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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참여연대는 구미시에 박정희 기념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9월 3일부터 무기한 시청 현관에서 1인시위에 들어갔다.
 구미참여연대는 구미시에 박정희 기념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9월 3일부터 무기한 시청 현관에서 1인시위에 들어갔다.
ⓒ 구미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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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참여연대(공동대표 이봉도·전대환, 아래 참여연대)가 석 달 만에 보도자료를 냈다. "박정희 기념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이다. 참여연대가 보도자료를 내지 않은 지난 석 달간 구미 지역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6·13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선거 결과 24년 만에 구미시의 지방 권력이 바뀌는 반전이 있었다. '보수의 심장'으로, '영남 성골'로도 비유되는 이 구여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아성에서 민주당 소속의 장세용 시장이 당선됐다. 민주당은 6개의 도의원 선거구 중 3곳에서 승리했고, 시의원도 선거에 출마한 7명 전원이 당선하는 기염을 토했다. (관련 기사 : '박정희 고향' 구미에서 첫 민주당 시장 탄생)

선거 결과를 들여다보면 구미시민들은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에게 거의 몰표를 던짐으로써 "'무능하고 후안무치한 자유한국당 권력'을 '응징'"(이상 참여연대 논평)했다. 그러나 무상급식 등의 복지 정책은 외면한 채 박정희 우상화에만 열을 올렸던 전임 남유진 시장이 후임자에게 남긴 유산은 만만찮다.(관련 기사 : 1천억 건물 비워놓고 기어이 박정희 유물관 지어야 하나?)

1천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었으나 운영비 부담 때문에 무용지물로 버려두고 있는 '새마을 테마공원'과 이른바 '역사자료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유물전시관'이 그것이다. 남 시장이 재임 기간 내내 일관한 '박정희 우상화' 사업에 넌더리가 난 시민들이 지역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장세용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것은 그가 '새마을운동 테마공원'과 '유물전시관'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무려 1천억 원을 들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운영비 부담을 둘러싸고 경북도와 구미시가 대립하면서 완공된 지 8개월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2018.9.3.)
 무려 1천억 원을 들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운영비 부담을 둘러싸고 경북도와 구미시가 대립하면서 완공된 지 8개월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2018.9.3.)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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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타운 안 박정희 동상 왼쪽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8. 9. 3.)
 박정희 타운 안 박정희 동상 왼쪽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8. 9. 3.)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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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용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물전시관 취소를 검토하고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경북 민족 독립운동기념관으로 바꾸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밝혀 이 문제에 대한 전향적 해결책을 제시했다. 최소한 전임 시장이 벌여놓은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그의 입장은 분명해 보였다.

7월 1일, 장세용 후보가 구미시장에 취임했고 두 달이 지났다. 설왕설래가 이어지긴 했지만 장 시장이 약속한 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상황 변화는 현재로선 눈에 띄지 않는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의 운영과 관련해서 경북도와 구미시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고 있고, 역사자료관은 기초공사를 마치고 1층 공사 중이다.

역사자료관을 근현대사 박물관으로? 여전히 '논의 중'

참여연대가 석 달 만에 보도자료를 낸 것은 시장 취임 2개월이 지났지만 구미시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새 시장이 '지난 20여 년의 잘못된 행정을 반성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박정희 기념사업에 대한 과감한 정리를 해주기를 기대'해 왔으나 2달이 지나도 정리된 입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구미시 관계자를 통하여 박정희 유물전시관을 용도 변경하겠다는 계획이 흘러나오기는 했다. 어제 한 일간지에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에서 '박정희'를 뺀 새 이름으로 2019년 하반기에 개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지만 공식 발표가 나온 것은 아니다. 기자가 구미시 문화관광담당관실에 확인해 본 결과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일 뿐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200억 예산으로 공사 중인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시민 의견을 수렴해서 '구미 근현대사 박물관', '구미 공영박물관' 같은 이름으로 열겠다는 것이다. 전시물도 박정희 유품 외에 구미 공단 입주 기업에서 생산한 최초의 제품과 같은 근현대사 관련 유물을 더할 예정이란다.

