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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편집자말]
아직도 엄마랑 같이 자는 게 좋은 열두 살 딸 진이(가명). 마침 내가 생리 중이라 그런지 딸의 싱글 침대가 비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 안방에 가서 자면 안 될까? 엄마 생리 중이라 너랑 같이 자는 게 좀 불편한데..."
"싫은데... 그냥 같이 자. 근데 엄마, 잘 때는 생리가 안 나오게 할 수는 없어?"
"응? 그러게... 그러면 참 좋겠다, 멈춤 버튼 있으면 훨씬 덜 불편할 텐데."


지금이야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생리'라고 말하지만, '생리'라는 말은 좀체 입에 붙지 않는 단어였다. 나 역시 사춘기 이후로 달마다 생리를 했으니(아이 낳고 수유 기간을 빼면) 이십 년을 넘게 매달 생리와 함께 살았는데도 그렇다.
 
 생리대가 들어있는 개인용 파우치.
 생리대가 들어있는 개인용 파우치.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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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성조숙증이라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생리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생리 교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걸 알지만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생리에 대해 말해준 게 얼마 되지 않는다. 이제 열두 살, 곧 닥칠 일이니까 해준 거다. 당황하지 말라고.

그런데 엄마들은 아이들이 생리를 빨리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심하게 말해 공포로 여길 정도다. 이른바 '초경포비아'.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다. 생리대 파동으로 천생리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무렵, 동네에서 1년에 한두 번 열리는 예술장터에서 면생리대를 구경하던 때였다. 잘 알고 지내는 아이 친구 엄마가 와서 묻는다.

"왜, 생리대 사려고?"
"응, 내 것도 좀 사고... 디자인이 예뻐서 나중에 진이(가명) 생리하면 주려고. 넌 안 사?"
"아, 싫어. 그러다가 우리 애 생리 빨리하면 어떡해."
"뭐야... 그런 말은 좀...." 


둘 다 크게 웃고 넘겼지만 이게 현실이다. 생각해 보면 생리를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인데, 딸 가진 엄마들에게 생리는 늦게 올수록 좋은 손님 같은 거다. 왜냐고? 이게 다 '키' 때문이다. 생리를 하면 키 안 큰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다. 더러 생리를 해도 키가 크는 아이들이 있다고 해도, 그건 극히 일부지, 대부분은 '생리 시작=성장 끝'이라고 믿는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성조숙증 클리닉도 성행이라고 들었다. 뼈나이를 찍고, 호르몬 검사를 해서 제 나이보다 성장이 빠르다고 나오면 의료적인 조치를 취하는 거다. 그렇게 하면 생리는 지연시키면서 동시에 키 클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엄마들이 믿는 거다. 덜 불안해하는 거다. 

심지어 미국에 있는 내 친구에게도 한국 엄마들의 그런 불안이 전해졌는지, 큰아이 가슴에 몽우리가 잡혔다면서 주사 맞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미국에 있는 의사는 해주지도 않는다면서. 미국에서는 할 수도 없고, 한국으로 들어올 수도 없으면서도 전화로 고민 상담을 하는 친구 사정도 참 딱했다.

우리가 몰랐던 생리

- 심쌤. 엄마들의 '초경포비아'는 정말 말릴 수 없는 것 같아요.  
"아, 키... 정말 뭘까요? 키 때문에 첫 생리를 두려워하는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남일 같지 않네요. 키 말고도 생리에 대해 나눌 이야기가 참 많은데 말이에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엄마들의 마음이 뭔지도 알 거 같아요.

이왕 말 나온 김에 한 번 생각해 봐요. 요즘의 '생리'가 '생리=키, 생리=성장 끝'이라는 이미지라면 예전의 '생리'는 어땠을까요? '생리=진짜 여자, 조신한 몸가짐, 임신, 피 냄새, 그리고 드러내면 안 될 무엇(생리대 포함)' 등이 떠오르는데요. 저는 중3 여름방학 때 첫 생리를 했어요."

- 와, 진짜 늦으셨네요.
"또래보다 늦은 편이었죠. 아직도 그때 기억이 선명한데, 이른 저녁 선풍기를 켜고 방바닥에 누워 뒹굴뒹굴하다 옆에 있던 침대로 다리를 들어 올렸는데... 갑자기 뜨거운 액체 같은 것이 엉덩이를 타고 등 쪽으로 쭈욱 흐르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해요.

친구들 중에서 거의 꼴찌로 초경을 한 덕에 평소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놀라지는 않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등으로 흘러가는 뜨거운 피의 느낌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나요. 그때는 키 걱정보다 '앞으로 귀찮게 됐군' 이런 생각을 더 했던 것 같고요. 그러고 보면 저도 그렇고 생리는 좋은 쪽보다는 안 좋은 이미지를 더 많이 가진 듯하네요."

