가 국회 본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2018.8.30)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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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도 줄곧 보유세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재정개혁특위의 '찔끔 증세'조차 더 '찔끔 증세'로 만들고 말았다. 그의 지휘 아래 있는 기획재정부는 약간이라도 파격적인 부동산 대책이 거론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 빼기' 하느라 여념이 없다.

2017년에 단기 시장 조절을 내용으로 하는 8.2대책과 주거복지 확충을 내용으로 하는 11.29대책을 발표한 후 한동안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지자 이들은 의기양양했을 것이다. 토지+자유연구소와 헨리 조지 포럼 등의 단체가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청와대 인사들은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맞이한 것이 작금의 집값 폭등이다. 청와대 인사들은 계속 진통제만 주면 괜찮겠거니 생각했겠지만 그 사이에 병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여의도·강북 개발 발언으로 장작불에다 휘발유를 갖다 부었으니, 이를 인재(人災)라는 용어 외에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하겠는가?

부동산에는 투기 수요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거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일이 제대로 되면 가격 변동의 폭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문재인 정부는 가격 변동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 사전적 대비책을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시장 참가자들에게 '정부가 세게 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는 신호를 주다가, 서울 집값이 예상외의 폭등세를 보이자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책을 마련하느라 호들갑을 떨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앞으로 가격이 하락해서 문제가 생기면 직전에 실시했던 투기 억제 정책들을 전면 해제하여 가격 하락을 막으려고 안간힘을 쓸 가능성이 크다. 이런 행태는 대한민국 역대 정부가 수십 년간 해오던 냉온탕식 정책 운용, 바로 그것이다. 

작년 8.2대책 발표 직후 김수현 사회수석은 기자 간담회에서 "어떤 경우든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김 수석도 모든 과정의 결과인 가격과만 씨름하려 하니 옛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부동산 광풍,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

그렇다면 현재 서울에서 불고 있는 부동산 광풍은 어떻게 해야 잠재울 수 있을까?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부동산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부동산 정책은 단기 시장 조절과 주거복지 확충만으로 충분하다고 속삭인 참모와 관료가 있었다면 단호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에 관해 과도한 언사를 남발해서 위기를 자초했으니, 절대로 부동산 문제나 종합부동산세는 아예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충고한 참모가 있는가? 그런 사람은 당장 물리쳐야 한다. 참여정부의 실패에서 배운다고 하면서 무조건 거꾸로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의 본질과 해법을 깊이 이해했던 보기 드문 정치인이었다.  

둘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틀 가운데 부동산 문제를 포함해 정책 철학과 정책 내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사실 부동산 불평등을 해소한다면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은 눈에 띄게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부동산값 폭등만큼 공정경제를 훼손하고 소득주도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셋째, 부동산 문제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근본 정책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서 잘못 시행한 정책들을 찾아서 신속하게 시정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지난 7월 6일 기획재정부가 최종 확정한 보유세제 개편 방안을 꼽을 수 있다. 재정개혁특위라는 이상한 조직을 만들어 거기에다 책임을 떠넘기는 '꼼수'로 보유세 강화 요구를 모면하려 했던 것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새로 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현행 종합부동산세-재산세의 틀을 넘어서는 대안도 이미 나와 있다(필자가 쓴 2017년 8월 19일자 <오마이뉴스> 칼럼 '부동산공화국' 해체하는 방법, 정부는 외면 마시라 참조).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담대한 상상력과 과감한 추진력이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후 청와대 열린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한 뒤 행사 시작을 기다리다 생각에 잠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법관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한 뒤 행사 시작을 기다리다 생각에 잠겨 있다.(2018.8.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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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문재인 대통령은 엉터리 부동산 대책이 난무하기 시작했음을 인식하고 거기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 대안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공급확대론이나 분양가 규제론 등이 횡행했었다. 이미 수구 언론들과 경제신문들은 공급을 확대하라며 낡아빠진 레코드를 다시 틀어대기 시작했고, 정동영 의원 같은 이는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규제가 집값 폭등을 해결할 근본 대책이라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주장하는 한편, 그린벨트 해제까지 염두에 둔 공급확대를 밀어붙이겠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가격이 폭등하는 곳에 공급을 더 해야 한다는 것은 얼핏 보면 맞는 말 같지만, 투기 수요가 창궐하는 경우에는 아무 소용이 없고 오히려 투기 열풍을 더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박원순 시장의 강북 개발 계획이 다름 아닌 공급확대책 아닌가?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에 관한 담론이 참여정부 때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듯해서 참 답답하다.  

다시 부는 부동산 광풍,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정책 철학을 올바로 세우고 그에 맞는 정책 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관건이다.

며칠 전 신동호 청와대 연설 비서관이 페이스북에 '제독의 고독'이라는 시를 써서 올렸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고독한 제독'의 길에 서 있는 줄 잘 안다. 부디 지금이라도 엄청난 폭풍우로 크게 흔들리는 대한민국호의 키를 잘 잡아서, 진정으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부동산 광풍 원인과 해법 ①] '정부, 불로소득 환수 의지 없다'... 투기심리 불붙었다
[부동산 광풍 원인과 해법 ②] 참여정부 악몽 잊었나... 문 대통령은 서둘러야 한다
[부동산 광풍 원인과 해법 ③] 노무현의 김수현과 문재인의 김수현

덧붙이는 글 | 어느 사회나 평등한 토지권이 잘 적용된 사회일수록 안전했고, 경제가 발전했으며, 건강한 문화가 꽃피웠습니다. 반면 이 사상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사회는 불안해졌고, 빈부격차는 심해졌으며, 문화는 병들어갔습니다. 이 사실은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주거 불안, 일자리 불안, 금융 불안, 노후 불안을 해소하고 참다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평등한 토지권이 회복돼야 합니다. 토지+자유연구소는 이를 위해 토지특권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지공주의(Geoism)' 구현, 공평과 정의를 기반으로 하는 '공정국가(fair state)'모델 수립, 남과 북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통일한국의 대안적 경제체제 연구를 비전으로 삼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부동산 세제 디자인, 자유로운 사회의 토대, '지대기본소득제', 토지정의에 기반한 도시재생 방안, 북한 공공토지임대제 실시 방안, 새로운 경제학 원론(原論) 저술 등을 연구과제로 수행 중입니다. 토지+자유연구소의 홈페이지는 http://landliberty.or.kr/ 를 링크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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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헨리 조지 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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