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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태풍 솔릭이 지나간 울산 태화강 대공원에 낯선 설치물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8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리는 2018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aehwa river Eco Art Festival, 아래 TEAF 2018)에 참가하는 설치 작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로 12회를 맞는 이 축제에는 국내외 예술가들이 작업한 총 24점의 설치물들이 강변을 채웠다.

이 설치물 중 지구 반대편에서 온 작가들이 선보이는 두 개의 작품이 눈에 띈다. 칠레 막시모 코르발란 핀체이라(아래 막시모) 작가의 강 위를 부유하는 온실을 실은 뗏목과 아르헨티나 작가 발레리아 콘데 막 도넬(아래 발리 콘데)의 수면으로부터 하늘로 날아오르는 철사로 만들어진 세 척의 배가 그것이다.

두 작가는 모두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에 입주 작가로 한국에 머문 경험이 있는 작가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서울에서 만난 두 작가에게 그들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계 사이를 유목하는 정원 - 막시모 코르발란 핀체이라

 막시모 작가가 태화강에 띄운 뗏목
 막시모 작가가 태화강에 띄운 뗏목
ⓒ 막시모 코르발란 핀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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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작업 구상은 내부에 서로 다른 종의 지역을 대표하는 식물과 외부 식물들, 약초 등을 실은 온실 뗏목을 태화강에 띄우는 것이었어요"

이 작업은 작가가 2013년 '온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칠레 파타고니아 지방을 중심으로 선보인 작업의 연장선이기도 했고, 이번 작품에는 '유목하는 정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세계지도를 가로질러 유랑하는 정원을 그린 작품
 세계지도를 가로질러 유랑하는 정원을 그린 작품
ⓒ 막시모 코르발란 핀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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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여전히 북쪽과 남쪽, 중심과 주변, 선진국과 후진국과 같은 여전히 경계를 지어놓지만 실제로 오늘날 지역은 고립된 섬으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때에 따라 이동하는 철새, 씨앗의 여행에 따라 삶의 터를 옮겨가는 식물, 먹이를 따라 유랑하는 동물들과 같이 인간 역시 그 경계사이를 자유로이 유목하는, 이 세계가 마치 거대한 하나의 정원과 같이 인식되어야 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울산 작업에서 날씨는 가장 큰 장벽이었다. 물에 뗏목을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태풍의 영향으로 내린 많은 비는 반가운 손님일 리 없었다. 비가 온 뒤의 찌는 듯한 날씨 역시 작업을 방해했다.

콘셉트가 '유목하는 정원'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뗏목을 정박해두는 것이 아니라 태화강을 따라 이동하도록 할 생각이었는데, 불안정한 날씨 때문에 뗏목에 사람이 타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소식을 들어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예술가들의 도움을 얻어 막시모 작가의 정원은 무리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태화강 위를 잠시 유랑할 수 있었다.

 막시모 작가가 그의 뗏목을 강으로 띄우고 있다.
 막시모 작가가 그의 뗏목을 강으로 띄우고 있다.
ⓒ 막시모코르발란핀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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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다양한 나라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던 거예요. 서로 다른 언어를 쓰지만 작품을 기반으로 서로 완벽하게 소통되는 경험도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막시모 작가가 최근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한국 거리 가로수를 지지해 둔 나무 기둥이다. 이미 2년 전 레지던시에 머물며 작업한 '이동(remover2017)'이라는 영상을 칠레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다시 한국에서 작업을 할 기회가 있다면 이 작업을 조금 더 깊게 다뤄 보고 싶어요. 저에게는 이 형태가 수많은 시적 메시지를 주거든요."

 'remover 2017' 막시모 코르발란 핀체이라
 'remover 2017' 막시모 코르발란 핀체이라
ⓒ 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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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지나치는 거리의 가로수 지지대에서도 다른 영감을 얻는 지구 반대편에서 온 작가의 시선이 더 궁금해진다.