- 귀찮고 힘들고 불편하고 아픈 건 사실이니까요. 저도 생리는 정말 친해질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혼하고 임신을 준비하면서 좀 바뀐 것 같아요. 배란일을 따져가면서 임신 계획을 세우잖아요. 그때 '생리를 한다는 게 참 중요한 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지금, 막 그 말을 하려던 참이었어요! 생리는 일단 여성 대부분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참 중요해요. 때문에 좋아하든 두려워하든 관계없이 생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충분히 이야기할 가치가 있어요.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략 11세부터 50세까지, 한 달에 한 번, 2일에서 7일까지, 약 1년에 12회 생리를 한다고 해요. 

거의 인생 절반에 걸쳐 내 몸이 직접 겪는 이 일을 단순히 '저절로 흐르는 피가 멈출 때까지 조용히 견디는 일', '내 키가 작은 이유', '지지리 운도 없이 여자로 태어나서 겪는 고통', 혹은 '임신 가능한 여자라는 증거' 등으로 치부할 만한 일은 아닌 거죠. 게다가 직접적으로 피가 흐르는 기간 말고 앞뒤로 '생리전증후군(PMS)'이나 '배란통'까지 겪는다면 '여자의 시간은 생리주기로 돌아간다'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프고 힘들지만 생리는 일단 여성 대부분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
 아프고 힘들지만 생리는 일단 여성 대부분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중요하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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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아는 생리는 임신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으로, 임신이 되지 않으면 준비되었던 자궁 벽이 무너져내려 피가 나오는 거예요. 아이에게도 그렇게 설명해 주었고요. 그런데 어느 산부인과 의사가 생리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봤는데, 단순히 피가 아니고 조직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생리에 대해 오해하는 내용들 중 하나가 생리할 때 나오는 피를 막연히 오줌 같은 배설물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생리는 더럽고 지저분한 것으로 여기게 되죠. 하지만 기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생리는 배설물이 아니에요.

여기서 잠깐, 아는 체 좀 하고 지나갈게요. 여성마다 다르지만 일정 나이가 되면 많은 여성들이 자기만의 배란 시기를 갖게 돼요. 배란기가 되면 몸속 난소에서 난자가 만들어져 나팔관을 타고 자궁 쪽으로 슬슬 산책을 하러 가죠. 그 시기쯤 우리가 피임 없이 섹스를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 잠시만요. 아는 체하시는 거 맞나요? 그 정도는 요즘 유치원생도 알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노래도 불러요. "엄마와 아빠가 사랑을 하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우리가 만들어져요"라고.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람 이야기는 끝까지 들어봐야죠! 여성의 몸속에 들어온 수많은 정자 중에 오직 끝까지 살아남은 한 정자만이 나팔관까지 와서 산책 중인 난자를 만나면 수정란으로 변신을 해요. 그렇게 수정란이 되면 사이좋게 자궁 안으로 들어가 두꺼워진 자궁 안쪽 벽(내벽)에 안전하게 자리를 잡죠. 그게 바로 우리가 아는 임신이에요. 기자님도 말했듯 여기까지는 정말 너무 유명한 스토리죠. 그놈의 '씨앗' 이야기." 

- 하하하. 맞아요. 그놈의 씨앗 이야기는 정말, 너무 많이 들었네요. 그런데 뭘 아는 체하시려고 했던 거예요?
"네, 그런데 사실 혼자 산책을 하던 난자는 정자를 아예 만나지 않거나, 만났지만 수정은 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혼자 산책을 마무리할 때가 더 많아요. 그렇게 되면 자궁에서 임신에 대비해 준비했던 일들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거에요. 난자가 산책을 시작할 때 호르몬은 자궁 안쪽 벽을, 이를테면 영양분을 채워 두껍게 만들어서 임신을 준비하거든요. 수정이 되면 안전하게 자궁벽에 자리를 잡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죠. 

그러다 수정이 되지 않고 난자 혼자 산책을 마무리하게 되면 두꺼워진 자궁벽도 할 일이 없어 두꺼워진 부분이 허물어져 내려요. 이 허물어진 자궁 벽과 난자가 함께 질을 통해 자궁 밖으로 나오는 걸 '생리'라고 부르는 거예요."

- 이쯤에서 방청석 모드로 빙의해야 하는 거 맞죠? 아~하!
"웃으라고 한 말씀이실 테니 웃겠습니다. 하하. 다시 전문가 모드로 돌아가면, 생리가 피처럼 액체로만 흐르지 않고 굴 같은 덩어리가 섞여 나오는 이유도 자궁 안쪽 두꺼워진 벽 조직이 허물어져서 같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배설물과 전혀 다르죠. 더러운 건 더더욱 아니고요.

