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브 채널 <슛포러브>의 인터뷰 영상.

유투브 채널 <슛포러브>의 인터뷰 영상. ⓒ 슛포러브


"손흥민이 잘못했네" 소리 나오게 만드는 베트남 응원단?

<중앙일보> 온라인판의 지난달 31일자 기사 제목이다.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님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에 향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기사들도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이 <중앙일보> 기사 역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한 기사라 할 수 있다. 특정 시각이 과도하게 부각된 형태의. 

"이 여성은 '한국 팀에 응원 메시지를 보내달라'는 요청에 "오빠 화이팅!"이라고 말했다. 이 영상은 공개 하루만인 31일 유튜브에서 70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남성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의 댓글이 많이 달리고 있다. "'오빠 화이팅'만 계속 돌려보고 있다" "여성분 보고 베트남 동메달을 응원하게 됐다" 등의 댓글이다."

영상 속 베트남 미인에 주목한 기사 내용과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기사 속에서 언급된 영상은 앞선 30일 유투브 채널 <슛포러브>가 공개한 베트남 현지 스케치다. 1일까지 유투브에서만 110만이 넘는 조회 수를 돌파한 이 영상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전의 경기장 풍경과 베트남 응원단을 인터뷰로 채워져 있었다.

기사에 등장한 여성을 포함해 영상 속 다수의 베트남 인들은 자국 팀과 함께 박항서 감독과 한국 대표님에게 우호적인 응원을 보냈다. 5분 여의 이 영상을 보고 나온 기사치고는, 내용이나 제목 모두 '보고 싶은 것만 본' 결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었다.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대표팀의 활약, 그리고 베트남 국민들의 '한국 사랑' 소식은 분명 기분 좋은 뉴스, 국민적 관심을 끌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베트남에서 전해진 뉴스를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할지는 해당 언론의, 매체의 관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날, <중앙일보>와 한 몸인 JTBC <뉴스룸>의 앵커 브리핑이 딱 그랬다.

'박항서 매직'을 바라보는 시선들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지난달 31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 JTBC


"박항서의 베트남이나 우리에게나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말이 아닐까…. 쇼는 아니, 마법은 계속되어야 한다! (The show (magic) must go on)"

그러니까 손석희 앵커는 삶의 어떤 아이러니를 전하고 있었다. 히딩크의 코치였던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과 맞닥뜨린 대한민국, 그 베트남 대표팀을 이기고 숙적 일본과 결승에서 맞붙게 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그 가운데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기억, 그 '매직'을 공유하게 됐는지도 모를 베트남과 대한민국 국민들. 그들이 의도치 않게 공유하게 된 어떤 원동력.

"히딩크가 아버지라면 박항서는 어머니와도 같았다는데 그는 여전히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오랜 전쟁을 겪어낸 나라의 아들들을 감싸고 보듬으며 잠재돼있던 그들의 힘을 모아냈습니다(중략). 큰 도시부터 작은 마을까지 그들은 16년 전의 우리처럼 광장의 발랄함을 만끽하고 있었으니까요.

공교롭게도 그 매직을 멈추게 한 것은 박항서의 고국이자 이미 그 매직의 황홀한 힘을 경험했던 우리였으니…. 사람들이 우리의 승리를 기뻐하면서도 상대 팀의 매직이 멈춘 것을 아쉬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어찌 보면 승자의 여유도 아니었고 또한 그가 바로 박항서였기 때문도 아니었고 과거의 그날들에 우리가 공유하고 겪어낸…."


무려 16년 만에 유무형의 힘을 공유하게 된 베트남과 대한민국의 '축구사'를 유려하게 엮은 것이 손석희 앵커였다면, 좀 더 직접적이고 감정적으로 '박항서 매직'을 조명하는 기사나 콘텐츠들도 여럿이었다. 박항서 감독과 광고 계약을 체결한 국내 기업의 '박항서 효과'나 한국영화, K-POP에 이어 베트남 내 '제3의 한류'로 박항서 감독과 한국 축구의 인기를 짚은 뉴스들 말이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고개 숙이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베트남 선수들이야. 최선을 다했으니 자부심을 가져라."