배를 어떻게 떠나보낼 것인가? - 발리 콘데

"아침 10시, 미스 콘데는 양손을 들고 멈춰있다. 머리에서 허벅지를 향하여 그의 몸을 왼쪽으로 휘며 기울이고 있다. - 한국에서 기대하지 않은 바디 랭기지가 발전했다. - 지금 미스 콘데는 배가 하늘로 향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 미스 콘데의 울산 작업 일지 중

아르헨티나 작가 발리 콘데는 울산에서 그의 배를 작업하는 동안 매일 작업일지를 썼다. 그 기록 역시 그의 작품의 한 부분이었다. 거의 마지막 날에 기록 된 그녀의 작업일지 속 글은 태화강으로부터 하늘로 오르는 배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그녀가 얼마나 고군분투 했는지를 보여준다.
 모양을 잡아가는 발리 콘데의 철사로 엮은 배
 모양을 잡아가는 발리 콘데의 철사로 엮은 배
ⓒ 발리 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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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 갑자기 들어온 개에게 놀라 날아오르는 새와 같은' 모습으로 배를 띄우고자 했던 것이 그녀의 계획이었다. 결국 12일간 고생하여 만든 6미터짜리 네 척의 배 중 세 척만이 그 비상의 과정 안에 존재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마지막에 하늘에서 그린 배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배는 한국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불현 듯 나에게 다가온 테마였어요. 그 시작은 건축가였던 친구의 남편이 친구가 암 투병을 하는 동안 그의 정원에 실제로 배를 만들었던 기억과 그 배를 내가 선물로 받아야 했던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죠. 그 큰 배를 옮겨와서 볼 때마다 생각했어요. '이 배를 어찌할 것인가.'"
 
 아르헨티나 작가 발리 콘데
 아르헨티나 작가 발리 콘데
ⓒ 발리 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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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 제목인 '배를 떠나보내는 법'은 이때의 고민이 담겨있다. 또한 그녀의 작업의 주요테마이기도 하다. 고정된 곳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 버리는 것이 아닌 자유로이 떠나보내는 것 말이다.

울산에서 그녀가 작업한 배 역시 수면 위에 한 척, 수면 밖에 한 척, 그리고 하늘에 한 척, 이렇게 물로부터 하늘로 비상하는 배의 움직임을 보여줬고, 수면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배의 철사도 무게도 가벼워지는 형태로 제작됐다고 한다.

 'Que el cielo sea el fondo'2014. 발리 콘데
 'Que el cielo sea el fondo'2014. 발리 콘데
ⓒ 발리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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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제 개막식날, 그녀는 하늘에 걸린 철사로 된 배를 마치 그림을 그리는 듯한 퍼모먼스를 보여줬다. 땅위에서 보다 훨씬 가벼워져 마치 그 형체가 드러나지 않는 배 사이를 악기를 연주하듯 거니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돌아가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이 배 프로젝트를 조금 더 발전시켜 전시할 예정입니다. 물이라는 공간이 아닌 닫힌 전시 공간 안에 배가 어떻게 담고, 떠나보낼지를 구상 중이에요. 한국에서 작업하며 아이디어를 얻은 마치 아코디온처럼 배를 접는 퍼포먼스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오픈 퍼포먼스 및 인터뷰 영상보기 : https://www.facebook.com/aroute.co.kr/videos/240010486856634/

작업을 하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기억을 '을지로 4가' 공구거리를 찾았던 날로 꼽았다. 배를 만들 재료를 사기위해 들른 그곳은 낯선 외국인에게는 그렇게 쉬운 곳은 아니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원하는 걸 거의 얻을 수 있었어요. 모든 것이 엄청난 양으로 존재하고 끊임없이 무언가 일어나는 그곳의 풍경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두 작가는 다시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갔고 그들의 뗏목과 배는 그렇게 울산의 태화강에 남았다. 경계를 허무는 이동이라는 공통된 키워드 안에 있는 이들의 작품이 그렇게 먼 길을 건너 이곳에 남겨둔 메시지는 오는 9월 9일까지 열리는 울산 TEAF 2018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두 작가의 홈페이지]
막시모 작가 홈페이지  http://maximocorvalan-pincheira.com/
발리 콘데 작가 홈페이지 https://www.valicon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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