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안녕, 미누>(2018) 한 장면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안녕, 미누>(2018)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1992년 한국 땅에 발을 디딘 후 2009년 불법 체류자로 강제추방을 당할 때까지 약 18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던 네팔인 미누씨는 2017년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박람회 참석 건으로 꿈에도 그리던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된다는 사실에 기뻐한다. 예전 같은 장기 체류 목적이 아닌 순전히 박람회 참석을 위한 단기 비자를 신청했고 무사히 한국으로 들어오는가 했지만, 인천국제공항 출입국 관리소에서 입국을 거부 당한다.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9월 13일~20일) 개막작으로 선정된 <안녕, 미누>(2018)는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밴드 보컬로 활동하다 강제 추방당한 미노드 목탄(한국명 미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주노동자 밴드인 '스탑크랙다운'의 메인 보컬 및 리더로 활동하며 이주노동자 권익 증진 운동에 앞장선 미누였기에, 그의 추방 소식은 당시 지상파 뉴스에서도 전해질 정도로 화제였다. 한국에서 밴드로 활동할 당시 미누는 이주노동자를 상징한다는 의미에서 늘 빨간 목장갑을 끼고 공연에 임했다.

한국에서 추방당한 후 고국인 네팔로 돌아가 사회적 기업가가 된 미누는 바쁜 일정 틈틈이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네팔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활동을 이어나간다. 미누가 유독 한국 취업을 희망하는 네팔 청년을 돕는 활동에 열중하는 건, 그들이 아무런 정보 없이 한국에 들어가 숱한 고생을 했던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 때문이다.

<안녕, 미누> 제작진 또한 예상 못 한 결과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안녕,미누>(2018) 한 장면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안녕,미누>(2018)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KBS 다큐 공감에서 방영된 <엄마와 클라리넷>(2015),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에서 상영된 바 있는 <바나나쏭의 기적>(2016)을 연출한 지혜원 감독의 신작이기도 한 <안녕, 미누>는 한국인이 연출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출신인 미누의 시선에서 한국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바라본다.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여길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던 미누를 시종일관 안타깝게 바라보던 <안녕, 미누>의 카메라는 박람회 참석 건으로 강제 추방된 지 8년 만에 한국 방문을 시도한 미누의 한국 입국이 거부당하자 충격을 감추지 못한다. 미누는 물론 미누를 한국에 초대했던 그의 동료들, <안녕, 미누> 제작진 또한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네팔에서 사업가로 완전히 정착한 미누는 더 이상 한국 생활에 큰 미련이 없었고 오랜만에 한국을 찾아 함께 투쟁하고 활동했던 그리운 동료,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8년 전 강제퇴거 명령을 내린 미누의 입국규제가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렇다. 엄연히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던 미누이기에 대한민국 정부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을 위해 미등록 외국인들을 엄격히 관리, 규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누는 자신이 한국에 들어왔던 1990년대 초만 해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체류를 하며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그래서 미누는 이주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에 힘썼고, 그 결과 오랜 기간 동안 한국으로부터 입국을 거부당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안녕, 미누>는 한국을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그로부터 쫓겨난 이주노동자 미누의 편에 서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여러모로 박한 한국을 바라보고자 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럼에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는 네팔 및 동남아시아 국가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짚고자 한다. 한국에서 강제 추방당한 이후 입국거부까지 당해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 남아있을 것 같지 않은 미누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한국 이주노동자가 되고 싶어하는 네팔 청년들을 돕는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아직도 열악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안녕,미누>(2018) 한 장면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 <안녕,미누>(2018) 한 장면 ⓒ DMZ국제다큐영화제


아마 <안녕, 미누>가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을 통해 성황리에 상영된 이후에도 이주노동자와 난민 앞에 놓인 높은 장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 비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아직 열악한 대우와 그들을 향한 각종 편견과 혐오는 그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이주노동자,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유독 거세진 최근 한국 정서를 비추어봤을 때, 이주민들 또한 우리들과 함께 살아가야할 존재로 바라보는 <안녕, 미누>는 "이주노동자들을 감성적으로 바라본다"는 비판에 시달릴 여지가 다분해보인다.

하지만 <안녕, 미누>처럼 기존의 주류적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각도로 우리 사회의 현안과 문제점을 짚어내는 다큐멘터리는 꼭 필요하다. 이주노동자 혹은 난민 수용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보다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할 필요성이 부각되는 요즘, 한 번쯤 참고하면 좋을 다큐멘터리 영화다.

한국에서 강제추방된 네팔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다룬 <안녕, 미누>는 오는 9월 13일, 경기도 파주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식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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