박항서 감독의 일성이다. 그 중에서 이 일성이 담긴 SBS 뉴스 '보이스V'의 <아침에 쌀국수? 이젠 그만!"..베트남 축구 바꿔버린 박항서 감독의 한 마디> 영상은 단연 두각을 나타낸 콘텐츠다. 지난 23일 게재된 이후 유투브에서만 180만 조회수를 기록한 이 8분 30여초의 영상은 베트남으로 건너간 박항서 감독의 성공기와 그 여파를 감동적으로 엮어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상이야말로 아직까지 국내 언론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고 있는 박항서 감독에 대한 가장 근사하고 그럴싸하게 콘텐츠라 할 만 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시각이 존재한다. 베트남과 우리와의 정치사회적, 역사적 콘텍스트를 언급하고 기억하자는 목소리 말이다.

그리고, 베트남과 대한민국의 역사
 SBS 뉴스 '보이스V'의 <아침에 쌀국수? 이젠 그만!"..베트남 축구 바꿔버린 박항서 감독의 한 마디> 영상 중에서.

SBS 뉴스 '보이스V'의 <아침에 쌀국수? 이젠 그만!"..베트남 축구 바꿔버린 박항서 감독의 한 마디> 영상 중에서. ⓒ SBS


"박항서 열풍이 우리에게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월남전으로 잘 알려진 1960년대 베트남 전쟁,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에게 총을 겨눴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수교를 맺은 지 26년이 흘렀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한국을 찾은 베트남인들이 과거 한국군이 베트남 땅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것을 사과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보이스V' 역시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베트남 참전과 민간인 희생에 대해 유감을 표하기도 했죠"라고 우리 정부의 달라진 대응을 짚는 한편, "교민들은 한국과 베트남 사이를 막고 있던 오래된 벽이 이제야 비로소 박항서 감독에 의해 허물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라며 '박항서 효과'로 인한 달라진 베트남 내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진행자 김어준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베트남 인구가 1억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우리의 두 배에 가깝죠. 그리고 그 인구의 절반이 30대 이하고 땅은 남한의 세 배가 넘습니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정글 속 베트콩의 이미지는 미국 영화가 만든 거죠. 실은 우리보다 국토도 크고 인구도 많고 젊고 역동적인 나라입니다.

그런 그들 나라에 우리는 미국 용병이 돼서 월급을 받고 대리전쟁을 치른 역사가 있죠. 우리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는데 그랬습니다. 그 과정에서 양민이 죽고 다치고 한 과오도 있습니다. 그들이 태극기와 박항서 감독 얼굴 깃발을 흔들며 '땡큐 코리아'를 외치는 장면을 볼 때면 그래서 흐뭇함과 함께 미안한 마음도 들곤 합니다. 잘 먹고 잘 살고 그러면서도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는 건강한 베트남식 발전이 지속되기를 빕니다."


각 매체의 시각이, 접근법이 다르듯, '박항서 매직', '박항서 효과'를 어떠한 측면으로 받아 들이냐는 각자의 몫일 것이다. 다만, 그 드라마틱한 과정에서 비롯된 그 흐뭇함을 베트남 내에서 허물어지고 있다는 장벽과 어떻게 연결시키고 또 어떤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시키느냐는 우리 사회가 지닌 상상력과 직결된 문제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기분 좋은 뉴스가 당분간 지속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02년으로부터 온 활력이든, 마법처럼 찾아 온 기회든, 양국 간에 찾아 온 우호의 싹이 지속되고 증진되기를.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오와 역사를 씻을 수 있는 단초로 기능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1일 저녁 펼쳐질 예정인 아시안 게임 축구 결승전, 대한민국 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베트남 대표팀의 '마법'같은 승리를 응원하는 바다.

 SBS 뉴스 '보이스V'의 <아침에 쌀국수? 이젠 그만!"..베트남 축구 바꿔버린 박항서 감독의 한 마디> 영상 중에서.

SBS 뉴스 '보이스V'의 <아침에 쌀국수? 이젠 그만!"..베트남 축구 바꿔버린 박항서 감독의 한 마디> 영상 중에서. ⓒ SBS



박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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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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