'역사자료관'의 전시 목록의 맨 꼭대기에 있는 게 구미시청 선산출장소 3층에 보관해 온 박정희의 유품 5670점이다. 이 물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썼다는 미국산 티파니 시계, 기어 자전거, 물소 가죽 슬리퍼, 독일제 가죽 골프가방, 가죽 재질의 여행용 가방 세트, 삼성-산요가 만든 초창기 TV, 박정희가 쓴 가죽 소파, 육영수 여사가 앉은 노란 패브릭 소파 등이다.(관련 기사 : 14년 만에 공개된 박정희 유품 맥 빠지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에 전시할 유품은 고작 미국산 티파니 시계, 기어 자전거, 물소가죽 슬리퍼, 독일제 가죽 골프가방에 불과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사자료관'에 전시할 유품은 고작 미국산 티파니 시계, 기어 자전거, 물소가죽 슬리퍼, 독일제 가죽 골프가방에 불과하다.
ⓒ JTBC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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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유품은 당대 최고 권력이 일상에서 쓰던 집기로, 한 개인의 일상생활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다수 대중의 고단했던 삶과 무관한 권좌의 호사를 드러낼 뿐인 전시관에다 200억 예산을 들이붓는 일이 합리적이라고 여길 사람이 있겠는가. 구미의 시민단체들이 이 시설을 '유물전시관'으로 부르는 이유다.

참여연대가 제기한 '선산출장소 보관 박정희 유물 도록 및 유물 목록 공개' 정보공개 요청(2018.7.25.)에 구미시는 '비공개 결정'으로 통지했다. 계획대로라면 전시물로 일반에 공개될 유물 목록의 비공개 사유는 '경영상 영업상 비밀'이었다. 이에 참여연대는 구미시가 '지난 20여 년간의 잘못된 행정을 과감히 혁신하려는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참여연대가 박정희 기념사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한 배경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되어온 구미시의 박정희 기념사업을 통한 '우상화'에 참여연대는 문제 제기를 해왔다. 많은 시민(국민)이 지지를 표명하자, 구미시와 경상북도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구미참여연대가 요청한 ‘박정희 유물 도록 및 목록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 구미시가 통지한 비공개 답신. '영업상 비밀'이어서 비공개 결정을 했다는 내용이다.
 구미참여연대가 요청한 ‘박정희 유물 도록 및 목록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 구미시가 통지한 비공개 답신. '영업상 비밀'이어서 비공개 결정을 했다는 내용이다.
ⓒ 황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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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도 박정희 우상화 사업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천억 원을 들인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은 개관조차 하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데도 200억 원을 들이는 '역사자료관' 공사는 진행되고 있다. 매년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들의 중단 발표 없이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구미참여연대, 역사자료관 공사 중단 등 7개항 요구

참여연대는 입장문을 통해 ① 역사자료관 공사 즉각 중단, ② 박정희 사업은 민간에게 넘기고 관련 공무원은 철수, ③ 박정희 탄생 기념행사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우상화 의도가 짙은 사업을 즉각 폐지, ④ 정수대전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 ⑤ 시청 운영 인터넷 '박정희 사이트'를 폐쇄와 '박정희 소년상' 철거, ⑥ 박정희 체육관 명칭을 시민에게 돌려줄 것, ⑦ 선산출장소에 보관 중인 박정희 유물 목록을 공개하고 원소유주에게 반환 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역사자료관 공사는 즉각 중단해야 하고 용도 변경을 추진할 의사가 있다면 문제가 정리된 후에 공사를 재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구미시에 두고 있는 박정희 태스크 포스(TF)를 해산하고 관련 공무원 5명을 시로 복귀시킬 것을 요구했다.

