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너무 좋아'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1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손흥민 '너무 좋아' 1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한국의 2- 승리로 끝났다. 한국 손흥민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 연합뉴스


9월의 첫날 밤, 우여곡절 끝에 2018년 인도네시아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대한민국 축구팀이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폭염과 폭우를 견디고 가을을 맞이하는 국민들에게 기쁨을 선물하였다. 일본과의 결승전이라 더욱 재미있고 극적이었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축구의 우승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컸던 이유 중의 하나는 월드 스타 손흥민 선수의 병역 면제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만이 손흥민을 병역의 의무에서 놓아줄 수 있었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 선수의 골과 우승을 기원하였다. 손흥민 선수의 병역 면제 여부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관심사였다.

초반 말레이시아에 일격을 당한 후 한국 축구의 우승 가능성은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전열을 정비한 대표 팀은 우승 후보인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연이어 격파했고, 자신감을 회복하고 조직력도 강화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돌풍의 베트남도 이겼다. 

마침내 결승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이승우와 황희찬의 시원한 골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렇게 축구 대표팀 선수들은 병역 면제 혜택을 누리게 됐다. 눈앞에 닥쳤던 손흥민 선수의 병역 문제도 해결되었으니, 이제 차분히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병역 특례는 1970년대에 도입되었다. 병역 특례는 대체 복무를 의미하는데, 자신의 경력을 활용해 복무함으로써 병역을 인정받는 제도다. 예술인과 체육인을 대상으로 한다. 현행 체육 특례를 받으려면,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 게임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예술 특례의 경우는 국제 예술 경연 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 경연 대회 1위 입상자, 중요 무형 문화재 전수 교육 5년 이상 이수자를 대상으로 한다.

1970년대 개발도상국으로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가 낮을 때, 이 제도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했고 소위 국위 선양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국위 선양만으로 병역 특례를 적용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얼마 전 운동선수 병역 특례 범위 확대에 대한 리얼미터의 여론 조사에 의하면 찬성이 47.6% 반대가 43.9%로 찬반이 엇비슷하였다.

국방의 의무, 다른 나라는 어떨까? 


 2018년 8월 23일, 제18회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남자 수영 50m에서 금메달을 딴 조셉 스쿨링(싱가포르)과, 은메달의 왕 펭(중국), 동메달의 아딜리벡 무신(카자흐스탄).

2018년 8월 23일, 제18회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남자 수영 50m에서 금메달을 딴 조셉 스쿨링(싱가포르)과, 은메달의 왕 펭(중국), 동메달의 아딜리벡 무신(카자흐스탄). ⓒ 연합뉴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은 병역 면제에 관한 비슷한 사례가 있을까

물론 국방세라는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내고 병역을 면제해주는 노르웨이나 터키 같은 나라가 있다. 그러나 돈으로 군을 면제해주는 제도는, 분단국인 우리나라에서는 비현실적이다.

보다 엄격한 징병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예를 살펴보자. 싱가포르에서 모든 남성은 18세가 되면 군이나 경찰이 되어 2년 2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시민권자는 물론 영주권자의 2세도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병역을 기피하는 자들에겐 강력한 처벌도 따른다. 단기 징역형을 마친 후 다시 군대에 가야 한다.

싱가포르 출신으로 영국의 프레미엄 리그(EPL)에 진출한 10대 유망주 벤저민 데이비스(Benjamin Davis, 풀럼)다. 벤저민 데이비스는 싱가포르 정부에 병역 연기를 신청했지만 거부 되었다. 응 엥 헨 싱가포르 국방부 장관은 "프로 선수로서 뛸 수 있을 만큼 뛴 뒤에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심산인데 국가와 병역 의무를 포함한 국가의 이익은 두 번째의 고려 대상 이었던 셈"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하나의 예는 조셉 스쿨링이다. 싱가포르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인 조셉 스쿨링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남자 접영 100M에서 수영 황제 펠프스를 꺾고 금메달을 거머쥔 선수다. 하지만 병역 특혜는 없었다. 입영 연기가 허용된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처럼, 싱가포르에서 병역 의무는 분단국인 우리나라보다 엄격하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돌풍을 일으킨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의 원작 소설 작가 케빈 콴도 귀국하지 않고 있어 싱가포르에선 병역 기피 인물로 취급받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 승리로 손흥민 선수를 비롯한 승리의 주역인 선수들이 병역 의무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운동 경기 자체를 즐겨야 하는 스포츠 정신을 뒤로 한 채, 특정 선수의 병역 의무 면제 여부에 초점을 맞춰 경기를 보아야 하는가.

차제에 병역 특례법을 손질하여 업데이트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올림픽 3위, 아시안 게임 1위라는 70년대의 기준을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순위에 관계없이, 국가대표에 소집되어 훈련한 날과 시합에 참여한 날을 합산하고 거기에 필요시 가산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대체복무를 한 것으로 하는 방안도 있다.

혹은 일정 기간 국가 대표 경력과 함께 해외 팀으로 이적시, 병역 의무 수행을 위한 입대 시한을 보다 넉넉하게 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팀에서 충분한 역량 발휘 후 병역 의무를 나중에 수행하게 하는 것도 방법은 될 수 있다. 보다 합리적 대안과 함께 싱가포르처럼 아주 엄격하게 병역 특례 자체를 폐지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을의 초입,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그것도 한일전에서 승리는 국민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이는 또한 국제적으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 시키는 쾌거였다.

이제 아시안게임은 끝났다. 이번 아시아게임 축구 우승과 손흥민 병역 면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계기로 병역 특례법을 업데이트 했으면 한다. 다른 나라의 사례도 참고하고, 어떤 방식이 되었든 국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하여 국방부·체육인 등 관계 부처가 긴밀히 협의하여 보다 좋은 방향으로 병역특례법을 손질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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