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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숙 문화재청장 내정자
 정재숙 문화재청장 내정자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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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이번 개각에서 신임 문화재청장 인사를 두고 문화재계가 들썩이고 있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정재숙 신임 청장 임명에 대해 '전문성'과 '경력'이 결여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매장문화재를 무분별한 개발·파괴·도굴·불법거래 등으로부터 보호하고 유적 발굴 허가 및 보존·관리·감독을 담당, 관련 업무와 정책에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역할인 문화재청에 정재숙씨의 취재 경력이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특히 문화재청 안팎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평소에 보던 기자가 아니다", "이걸 좌시해야 하냐며 하루 종일 카톡이 돌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재숙 논설위원은 1987년 <평화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서울경제신문> <한겨레> <중앙일보> 등에서 30년 가까이 문화전문기자로 근무했다. 본인은 전문기자로서 '문화 파수꾼'을 자처해왔으나 정작 문화재청 및 문화재계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 평가랄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청장 인사는 그간의 문화재청장 인사 관행으로 봐도 매우 파격적이다. 그동안 문화재청장은 문화체육관광부나 소속 기관에서 문화행정을 맡아온 관료 출신, 박물관장·문화재연구소장·대학교수 등 고고학·박물관학·고대사·미술사 석·박사 학위 소지자가 주로 임명됐다. 유적 발굴 허가 및 관리라는 문화재청의 주요 업무로 볼 때 전문성과 관련 경력은 필수 검증 요소였다.

"문화와 문화재는 다른데..." 전문성 논란 불거져

고고학 교수 A씨는 통화에서 "문화와 문화재는 다르다, 문체부 장관이 아니라 문화재청장이다"라며 "여타 문화재는 관리 차원이지만, 매장문화재는 제대로 발굴을 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교수는 "잘 모르면 국장급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 국장들은 과거 정권부터 정책을 입안해 오고 실행해온 사람들"이라며 "지금은 기존 틀을 잘 가꿔가는 것이 아니라 혁신해야 할 때인데, 변화를 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것 같아 우려된다"고 전했다.

고고학 교수 B씨도 기자에게 "꼭 학계가 아니어도 적임자가 온다면 현직 기자가 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문화재 전문기자로서의 전문성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지속적으로 문화재계가 비판했던 부분이 전문성은 있지만 행정력이 없는 이들을 청장으로 모셨다는 것"이라며 "이번엔 전문성마저 없다. 지난 정권 인사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다만 B교수는 "이번 인사는 돌출적으로 나온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재 쪽은 아무나 가도 된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고, 종사자들이 그런 인식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면서 "지난 정권부터 10년 이상 문화재계가 청장이 임명될 때마다 어떻게 했는지, 4대강 사업 때도 비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하고 끌려간 여파"라고 말했다. 이어 "(학계가) 자아비판을 먼저 해야 한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뭐라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온라인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이들도 있다. 고재열 <시사인> 기자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개각에서 가장 충격적인 인사는 문화재청장이 아닐까 싶다"면서 "정재숙씨를 쓰려면 문화재청 공보관 정도로 쓰는 게 맞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고 기자는 "문화재 관련 학위 하나 없고, 편집국장 등 조직을 통솔해 본 경험도 전혀 없고, 문화재청 관련 경력도 궁능활용심의위원회 위원 경력이 전부"라며 "문화전문기자와 문화재 전문기자는 다르다. 문화재 전문기자라 할지라도 청장은 다른 문제"라고 적었다. 해당 글은 3일 현재 63회 공유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고고학 교수 C씨도 페이스북 글에서 우려의 뜻을 전했다. C씨는 1일 "타 부처는 '전문성'과 '경력'을 그리 따지면서 문화재청은 이렇게 인사해도 되는가?"라며 "전문성과 경험을 무기로 적폐를 청산하고 부서 개혁을 가열차게 추진할 타이밍이다. 그럼에도 이런 인사가 허용된다면 이 정권도 이미 경고등이 켜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목수정 작가는 "정재숙씨가 기자로서 유능했을지 모르나, 문화부 기자였다가 바로 전문적 식견을 필요로 하는 문화재청장?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인 건 마찬가지다"라며 "자신들의 선배가 차관급 기관장이 된 것에 감읍해하던 몇몇 기자들의 태도도 좀 씁쓸했다. 훌륭한 기자는 그 자체로 소중한 사회적 지위고, 명예며, 힘이다. 그걸 발판으로 꼭 관직에 나가야 최종적인 성공이라도 입증되는 양..." 이라고 적었다.

관료 장악할 수 있을까 "안 좋은 쪽으로 힘 세질 것"

이들 글들의 댓글엔 향후 문화재 정책 및 행정에 대한 우려가 넘쳐나고 있다.

"문화재를 사랑하고 문화재를 관리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사람이 줄을 섰는데..."
"저 분이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의 판단력과 참모들의 인식이 참으로 놀랍군요."
"문화재청은 고유의 업무가 있고, 전문가들의 숙련된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지, 정무 감각과 홍보력으로 춤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판 기사 하나 없는 걸 보면서 언론계 카르텔이 얼마나 무서운가 생각했네요. 기초학문 무시와 전문가 패싱 도가 지나칩니다."
"청장이 하도 바뀌어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예산이나 분배해주고 섣부른 전문가 행세는 하지 말아주셔요" "이번 청장 인사는 문화와 문화재를 구별할 줄도 모르는 짓입니다. 골치 아픈 가야 문화재와 남북 문화재 교류를 어찌 풀어갈 건지 아주 궁금하네요."
"정권 잡으면 자리를 전리품으로 여기니..."


드물지만 다른 관점의 글들도 발견된다. "문화재청의 고질적인 비리를 비 문화계 인사를 들여서 숙청하려는 건 아닌지?" "말 그대로 정무직입니다. 실무자와는 다른 역할을 요구받습니다. 저 분 능력이 어떤지 모르지만 학위나 경력만 놓고 부적격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일단 뽑았으니 믿어봅시다. 일로 평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차라리 문화재 분야 잘 모르는 사람이 더 잘할 수도 있다고 보며 문화재도 문화의 한 축입니다" 같은 글들도 소수 있다.

하지만 B교수는 국내 모든 발굴조사에 허가권을 가진 문화재청이 문화재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문피아', '슈퍼갑'으로 군림하는 상황에서 비 전문가가 수장이 되면, 관료들에게 휘둘리면서 적폐 청산과 조직 쇄신이 어려워지고, 관료조직의 힘이 비대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B교수는 "4대강 조사사업을 엉터리 지시하고 유적 날림조사의 주역이었던 공무원들은 다 승진해 요직으로 갔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며 "청이 모든 발굴 허가를 내주고 문화재정책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됐다. 지나치게 관료조직의 힘이 커지면서 슈퍼 갑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비 전문가가 수장이 되면 (관료들이 더 득세해) 청이 안 좋은 쪽으로 힘이 강해질 것이고 더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요새 국가기관이 친시민적이 됐는데 오로지 문화재청만 예외다. 청와대는 이런 문제를 인식 못하고, 차관급 자리 하나 배려해주는 곳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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