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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초등학교 저학년의 하교시간을 오후 3시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저출산위는 사교육 과잉과 아이들의 낮은 행복도를 이유로 꼽았지만, 결국 아이들 의견보다는 부모의 보육상황이 논쟁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오마이뉴스>가 학부모들의 찬반 의견을 가감 없이 들어봤다. [편집자말]
아이가 셋이라 다행이다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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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30분. 전화벨이 울린다. '우리 집'이다. 초등학교 1, 3학년인 까꿍이와 산들이가 집에 온 모양이다.

"여보세요."
"아빠, 우리 집에 왔어. 엄마는?"
"엄마는 아직. 요새 엄마 공연 때문에 바쁘잖아. 간식 찾아 먹고 있어. 엄마 곧 갈 거야. 아빠도 퇴근하고 갈게."
 

아이들은 4시까지 학교 도서관에 있다가 하교한다. 수업은 1시와 2시쯤 끝나지만, 그 시간에 아내가 집에 있을 가능성은 낮다. 협동조합을 하면서 많이 바빠진 탓이다. 그렇다고 학원 뺑뺑이를 돌릴 수는 없는 법. 차라리 학교 도서관에서 끝날 때까지 책을 읽으라는 게 우리 부부의 지론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학교 사서선생님과 친하다. 까꿍이는 이제 사서 선생님을 도와 책 정리도 하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책을 가장 많이 보는 아이로도 유명해졌다. 다른 부모들은 아이가 어떻게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냐며 부러워하지만, 모르는 소리. 그냥 집에 와도 할 게 없으니 차라리 학교 도서관에 있을 뿐이다.

아이들과의 대화는 이어진다.

"아빠, TV 봐도 돼?"
"응, 그래."
"알았어. 조금 있다가 봐."


항상 TV를 봐도 되냐는 질문으로 끝나는 아이들과의 대화. 10살쯤 됐으면 부모에게 물어보지 않고 그냥 TV를 볼만도 한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까지 부모의 허락이 필요하다. 남들은 그만큼 아이들이 착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다른 말로 고지식하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아이가 학교 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표창장을 받아왔다.
 아이가 학교 도서관을 잘 이용하고 있다고 표창장을 받아왔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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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는 대신 집에서 TV를 보는 아이들. 혹자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아도 되냐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만, 아직까지 아내와 나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부하는 만큼 노는 것도 중요하고, 창의력은 학원의 빡빡한 스케줄이 아니라 일상의 무료함을 견디면서 생긴다. 모든 학습은 자발적일 때 가장 효율적이고, 초등학교 저학년은 아직 학원으로 내몰 나이는 아니다.

다만, 그러한 결심을 이행하는 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래도 될 수 있으면 아이를 혼자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집에 있더라도 혼자는 불안하다. 그것은 안전과도 관련되어 있는 문제였다. 다행히 우리는 초등학생 아이가 둘이다. 복댕이가 1학년이 되는 2년 뒤에는 초등학생이 셋이 되겠지. 그나저나 아이가 혼자인 집의 맞벌이 부부는 어찌할까. 

초등 저학년의 하교시간 논란

 
 하교 후 학교에서 노는 아이들
 하교 후 학교에서 노는 아이들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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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위)는 돌봄 공백과 사교육 과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더 놀이학교' 도입을 제안했다. '더 놀이학교'란 학습과 휴식을 균형 배치해 여유로운 시간표를 운영하면서 저학년과 고학년이 같이 오후 3시에 종료하는 제도로서, 저출산위는 도입 이유로 학생수 급감과 사교육 과잉, 아동의 낮은 행복도 등을 들었다.

그러나 '더 놀이학교'에 대해 사회적으로 찬반의견이 팽팽하다. 부모들의 처한 상황에 따라 찬반 의견이 갈렸다. 

'더 놀이학교'에 찬성하는 부모들은 무엇보다 이 제도가 맞벌이 가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맞벌이 부모에게는 하교 이후 아이들의 시간이 가장 걱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서는 최대 19시까지 아이들을 봐주는데 비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오후시간이 속수무책이다. 그러니 고육지책으로 소위 학원 뺑뺑이를 선택할 수밖에.

지난 8월 말 태풍 솔릭으로 인해 일부 초등학교가 휴교를 결정했을 때를 상기해 보자. 당장 맞벌이 부모에게 난감한 것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들의 휴교가 부모들의 휴가와 연동되지 않는 이상 맞벌이 부모에게 아이들의 휴교는 커다란 고민일 수밖에 없다.

반면 '더 놀이학교'에 반대하는 부모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이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무는 것이 무리라며, 제도 자체가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점을 지적한다. 어차피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 제도로 인해 아이들의 학원 귀가 시간이 오히려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등학생이 되어 학원을 다니지 않는 이들은 우리 아이들밖에 없다. 태권도부터 시작해서 영어, 수학, 바둑 등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느라 너무 바쁘다. 그 중에는 부모들의 맞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많지만, 순수하게 사교육을 위해서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국공립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아직 초등학교 이상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이 행복하려면

더 답답한 것은 이 문제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다. '더 놀이학교'를 찬성하는 부모도, 반대하는 부모도, 모두 제각기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맞벌이 부모에게 아이들의 오후 1시간은 비용의 문제이며, 사교육을 중요시 하는 부모에게 그 1시간은 아이가 무한 경쟁 사회에서 앞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게다가 업무과다를 외치는 선생님들의 항변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답이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 하교시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그럼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하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저출산위가 '더 놀이학교'를 도입하기 위한 이유 중의 하나로 아동의 낮은 행복도를 지적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아동자살률은 OECD국가 중 1위로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 문화와 관련이 깊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몰아 끊임없는 학습을 강요하는 사회.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상상력을 길러야 하는 나이에 우리 아이들은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수준에도 맞지 않는 공부를 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물론 부모들은 그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변한다. 그 모든 것이 자식들을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것은 부모들의 욕망이요,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 구조 속에 아이들을 끼워 넣는 행위일 뿐이다. 이미 세상은 급변하고 있으며, 아이들이 맞닥뜨릴 사회는 우리의 상상 너머에 있다.

이번 '더 놀이학교' 논란을 단순히 하교 시간을 정하는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를 계기로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에 대해 고민을 심도 있게 해야 한다. 무엇이 진정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지, 부모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끝없는 사교육 경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그 경쟁으로 각 가정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마당에 텐트치고 망중한
 마당에 텐트치고 망중한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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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동생들과 놀기 좋아하는 3학년 까꿍이. 지나가는 말로 묻는다.

"까꿍아, 너도 이제 친구들처럼 학원 다니지 않을래?"
"학원? 아니, 싫어."


그래, 조금은 불안하지만 아직은 네가 더 놀아야 될 시간 같다. 조금만 더 열심히 놀자. 놀아본 사람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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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