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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선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지난 8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선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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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DNA 채취 영장을 발부하거나, 검찰이 DNA 채취를 할 때 채취 대상자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불복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앞서 지난 2014년 같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5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4년 만에 헌재의 판단이 달라진 것이다. 

헌재는 4일 'DNA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DNA법)' 제8조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이 조항이 헌법불합치라고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결정했다. 한번 DNA 채취를 당하면 죽을 때까지 수사기관 자료로 활용되는데 최소한의 의견 진술도 못하게 하는 것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국회는 해당 조항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DNA 감식시료를 채취당한 대상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 시까지 자신의 DNA 신원확인정보가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돼 범죄수사 내지 예방의 용도로 이용되는 것을 수인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라며 "신체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제한받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 조항이 DNA 감식시료채취영장 발부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발부 후 그 영장 발부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거나 채취행위의 위법성 확인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취 대상자의 재판청구권은 형해화(형식만 있고 가치가 없게 됨)되고 채취대상자는 범죄수사 내지 예방의 객체로만 취급받게 된다"라며 "이 조항은 채취 대상자인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라고 밝혔다.

반대의견을 낸 김창종, 안창호, 조용호 재판관은 "DNA 감식시료를 채취하는 것은 형사처벌에 추가해 법적 제재를 부과하는 의미"라며 "DNA법을 보면 먼저 채취대상자에게 채취를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해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DNA 감식시료를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채취 대상자의 의견 진술 절차가 봉쇄돼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노동자를 흉악범죄자로 몰았다"

 4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디앤에이 채취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이행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헌재는 노동조합, 사회단체 활동가에 대한 DNA 채취를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2018.9.4
 4일 오후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디앤에이 채취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이행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30일 헌재는 노동조합, 사회단체 활동가에 대한 DNA 채취를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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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에 해당 헌법소원을 제기한 구미 KEC지회 노동자들과 민주노점상전국연합을 비롯해 노동·인권 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적인 법 개정과 현재 DNA 채취 시도 중단 및 수집된 DNA 정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DAN법은 성범죄자 등 강력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10년에 재정됐지만, 시행 후 노동조합 활동이나 사회운동 과정에서 농성이나 점거에 참여한 노동자와 활동가들에 대한 DNA 채취가 시작됐다"라며 "DNA를 채취 당한 용산 철거민과 쌍용차 노동자들이 헌법소헌을 제기 했지만 2014년에 헌재는 합헌으로 결정했고, 그 이후로도 마구잡이 DNA 채취가 멈추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취영장으로 DNA를 채취당한 이들은 영장에 불복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고 대상자가 DNA를 채취당할 만큼 중대범죄자인지 재범가능성이 있는지 제대로 된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헌재 지적처럼 채취대상자를 범죄수사 내지 예방의 객체로만 취급하고 인권을 침해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회견에 참석한 이미옥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2010년 사측의 노조파괴에 의해 노동자들이 처참히 짓밟혔고 우리는 공장을 점거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여섯 명이 구속되고 수십명이 해고됐지만 민사상 책임에 흉악범죄자로 몰려 DNA 채취까지 당했다. 국가가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채취에 협조하지 않으면 죄가 무거워지고 벌금도 늘어난다는 협박도 받았고, 수치심에 눈물을 흘리는 여성노동자도 있었다"라며 "국가가 자행한 낙인찍기와 폭력에 사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충렬 쌍용자동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2009년 파업 당시 국가가 개입된 토끼몰이로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범죄자로 내몰렸다, 2010년 DNA법이 만들어지고 형을 다 살고 나온 사람들에게 검찰에서 연락이 왔다"라며 "2009년에 발생할 일에 대해 DNA를 채취한다는 것에 헌법소원을 제기 했지만 합헌 결정이 나왔고 그 뒤로 어쩔 수 없이 채취 당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노동자들을 범죄집단으로 몰아갔던 것이 바로 적폐고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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