가끔 생리대에 묻은 생리혈 냄새 때문에 생리가 더럽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생리혈 자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에요. 그건 생리를 빠르게 흡수하고 새지 않고 잡아두기 위해 생리대를 만들 때 사용하는 화학용품과 생리가 뒤섞여서 나는 냄새예요. 원래 생리혈의 냄새는 우리 몸에 흐르는 피와 같아요."

생리전증후군은 일종의 '질병'이다

- 그렇군요. 그런데 생리할 때뿐 아니라 생리 전에도 겪는 생리전증후군에 대해 말씀하셨잖아요. 그것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달라지나 봐요. 사람마다 다양한 증상이 있는 걸로 아는데, 요즘 저는 가슴이 그렇게 아파요.
"다시 전문가 모드로 돌아가서 설명할게요. PMS는 'premenstrual syndrome'의 약자에요. 우리는 '생리(월경)전증후군'이라고 불러요. 말 그대로 생리 전에 겪는 변화들을 뜻하는데 몸뿐 아니라 심리적으로 아주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요. 육체적으로는 피로, 에너지 부족, 식욕증진 혹은 감소, 수면장애, 스트레스 심화, 가슴 팽창 및 통증, 두통, 소화불량, 복부 팽만감 등이 있어요.

또 심리적으로는 우울한 기분, 절망감, 불안, 긴장, 짜증, 분노, 민감함 등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생리전증후군'은 대략 배란 직후부터 나타나 생리가 시작되기 5일 전쯤 그 상태가 최고조에 오른다고 해요. 생리주기마다 위의 증상들을 겪는다니 정말 힘들겠죠? 그것도 아이들이 겪는다면 아마 더 그럴 거예요.

예전에는 정확한 명칭도 없고 겪는 증상도 다 달라서(없는 여성도 물론 있고요) 원래 성격이 까칠하고 예민하다고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또 여성이 정당한 일에 분노하고 이의를 제기해도 '오늘이 그날이냐?'라고 비웃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죠. 이렇게 생리를 비하하고, 그걸 이용해서 여성의 생각과 감정을 폄하하는 일도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여성의 몸과 생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생기면서 생리 전에 나타나는 증상들이 성질 나쁜 개인이 부리는 변덕이 아니라 일종의 질병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었어요. '생리전증후군'이라는 이름도 생기고요. 가임기 여성의 75%는 '생리전증후군'을 한두 번씩은 경험한다고 해요. 하지만 이 중 5~10%는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증세를 경험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와 주변의 도움 없이는 감당하기 힘들어요.

저의 경우 첫 생리를 시작으로 첫 아이를 낳을 때까지 생리전증후군은커녕 약한 생리통도 겪어본 적이 없어 생리 전에 짜증을 내거나 생리할 때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체육을 못 하는 친구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굴 낳는 기분 때문이라면 모를까). 겉으로 위로해주고 배려하는 척은 했지만 그게 어떤 기분인지 몰랐어요. 심지어 생리 때 아파서 엎드려 있는 친구가 여성스럽고 연약해 보여서 부럽기까지 했으니, 말 다 했죠.

그랬는데, 첫 아이를 낳고 3개월 후 다시 생리를 시작할 때 첫 생리통을 겪었어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자주 듣던 '밑이 빠지는' 느낌이 뭔지 알게 되는 순간, 식은땀이 줄줄 나더라고요. 순간 고등학교 때 친구 생각이 나면서 '아, 연약해서 엎드려 있었던 게 아니라 허리를 펼 수 없어서 못 일어난 거였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그 이후에도 점점 늘어나는 생리전증후군 증상과 심해지는 생리통을 겪으며 같은 여성이지만 같이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생리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생겼지요. 진심으로요.

우리가 겪지 않아 몰라서 하는 말과 행동으로 어쩌면 당사자들은 고통스럽고 외로운 시간들을 더 힘들게 보냈는지도 몰라요. 비록 내가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알려고 노력하고 관심을 가지는 일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를 때는 함부로 말하거나 판단하지 않아야 하고요. 그래서 생리를 하지 않는 남성들도 생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종종 '생리 날짜 하나 조절 못 해서 아무 때나 하냐', '생리는 참을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는 남자분들을 만날 때가 있어요. 내 가족 혹은 여자친구, 동료 등에게 늘 있는 일인데, 생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이런 질문은 하지 않겠죠? 내 일이 아니어도 알아둔다면 인구의 절반인 여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 생리에 대한 교육을 여자아이들에게만 하면 안 되겠군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더 넓게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남자아이에게도 생리에 대해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쌤 근데... 진짜 궁금한 질문은 아직, 시작도 못했어요. 근데, 청소년들도 생리컵을 쓸 수 있나요?

(* 답변은 다음 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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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