참여연대는 "박정희에 대한 순수한 추모 행사까지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제하며, "시민의 정서를 왜곡하고 지탄의 대상이 된 우상화 관련 행사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박정희 탄신제'라 이름으로 박정희 우상화의 핵심이 되어 온 박정희 탄생기념 행사는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박정희 등굣길 따라 걷기, 박정희 테마 밥상, 박정희 소나무 관련 행사 등 우상화 성격이 명백한 행사와 사업들도 반드시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또 구미시와 경상북도가 매년 3억 원 상당의 예산을 들여 운영하고 있는 '정수대전'에 대한 예산지원의 중단도 요구했다. '박정희'와 '육영수'의 이름을 딴 '정수대전'은 해마다 미술, 사진, 서예·문인화 등을 공모하여 시상하는 제도로, '박정희 내외의 삶과 사상을 예술로 승화'한다는 한국정수문화예술원이 운영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 사업이 시민의 문화생활과는 동떨어진 박정희 미화를 위한 행사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구미 박정희체육관 앞 철로 옆에 조성된 박정희 등굣길. 박정희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길이라 하는데 여기서 '박정희 등굣길 따라 걷기' 등의 행사가 벌어지곤 했다.
 구미 박정희체육관 앞 철로 옆에 조성된 박정희 등굣길. 박정희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길이라 하는데 여기서 '박정희 등굣길 따라 걷기' 등의 행사가 벌어지곤 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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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등굣길에는 여러 모습의 '소년 박정희상'이 세워져 있다. 지게를 지고 책을 보면서 걷고 있는 소년 박정희의 상은 우상화에 불과하므로 구미참여연대는 즉각 철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정희 등굣길에는 여러 모습의 '소년 박정희상'이 세워져 있다. 지게를 지고 책을 보면서 걷고 있는 소년 박정희의 상은 우상화에 불과하므로 구미참여연대는 즉각 철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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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참여연대는 시청이 운영하는 '박정희' 사이트를 폐쇄하고 '박정희 소년상' 철거를 요구했다. 또 남유진 전 시장이 조성한 우상화 목적으로 '박정희 등굣길'에 세워 놓은 '박정희 소년상'도 즉각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구미시의 상징은 '박정희'가 아니다

참여연대는 또 '박정희 체육관' 명칭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작 구미시민이 박정희를 구미의 브랜드 상징으로 생각한 비율은 고작 6.4%에 그쳤는데도(구미 상징 이미지로 '금오산'이 34.6%로 가장 높고, '전자 산업 단지' 28.7%, '새마을운동' 14.5%, '젊은 도시' 8.3% 등의 순) 불구하고 구미 시민체육관을 개명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2020년 전국체전의 중심 공간이 '박정희 체육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참가자들로부터 쏟아질 비아냥이 구미시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참여연대는 선산출장소에 보관 중인 박정희 유물 목록을 공개하고 원소유주에게 반환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200억을 들여 만드는 '유물전시관'에 내놓을 유물 목록조차 공개할 수 없다면 유물전시관 공사는 중지되어야 하고, 원소유주인 박정희 기념 재단에 이 유물들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6년 5월 구미YMCA가 여론조사 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구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관련' 여론조사 결과, 구미의 브랜드 상징은 '박정희'가 아닌 '금오산'이었다.
 2016년 5월 구미YMCA가 여론조사 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구미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관련' 여론조사 결과, 구미의 브랜드 상징은 '박정희'가 아닌 '금오산'이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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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시민 기대에 걸맞은 혁신 요구... 유물 정보공개 행정소송도

참여연대는 "지방 권력을 바꾸어낸 시민들의 기대에 걸맞은 새 시장의 과감한 혁신을 기대하고, 참여연대의 요구에 대한 구미시의 단호한 조치를 기대하면서 9월 3일부터 시청 현관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함께 박정희 유물에 대한 정보공개를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업상의 비밀이 시민들의 알 권리보다 더 우선하는지는 소송을 통해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일관되게 제기해 온 이 일련의 현안에 대한 구미시의 명확한 입장표명은 지난 선거에서 변화를 기대하고 투표한 다수 구미시민의 기대에 답하는 일이다. 비록 서로 다른 이해가 충돌하고 갈등하는 상황이라면 최소한 그것을 공식적으로 공론화하는 과정이라도 거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구미시는 이와 관련한 단편적인 의견을 이리저리 흘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자신의 공약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 것인지를 주권자들에게 밝히는 것은 선출직 공직자의 의무다. 정치인으로서든 행정가로서든 구미시장이 24년 만에 지방 권력을 바꾸어낸 민의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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